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태평로] '박근혜 수감 1000일'에 벌어질 일들

산야초 2019. 11. 25. 22:15

[태평로] '박근혜 수감 1000일'에 벌어질 일들

입력 2019.11.25 03:15

與 핵심, 성탄절 특사 때 朴 전 대통령 보석 등 검토
한국당, 국민이 박수 칠 성과와 비전 보여야

배성규 정치부장
배성규 정치부장
친박(親朴) 일부 인사는 요즘 옥중(獄中)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정치적 상황을 보고하고 응원하는 내용이 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편지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는다고 한다.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감사 인사'를 편지 쓴 인사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좀 쓰라"고 권유받은 야권 인사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통해 친박 인사들에게 자신의 의중(意中)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필로 쓴 메시지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인사는 자신이 받았다는 '박근혜 메시지'를 팔고 다니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간 한국당 유력 인사들도 있다. 외부와 격리돼 있는 데다 박 전 대통령이 면담을 거절해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한국당 의원들의 시선이 이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꽂혀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성탄절에 '수감(收監) 1000일'을 맞는다. 2017년 3월3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지 2년 9개월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수감 기록이다. 그 1000일 동안 한국 정치는 요동쳤다.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남북·미북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조국 전 장관 사태가 이어졌다.

그런데 '1000일 전후' 상황도 심상치 않다. 여야는 이미 사활을 건 총선 전쟁에 들어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첫 전쟁터다. 물갈이·영입 경쟁에 이어 범여·범야의 통합 소용돌이도 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판도를 바꿔놓을 가장 큰 잠재변수가 박 전 대통령 석방이다.

지금 여권 핵심부는 성탄절 특사(特赦)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나 보석 조치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이 국민 화합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겠다는 명분이다. 여론은 찬반으로 갈릴 것이다. 야권(野圈)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게 뻔하다. 문제는 이것이 석방 찬반 논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은인자중한다면 파장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석방 후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면 극도의 국론 분열과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유 변호사와 우리공화당 지도부는 보수 진영의 젊은 인사들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공화당을 확대·재편한 '박근혜 신당'이 뜰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친박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석방 후 '자성(自省)'보다는 독자세력화를 통한 '셀프 신원(伸寃)'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범여권이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독자생존은 더 용이해진다. 물갈이 과정에서 탈락한 한국당 현역들이 대거 박 전 대통령에게 몰려갈 가능성도 크다.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야권으로선 판도라의 상 자를 열게 되는 셈이다. 여권도 이를 노리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당에 박 전 대통령은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한국당은 그 '1000일' 이전에 선제적으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의 성과와 비전을 보여야 한다. 그것도 국민이 납득하고 박수 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시선을 붙잡고, 야권을 흔들 쓰나미가 되어 들이닥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4/20191124015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