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3.17 06:00 수정 2020.03.17 09:30
조영학 작가의 야생화 이야기와 함께하는 〈핸드폰 사진관〉 두 번째는 동강할미꽃입니다.동강 할미꽃을 만나러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에 왔습니다.바로 앞에 동강이 흐릅니다. 조영학 작가가 동강할미꽃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 꽃이 그냥 할미꽃이었어요.사람들이 보면서도 그냥 할미꽃이구나 하고 지나갔습니다.어떤 사진작가가 찍은 이 꽃 사진을 보고식물학자 이영로 박사가 뭔가 다르다고 봤습니다.일반 할미꽃은 검붉은 색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양지바른 무덤 주변에서 삽니다.하지만 이 꽃은 신기하게도 강변 바위에 붙어 자라며,검붉은 색만 있는 게 아니라 자색, 홍자색, 분홍색으로 다양하며, 꽃이 하늘을 보고 있는 겁니다.그래서 이영로 박사가 연구한 후,이름을 동강할미꽃이라고 지었어요.이게 대한민국 특산 야생화입니다.우리나라 자생식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예를 들어서 금강초롱꽃은 설악산, 화악산 등 여러 군데 있어요.그런데 이 동강할미꽃은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으며,그것도 꼭 여기 동강에만 있습니다." 동강할미꽃이 하필 이리도 척박한 바위에 뿌리내리고 사는 이유가 뭘까요? 조 작가가 이리 답했습니다. "이 친구들도 지난번 변산바람꽃처럼 경쟁에서 밀려난 애들이에요.이 바위 쪽엔 다른 식물들이 침범 못 하니 터를 잡고 자기 영역으로 만든 겁니다.이런 데서 어떻게든 버텨내려고,삶을 이겨내려고 했던 게 진화가 되어 이렇게 터 잡고 사는 거죠.이렇게 바위 터 잡은 동강할미꽃, 돌양지꽃들이 다 이슬 먹고 사는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비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바위라 영양분이 넉넉지도 않을 터인데도살아내는 것을 보면 이슬 먹고 버텨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살아내며 꽃까지 피워냈으니참으로 고고합니다. 동강할미꽃엔 솜털이 나 있습니다.이 솜털을 살려 사진을 찍으려면 해를 마주한 채 역광 빛에 찍어야 합니다.하지만 역광 빛엔 꽃이 좀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어두움을 극복하기 위해 조그만 손거울을 하나 준비했습니다.손거울에 햇빛을 반사해 꽃에 비추어 주면 어두웠던 꽃이 밝아집니다. 그리고 물에 빛이 반짝반짝하는 윤슬은 바람 때문입니다.바람이 없으면 반짝임이 줄고,바람이 불면 반짝임이 일어납니다.그래서 반짝임이 배경이 되게끔바람을 기다려 사진 찍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습니다.오래전엔 다들 할미꽃의 묵은 이파리를 다 잘라내고 사진 찍었습니다.마른 이파리들이 지저분하게 보이니 정리해서 이쁘게 찍을 욕심이었던 거죠.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꽃 사진 찍으려 묵은 잎을 잘라내면 생태가 망가집니다.행여 그 잎이 썩어 양분될 수도 있고요.그 이파리 밑에 곤충들이 살 수도 있습니다.이른 봄꽃엔 곤충들이 벌, 나비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꽃에 개미가 찾아 왔습니다. 하필 척박한 바위에 터 잡아,이슬을 먹고 살면서도, .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든,동강할미꽃 자태 고고합니다. 고운 자태를 가서 보고 사진 찍되,살펴 지키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이번에도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했습니다.동강할미꽃과 아울러 사진 촬영법이 담겨 있습니다.동영상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