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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그루 올리브 나무에 쌓인 단독주택…'애그리후드'가 뜬다

산야초 2020. 3. 14. 21:44

7000그루 올리브 나무에 쌓인 단독주택…'애그리후드'가 뜬다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0.03.14 05:05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베이비부머 물론 밀레니얼까지…전 세대 사로잡은 주거 트렌드

    얼마전 밀레니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주거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바로 힙스터비아. '힙'한 세대가 사는 곳으로 도시 외곽에 살고(live), 일하고(work), 노는(play) 것이 모두 가능한 동네를 말한다. 오늘은 이와 정반대의 주거지 트렌드를 얘기해 볼까 한다. 요즘 부쩍 개발 얘기가 많이 들리는 애그리후드(Agrihood)다. 바로 살고, 농사짓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땅집고] 미국 볼티모어 외곽에 조성한 애그리후드인 '오차드리지'의 입주자 커뮤니티센터. /오차드리지

    ■농업과 이웃의 만남

    애그리후드는 농업(Agriculture)과 이웃(Neighborhood)의 합성어다. 최근에 생긴 용어는 아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4년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소개한 개념으로 신선한 식자재에 가깝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용어는 이때 처음 소개됐지만, 농장과 주거지를 결합한 모델은 2000년 초반부터 소개되어 호평을 받아왔다.

    머릿속으로 애그리후드를 그려보기 위해, 최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 실제 개발되고 있는 한 주거지를 살펴보자. 18홀 골프장이었던 곳 주변으로 1,150 세대의 단독주택이 지어진다. 페어웨이에는 7,000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심어지고, 감귤밭이 생긴다. 입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트레일과 정원도 있다. 올리브 나무는 전문 회사가 관리하고, 직접 올리브 오일을 생산한다. 프로패셔널 농부를 고용해 단지 농작물을 관리한다. 물론 입주민들도 농장 일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곳이 바로 애그리후드다.

    ■차별화 전략과 지속 가능 개발

    주택 개발회사들의 차별화 전략과 지속 가능(sustainability)개발이란 트렌드가 만나 애그리후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 코스와 리조트 수준의 편의시설. 보통 대단위 고급 주택단지 개발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요소들이다. 이것을 전 세대가 즐기고, 경험하며, 직접 맛 볼수 있는 유기농 농장과 정원, 산책로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일부 애그리후드는 직접 기른 과일 및 야채를 파는 파머스 마켓과 이런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 교실 등을 열기도 한다.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야외 캠프와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뿐 아니라, 전원 생활을 꿈꾸는 베이비부머까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땅집고] 2004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미국 조지아주의 대표적 애그리후드인 세렌비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greencommunities.com

    ■증명된 경제적 환경적 가치

    애그리후드는 개발자나 거주민에게 직접적인 여러 혜택을 가져다준다. ULI(Urban Land Institute)에 따르면 "애그리후드는 증명된 경제, 건강, 환경적 혜택을 거주민과 개발자들에게뿐 아니라, 주변 커뮤니티와 지구에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부동산개발자로선 경제적 혜택을 포함한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개발 비용 절감이다. 골프 코스나 리조트급 편의시설을 짓는 것보다 농장을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하다. 또한 프로젝트의 브랜드화로 시장성을 높여, 분양률을 높일 수 있다. 당연히 분양가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보통 주변 주택들보다 30%까지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다. 여기에 애그리후드는 주택은 넓은 개인 마당(yard)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 다른 대단위 주택단지보다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조지아주에 유명 애그리후드인 세렌비(Serenbe)의 파운더 스티븐 나이그렌은 "(같은 면적에)전통적인 주택 단지보다 약 20%의 주택을 더 지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땅집고] 세렌비 입주민들이 농사짓는 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세렌비

    ■핫한 부동산 1위도 애그리후드

    분양 후 집값도 높게 형성된다. 최근에 부동산 정보회사인 레드핀 (Redfin)이 뽑은 미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애그리후드인 윌로우스포트(Willowsford)가 뽑혔다. 레드핀의 선정 기준은 2019년 중간 거래가격, 표시가격(ist price)보다 높게 거래된 주택 비율, 평균 거래 시간, 부동산 중개 사이트의 페이지뷰 증가 등이다. 윌로우스포드는 2019년에 약 16.3%의 주택이 최초 제시가격보다 높게 팔렸다. 중간 매각가는 91만 8,059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여러 장점에 힘입어 애그리후드가 늘어나고 있다. ULI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최소 27곳의 애그리후드가 있다.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내 유명 애그리후드로는 텍사스의 하비스트, 시카고 인근의 프레이리크로싱, 버지니아의 윌로우스포드, 캘리포니아 센데로 등이 있다.

    [땅집고] 미국에서 가장 핫한 애그리후드로 꼽힌 버지니아주 윌로우스포트에 지은 주택 내부. /윌로우스포트

    하지만 아직 애그리후드가 대세는 아니다. 차별화 전략이기 때문에 여전히 개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또한 경험 있는 개발회사가 많지 않다. 농업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경제적 혜택만 보고 달려 들기는 너무 고난도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 더 나아가 공동 농업 등에 관심 있는 개발자라면 더 높은 수익까지 넘볼 수 있는 틈새시장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