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사랑방 주택 한옥의 요소를 더하다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민영기 입력 2015.10.02 16:42 수정 2015.10.02 16:47
주변으로 나지막한 산이 둘러싸고, 정자가 있는 너른 마당에 실개천이 흐르는 곳. 세살창 너머 고즈넉한 풍광을 담아내는 사랑방까지, 곳곳에 우리네 멋을 품은 단층집이다.
장성한 두 자녀를 출가시킨 건축주 부부는 자연을 벗하며 살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했다. 경기도 이천, 조용한 시골 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주택은 주변 풍경 속에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본격적인 설계 작업에 앞서, 대지 앞으로 흐르는 하천과의 높이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토를 하여 집터를 돋웠다. 높은 집터가 위압감을 주거나 홀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사면부에는 옹벽공사 대신 산돌과 수목으로 조경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면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대지 손실이 발생하는데, 마을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건축주의 결정 덕분이었다. 일반적인 형태의 조경 작업은 아니었기에 고민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마무리되어 지금은 안마당에서 집 앞 하천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되어준다.
대문을 지나 마당을 걷다 보면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을 만나게 된다. 이는 설계자의 아이디어로, 상류에서 흐르는 자연수를 유도하여 이웃집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던 것을 이 집의 마당으로 끌어와 실개천을 만들었다. 이곳을 통과한 물은 다시 빗물저류탱크에 모여 우수와 함께 텃밭과 조경용으로 사용된다.
[House Plan]
정남향으로 길게 앉힌 주택에서는 앞으로 열린 창과 사랑방의 누마루를 통해 주변 풍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던 건축주는 단층집에 꼭 필요한 공간만 두기로 했다. 그리하여 거실, 식당, 서재를 제외한 실 구성은 부부침실과 사랑방 두 곳으로 단출하다. 전체적인 동선은 긴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데, 부부침실과 거실은 가장 안쪽에 계획하여 안정감을 주었다.
[Interior Source]
*사랑방 시공 과정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전통 구들장 방식의 사랑방은 건축주가 특별히 요청한 공간이다. 건축주는 자연 속에서 현대식 주택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시골에서 살던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을 꼭 하나 두었으면 했다. 그리하여 현관 바로 옆에 배치한 사랑방은 외벽 역시 나무 기둥과 회벽으로 한옥처럼 마감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한지를 덧댄 세살창 바깥쪽에는 시스템창호를 추가로 시공하여 단열에도 만전을 기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누마루에 걸터앉아 건축주 부부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그림 같다. 자연과의 경계를 지우고 병풍처럼 두른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이 집에선 마당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발을 들이는 순간, 세월이 한결 흐르는 듯한 집. 이곳에서 노후를 보낼 건축주 부부의 일상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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