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경계 실패에 귀순 과정 은폐 축소 의혹
“엄중하게 책임 묻겠다”는 정 국방의 책임
합참의 해명은 그러나 구차했다. 북한 선박이 NLL을 넘어오면 해군·해경 함정이 먼저 탐지해 퇴거 조치한다. 그래도 계속 오면 검색을 거쳐 예인한다. 하지만 해군은 이 어선의 NLL 월선 자체를 놓쳤다. 동해상 전방 경계가 크게 허술해진 것이다. 또한 이 어선이 울릉도를 거쳐 삼척까지 이동한 것은 물론, 삼척항 바로 코앞 해상에서 밤새 정선한 뒤 기동한 것조차 군과 해경은 몰랐다. 해군 레이더는 먼바다를, 육군 레이더는 최대 20㎞ 근해까지 탐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어선을 보지 못했다는 군 당국의 변명엔 한숨마저 나온다. 더구나 북한 어선이 통과한 항로 4㎞ 가까이 해군 해상초계기가 접근했지만 탐지하지 못했다.
북한 어선이 귀순하는 모든 과정에서 경계의 구멍이 난 것이다. 군이 이렇게까지 흐트러진 것은 군 본연의 자세를 망각해서다. 최근 평화무드로 국방백서에 ‘북한군=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적을 분간하지 못하고 경계심이 사라진 건 아닌가. 육군 신병훈련에서 행군이 힘들다는 이유로 하지 말자는 제안이 나오고, 훈련을 강하게 시킨 군단장을 보직해임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청원이 올라오는 게 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어선에 탔던 북한 주민 2명을 그제 북한으로 서둘러 돌려보낸 점도 이상하다. 이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지만, 아직 중앙 합동심문 중이다. 북한을 의식한 조처가 아닌지 의심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말은 거의 ‘유체이탈’ 수준이다. 그는 어제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누가 누구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인가. 평소 군 기강을 세우지는 않다가 경계가 뚫리자 서둘러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군은 위기감을 갖고 안보태세를 철저히 재정비해야 한다. 평화는 중요하지만 안보의 뒷받침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