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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기 급급했던 계단, 밖으로 빼내자 경치가 달라졌다

산야초 2020. 3. 28. 22:03

감추기 급급했던 계단, 밖으로 빼내자 경치가 달라졌다

입력 : 2020.03.26 04:52

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건축주와 검증된 건축가·시공사를 연결해 주는 건축플랫폼 ‘땅집고건축’의 설계 파트너사인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과 홍예지 프리랜서 기자가 함께 펴낸 책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포북)’를 통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을 소개합니다.

[마당 있는 집] 성북천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가주택

[땅집고] 서울 성북구 성북천변에 지은 5층 상가주택 '성북천변 계단집'. /리슈건축사무소

옷과 각종 액세서리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듯, 시간이 갈수록 본연의 매력을 자랑하는 건축물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개성이 뚜렷한 건물은 건축주뿐만 아니라 설계한 건축가의 신념까지 엿볼 수 있어 더 눈길을 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지은 ‘성북천변 계단집’ 역시 건축주와 건축가의 개성이 잘 묻어난다.

건축주는 이 집 1층과 2층을 상가로 임대하고 나머지 층은 주택으로 계획했다. 주택도 2가구 정도 임대할 생각이었다. 성북천이 가까워 집을 지으면 실내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건축주는 4~5층에 살고 1~2층은 상가, 3층은 임대용 주택 2가구를 배치했다. 무엇보다 건축주가 사는 4~5층뿐만 아니라 상가와 임대용 주택에서도 성북천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조망권 확보에 주력했다.

[땅집고] 상가주택에서 잘 정비된 성북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리슈건축사무소

◆ 건축 개요

위 치: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7가
건 물: 단독주택(다가구주택),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10.90㎡(63.80평)
건축면적: 126.08㎡(38.14평)
연 면 적: 421.68㎡(127.56평)
규 모: 지상 5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
주차대수: 4대
설 계: 리슈건축사사무소
사 진: 김재윤 작가

◆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성북천변 계단집’의 가장 큰 매력은 주변과의 조화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계단이다. 많은 건축물에서 계단은 버려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컸다. 사람이 오르내리는 데만 이용하고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불필요한 요소라고 여겨졌다.

[땅집고] 계단은 집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핵심 요소가 됐다. /리슈건축사무소

하지만 이 집은 계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북천 경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했던 건축주의 바람을 실현하는데 큰 요소가 됐다. 주택에는 테라스를 만들 수 있었지만 상가에는 경치를 감상할 공간이 부족했다. 성북천 전망이 집 내부와 잘 연결되도록 외부 계단을 만들어 활용했다. 상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고객들이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각 실은 기능적인 배치를 지양하고 테라스·마당 등 외부 공간과 잘 이어지도록 연계해 입체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이곳은 성북천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 신의 한 수가 된 계단

[땅집고] 계단과 외부 풍경이 중첩돼 보이는 2층 상가 내부. /리슈건축사무소

보통 남쪽으로 채광과 전망이 모두 확보된다면 최상의 조건인데, 이 집은 성북천이 북동쪽에 있어 건축가와 건축주는 고민이 컸다. 설계를 맡았던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은 계단을 안쪽으로 숨기지 않고, 성북천이 있는 바깥으로 노출시키면서 내부 공간과 중첩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계단이 안에서 밖으로 열려 있어 유동인구가 1~2층 상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택에는 층별로 테라스를 확보하고 건축주 집에는 다락 공간, 5층에는 옥상 마당을 각각 만들었다. 건축주 사는 4층부터 다락 앞부분까지 설치한 크고 작은 테라스와 5층에 꾸민 힐링 마당은 성북천변 계단집의 방점을 찍는 장소다. 테라스는 차 한 잔과 간단한 주전부리를 즐기며 성북천 조망을 즐기는 도심 속 전원 생활의 로망을 실현해줬다.

[땅집고] 건축주가 사는 5층에 꾸민 힐링 마당. /리슈건축사무소

■ 일과 힐링을 한번에…재택근무에도 적합한 주택

요즘엔 재택 근무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으로 집을 꾸미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기 편한 공간으로 구성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땅집고] 건축주가 사는 5층 침실. 시원한 통창으로 외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리슈건축사무소

[땅집고] 빈티지한 느낌으로 꾸민 건축주의 4층 작업실. /리슈건축사무소

건축주가 사용할 4~5층 주택이 그랬다. 건축주는 미국 뉴욕의 스튜디오처럼 편안하게 업무와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건축주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한 4층은 집에서도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작업실처럼 빈티지한 느낌으로 설계했다. 집보다 사무실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집에 있는 건축 요소도 모두 녹아있다. 이곳은 단순히 먹고, 자고, 휴식한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일과 힐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