◇...박정희

박정희 대통령 묘소에 쇠꼬챙이 수백 개?

산야초 2019. 6. 13. 21:37

[김광일의 입] 박정희 대통령 묘소에 쇠꼬챙이 수백 개?

입력 2019.06.13 18:00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수백 개, 어쩌면 수천 개, 쇠꼬챙이, 지름 약 2cm, 길이 25cm 철물이 박혀 있는 것을 약 4개월 전 한 여성 봉사자가 묘소의 잡초를 매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고정 칼럼에서 제기한 의문이다. 서 교수의 의문은 이어진다. ‘음택(陰宅)의 지기(地氣)를 신성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관(棺)에도 쇠못을 쓰지 않는데 묘지에 무수한 쇠꼬챙이가 박혀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변괴가 아닌가?’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다. 박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 씨의 남편인 신동욱 총재가 중심이 돼서 활발하게 고발 영상을 띄워놓고 있었다. 이들은 ‘쇠꼬챙이’가 아니라 ‘쇠말뚝’이 박혀 있다는 표현을 쓰면서 상당히 격앙되고 흥분된 상태로 현장을 감시하고 폭로하고 있다. 이들은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조성돼 있다. ‘김광일의 입’이 현충원 측에 직접 설명을 들어봤다.

2011년 여름 집중 호우로 서초구 우면산에 산사태가 나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을 계기로 이곳에서 멀지 않은 서울현충원도 묘역 관리를 새로 검토하고 긴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경사가 가팔라서 보강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봉분 둘레를 넓게 반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둔덕을 ‘사성(莎城)’ 혹은 ‘활개’라고 부르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새로 조성 공사를 하면서 사성의 경사면이 가팔라서 잔디가 유실될 위험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잔디 고정핀’을 박았다고 했다. 수량은 수백 개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철물로 돼 있는 잔디 고정핀은 길이가 20cm 정도이고, 폭이 2~3cm라고 했다. 지금은 잔디가 잘 안착됐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어서 현재 잔디 고정핀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음 주 중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깊게 박힌 고정핀도 있어서 금속 탐지기 2대를 써서 잔디 고정핀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 고정핀을 설치할 때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제거할 때는 박지만 회장 같은 유족들과 연락하고 협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충원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의 봉분에는 단 한 개의 잔디 고정핀도 박지 않았고 했다. 또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잔디 고정핀을 박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잔디 고정핀을 찾아봤다. 수십 종류가 나와 있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고, 때로 민감할 수도 있는 곳이니 만큼, ‘앙카핀’이라고 하는, 쇠꼬챙이 모양의 흉한 철물을 쓰지 말고, U자 형태로 돼 있는 녹색 핀을 쓴다든지, 아니면 철물이 아닌 다른 재질의 고정핀을 사용했더라면 하는 지적은 할 수 있다.

현충원측이 당당하다면 고정핀 제거 작업을 확실하게 공개하고, 촬영도 협조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사코 비공개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3/20190613024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