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6.30 15:02 | 수정 2019.06.30 15:08
응봉산·매봉은 옛 지리지에 안 나와…溫井으로 유추할 때 삼방산이 옛지명인 듯
지리산의 포근함과 깊이,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두루 즐기면서 한여름 더위를 피할 계곡까지 갖춘 산, 그 산이 응봉산鷹峯山(999m)이다. 응봉산에서 발원한 덕풍계곡의 길이는 총 14km 남짓. 지리산 칠선계곡과 내설악 백담~수렴~구곡담계곡과 더불어 남한에서 가장 긴 계곡이다. 여름 최고의 오지계곡 피서지이자 휴양지이다.
삼척 방향 용소골 14km 덕풍계곡과 더불어 울진 쪽 온정골 7km 용소폭포 덕구계곡, 웅녀폭포 구수골 7km, 재랑밭골 10여km 등 온통 계곡으로 휩싸인 깊고 깊은 오지다. 한때 한국 최고의 오지로 불렸으나 지금은 도로가 곳곳에 뚫려 교통이 그나마 좋아졌다.
계곡의 유래는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조사가 나무 비둘기 3마리를 만들어 날려 보내자, 울진 불영계곡과 안동 홍제암, 그리고 덕풍계곡에 떨어져 깊은 계곡이 생겼다는 데서 근거한다. 용소골에 나무 비둘기가 떨어지자 이 일대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고 홍수가 범람하는 등 천지개벽이 일어나 아름다운 산수의 조화를 이루게 됐다고 전한다. 계곡이 많으니 자연 물도 풍부하다. 계곡의 물은 마를 날이 없고 정상 동남쪽에 바로 그 유명한 덕구온천이 있다.
응봉산의 유래가 재미있기도 황당하기도 하다. 전혀 다른 근거이기 때문이다. 산은 원래 동해를 굽어보는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해서 매봉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매를 한자로 써서 ‘응鷹’이라 고쳐 부르며 응봉산이 됐다고 전한다.
그런데 <대동여지도> 등 고지도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옛 지리지에는 응봉산이라고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는다.
다만 온정溫井이라는 지명은 나온다. 덕구온천이 있는 위치다. 온정이란 지명은 지금도 일부 남아 있다. 그 위에 있는 산 이름은 삼방산이다. 그렇다면 삼방산이 어떻게 응봉산이 됐다는 말인가?
<신증동국여지승람>45권 강원도 울진현편에 ‘삼방산三方山은 고을 서쪽 40리에 있다. 용담이 있는데 비를 빌면 들어준다’고 나온다. 이 기록이 덕풍계곡의 유래에 등장하는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내용이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옛 지리지 어디에도 매봉이나 응봉산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쨌든 온정골은 원래 노천온천이었으나 현대 들어와 덕구온천으로 개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원시 계곡으로 둘러싸인 협곡에서 시원한 폭포를 맞으며 여름을 나는 것도 신선놀음 일 수 있다. 다만 응봉산이란 지명유래는 아직 명쾌하지 않아 뭔가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