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07 06:01 | 수정 : 2019.07.07 09:45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를 만나다] 박수정·심희준 건축공방 대표 “주변과 조화 이루는 맥락있는 건축이 중요”
“사람들이 건물을 볼 때 ‘아, 이거 ○○사무소에서 지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작업하려고 노력합니다. 건축가가 작가 의식이나 욕심을 갖고 설계하는 건 좋은데, 자신의 아이덴티티보다는 건물을 지을 대지나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른바 ‘맥락(context)에 맞는’ 건축을 추구하는 박수정·심희준 건축공방건축사무소 공동 대표가 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 이 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건축의 미래를 이끌 신진 건축가에게 수여한다. 문체부는 심사평에서 “작업물 수가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일반적인 건축은 물론 도시 재생 방안부터 가구 디자인까지 다루는 등 건축 범위를 폭넓게 설정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 유학 중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박·심 대표. 현재 박 대표는 서울시 공공건축가·새건축사협회 정책위원, 심 대표는 서울시립대 겸임교수·새건축사협회 정책위원로도 활동하고 있다. 땅집고가 이들을 만나봤다.
―‘맥락에 맞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는 말은.
▶심희준: 경기도 부천에 지은 ‘레드 스퀘어 하우스’를 예로 들고 싶다. 건축주 의뢰를 받고 주변 동네를 사전 조사했더니, 전원주택 단지라 빨간 벽돌집이 많았다. 그 점을 고려해 건물 한 면을 빨간 벽돌로 채웠다.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차별성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한 것이다. 나머지 3면은 간결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컬러로 디자인해 건물이 동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건축주의 취향도 충분히 담았다.
―독일 등 유럽에서 경험한 건축과 한국의 차이는.
▶심희준: 유럽은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 도시 환경 핵심이 건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건물 지을 때 빛이나 소음까지 계산하는 등 다양한 엔지니어들과 협업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건축가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공감받는다. 아직 한국에서 통용되는 건축 문화는 아니다.
▶박수정: 한국에도 곧 이런 문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 건축주들은 건축공방이 처음 사무실을 열었던 5년 전보다 건축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가짐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무작정 건축사사무소 문을 두드리는 건축주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건축주도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국 건축 문화에 변화가 빠르게 오고 있는 것이다. 건축주들이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다보니 자신이 어떤 건물을 짓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건축가들에게 상세히 요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단순히 주거용, 상업용 건물을 갖고 싶다는데서 발전해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는 건물을 세우고 싶어하는 건축주도 있다. 한국 건축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건축가라는 전문집단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처나 건축주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건축가와 건축주간 갈등이 가장 많이 생기는 때는.
▶심희준: 아무래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비용이 문제다. 건축비 얘기를 꺼내면 건축주 가운데 절반은 연락이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 싶어하는데, 건축가는 지켜야 할 적정 공사비가 있어서다. 우리는 건축주에게 건축비에 대해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고, 예상보다 예산을 더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전에 건축비를 안내받았는데 막상 착공하면 비용이 배로 커지는 경험을 한 건축주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건축비를 투명하게 밝혀야 건축주가 건축가를 파트너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건축공방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박수정: 지난해 직접 지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축공방 사옥을 소개하고 싶다. 지상 6층 규모 건물로 1~3층은 사무실, 4~6층은 주거 공간으로 쓴다. 이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연희동 환경에 건물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건축공방 사옥만의 개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란한 빌라와 단독주택,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은 동네 분위기에 딱 맞는 건물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땅과 접한 건물 하부는 대지 느낌을 담기 위해 콘크리트 줄눈 등 거친 자재로 마감했다. 건물 외벽은 너무 튀지 않는 메탈 컬러의 아노다이징 패널로 장식해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뤘다.
▶심희준: 경기 양평에 지은 글램핑 리조트도 있다. 2013년 한국에 글램핑 붐이 막 일어났던 시기에 의뢰받았다. 글램핑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던 때라 기존 글램핑 장소는 안전이나 위생에 취약했다. 우리가 설계한 리조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온전한 휴식을 위한 호텔같은 퀄리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외관은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조약돌에서 따온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곡선으로 이뤄진 건물이어서 자연으로 둘러싸인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디자인이 독특해 관광객 눈길도 사로잡는다. 건축주가 건물을 짓고 3~4년 만에 투자금을 전부 회수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심희준: 건축은 공간의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한 사람의 컨디션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건축가는 건물을 지을 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획일화된 건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양한 건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박수정: 사람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집, 일터, 학교, 산책길, 도로 등 모든 공간에서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스트레스는 건축가가 건물을 지을 때 어떤 건축을 고민하느냐에 따라 해소될 수 있다. 건축가의 변화와 발전이 사회 퀄리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