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27 08:34 | 수정 : 2020.01.27 08:48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이중희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소장 “너무 튄다고? 그래야 건물 가치 높아진다”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에 지난 10일 완공한 다세대주택 ‘시스타하우스’. 비죽하게 솟은 외관, 대형 발코니, ‘ㄴ’자 대형 창문 등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다. 꼭대기층(5층)은 층고가 일반 주택의 1.5배인 3m에 달한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이중희(39)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주위에서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주변보다 전세금이 20% 높은데도 완공과 동시에 6개 실이 계약을 마쳤다”고 했다.
―시스타하우스에 대한 반응이 좋았는데.
“신수동은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동네다. 낡은 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재개발 소식에 집을 팔고 떠난 이들이 늘면서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신촌 일대 대학생과 직장인 대상으로 셰어하우스가 유행했지만 우리는 반대로 독립된 공간을 포인트로 잡았다. 천편일률적인 원룸에서 벗어나 각 세대를 특화시키고 독창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스타하우스(sister house)라는 이름 그대로 젊은 여성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 성공했다.”
―요즘 유행하는 건축 트렌드를 꼽는다면.
“지금은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다. 1990년부터 시대별로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에서 유행했던 트렌드는 금세 사라진다. 노출 콘크리트나 벽돌, 목재 등을 사용한 건축 공법 같은 것 말이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건축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건물과 인테리어’다. 과거엔 소수만 알고 있던 좋고 특이한 건물이 지금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공유되는 시대다. 남과 다른 것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독특한 건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인데. 예를 더 든다면.
“대구시 대봉동에서 리모델링한 건물이 있다. 원래 120평 건물인데 건축주가 비용 문제로 60평대로 줄였다. 직접 카페를 운영하려고 구상했으나 공간이 비좁았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문득 '스킵 플로어(skip floor)' 기법이 떠올랐다. 건물 각 층의 바닥을 반층 정도 들어올려 설계하는 방식이다. 같은 규모의 공간이라도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스킵플로어는 주택에서 가끔 볼 수 있지만 근린생활시설에선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짓고보니 고객들이 60평으로 생각하지 않고 100평쯤 되는 줄 알더라. 아마 트렌드만 좇았다면 이런 공간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건물로 이탈리아와 독일 디자인 어워즈에서도 상을 받았을 만큼 자부심이 크다.”
―건축주들이 좋은 땅을 고르는 방법이 있다면.
“땅값이 싼 것만 보고 대지를 선택하는 건축주들이 많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지역별로 법규가 다르고 대지가 접한 도로 위치에 따라 건축 여건이 달라진다. 싼 땅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항상 건축주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반경 500m를 유심히 보라는 것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다. 같은 일반주거지역이라도 주거기능만 집중된 곳이 있는 반면 상권이 발달한 지역도 있다. 어디든 반경 500m에 대한 인구 분포와 유동 인구, 상권 분석이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 말만 듣고 땅을 사면 안된다. 아무래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단점을 숨기려는 경향이 없지 않은 탓이다. 중개업소를 통해 유동 인구 연령대와 주변에 어떤 업종이 유행인지 등의 최신 정보만 얻으면 충분하다. 차라리 건축가와 계약하고 토지나 기존 주택 구매를 함께 하는 것이 낫다.”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축 자금이 부족하면 대지의 확장성을 예측해 보라고 추천한다. ‘핫’한 동네는 옆으로 확장하기 마련이다. 성수동 상권도 뚝섬역 일대까지 넓어졌고, 홍대도 연남동과 망원동으로 퍼져나갔다. 중심부는 땅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주변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중심 상권이 확장하면서 향후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유명한 건축가와 작업해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면 결과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