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우리 영토를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과 다연장로켓(북한은 방사포로 부름) 등 발사체를 계속 동해에 쏘아 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헤어진 뒤 두 달 가까이 도발을 자제했다. 하지만 북한은 5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남한 전역을 노린 단거리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연속으로 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로 확인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당시 판문점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났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옛 소련 89년 개발 BM-30 스메르시(회오리)
중국이 90년대 카피해 웨이스(호위무사) 생산
북한, 이를 개량해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개발
북한, “김정은 동지가 2012년 개발 직접 지시”
한국 공군과 미군 기지 노린 맞춤형 사거리
로켓 1발에 강철구슬 500발로 강철비 뿌려
공군력 열세인 북한의 ‘비대칭 비수’로 평가
로켓탄에 러시아 GPS 정밀 유도시스템 갖춰
중·러에서 치명적 공격무기 기술 유입 막아야
사거리 200㎞ 방사포 한국 공군기지 겨냥
특히 북한은 1일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자신들이 지난 7월 31일 발사한 것이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확인까지 해줬다. 북한이 이를 확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정보 및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히 사거리 200㎞ 정도의 신형 대구경 조종(유도) 방사포의 개발에 집념을 보이는 데 주목한다. 재래식 전쟁의 개전 초기에 휴전선에서 200㎞ 범위에 몰려 있는 한국 공군 기지들에 ‘강철 비’를 뿌려 초토화하는 전술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올해 쏘아 올린 발사체는 사거리 200㎞ 정도가 주종이다. 지난 5월 4일 고도 약 60㎞, 비거리 약 240㎞의 발사체 1발을, 5월 9일엔 고도 약 60㎞, 비거리 약 270㎞의 발사체를 각각 쏘았다. 7월 31일엔 원산 갈마 일원에서 고도 약 30㎞, 비거리 약 250㎞의 발사체를 2발 쏘았는데 한국 측이 그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동안 북한은 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며 김정은이 직접 발사를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방송은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이동식 발사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런 다음 2일 새벽엔 함남 영흥 일대에서 고도 약 25㎞, 비거리 약 220여㎞의 발사체를 쏘았는데 미사일인지 북한이 말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인지 아리송하다.
북한, 2000년대 들어 대구경 방사포에 집착
이런 판단을 위해선 북한이 이 정도 사거리를 가진 대구경 방사포 개발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개량에 나선 대구경 방사포는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됐으나 중국에서 카피한 종류로 보인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89년 BM-30 스메르시(회오리) 방사포를 개발해 실전 배치했으며, 중국은 1990년대 이를 바탕으로 웨이스(衛士·호위무사) 계열의 방사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15년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라며 공개했는데, 웨이스 시리즈 중 구경 302㎜의 WS-1B(사거리 180㎞)를 개량해 사거리를 200㎞까지 늘린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동지가 2012년 개발을 직접 지시하시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정보당국이 이미 2009년에 정찰을 통해 발견해 KN-09으로 부르는 것과 동일 기종으로 분석됐다. 김정은이 2012년 개발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는 ‘통일 대전’이라는 이름의 기습 남침작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든, 개발의 공을 김 위원장의 것으로 돌려 환심을 사려는 북한군 지휘부의 생각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방사포, 한국 공군기지 노린 ‘비대칭 비수’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사거리 200㎞ 정도의 장거리 방사포 개발에 집착하는 것일까. 일부 정보 전문가들은 이를 수원·원주·강릉·청주·서산·충주에 있는 대한민국 공군 기지를 노린 ‘맞춤형 사거리 연장’으로 보고 있다. 휴전선에서 이 정도 거리에 한미 공군의 기지의 대부분이 몰려 있다. 북한이 남침했을 경우에 대비해 공군기지를 보호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응전할 수 있도록 이 정도 거리에 기지와 비행장을 배치한 것이다. 북한은 200㎞ 사거리의 방사포를 개발해 미사일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격하려고 혈안이 된 셈이다. 결국 대형 방사포는 공군력이 열세인 북한의 ‘비대칭 비수’로 볼 수 있다.
러시아 GPS 사용 공군기지 상공에 ‘강철 비’
특히 북한이 발표한 대로 ‘조종(유도)’ 방사포가 맞는다면 발사할 로켓탄에 GPS 유도시스템을 갖춰 정확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래식 전쟁을 일으켜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공군기지를 노릴 MRL(다연장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북한이 방사포로 부르는 다연장 로켓은 운동장 정도의 범위에 다량으로 발사해 작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게 전술적 용도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정밀 타격용으로 개량하고 있다.
북한군은 이를 위해 러시아의 독자 위성항법장치(GPS)인 GLONASS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GLONASS는 2011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고 성능을 높이고 있는데. 2020년까지 정확도가 0.6m까지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북한은 러시아 기술로 개발된 중국산 ‘호위무사’를 도입해 한국 공군기지 상공에 정확히 맞춰 ‘강철 비’를 뿌리려고 사거리 확대를 지속해서 추구해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정보 당국은 유도 장비를 갖춘 북한의 ‘조종’ 방사포의 오차 범위가 현재 10m 내외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GPS 기술 진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더욱 향상됐을 가능성도 있다.
기갑부대 막으려 개발한 방사포를 북한이 전용
옛 소련과 러시아는 장거리 방사포 개발에 나선 목적은 유럽 전선에서 대규모 기갑전에 벌어질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로켓 1발에 강철구슬 500발을 넣어 이른바 ‘강철비’를 뿌림으로써 기갑차량과 기갑 보병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미 공군력을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 초기에 먼저 이를 무력화할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 장거리 방사포의 핵심 용도를 기갑전 대비에서 공군기지 파괴용으로 바꾼 셈이다. 결국 북한이 방사포 사거리 연장에 집착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재래식 전쟁의 남침 작전계획에 맞춰 필요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방사포 사거리 연장은 북한이 아직도 재래식 전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
러·중 무기기술의 북한 유입 막아야
더욱 문제는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서 치명적인 공격무기 기술을 지속해서 들여와 이를 개량해 대한민국 영토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개량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 무기체계와 물자가 유입되는 것뿐 아니라 기술이 유입되는 것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철저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부품이나 소재, 기술이 유입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이를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한국 상공을 정찰한 무인기의 카메라 등이 일본산이었음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기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소재, 부품의 북한 유입을 막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는 더욱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