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준공기가 많은 이도 없을 것이다. 추풍령휴게소에는 '조국 근대화의 길, 국토 통일의 길'이라는 박 전 대통령 친필이 경부고속도로 준공탑에 남아있다.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옆 기념탑에도, 소양강댐에도 그의 흔적은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만 꼽아봐도 이렇다. 국가 건설과 근대화의 시대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준공기를 따라가보면 '한강의 기적'의 발자취와 겹칠 것이다.
▶국회 본청의 후문 출입구로 들어서면 대리석으로 된 의사당 준공기를 만날 수 있다. 1975년 국회의사당 준공에는 135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한 해 예산(1조3000억원)의 1%였다. 통일을 대비해 의원 400명에 상·하원 국회까지 예상하고 회의장을 만들었다. 지금의 예결위회의장이 상원 회의장이다. 당시 언론은 "천장에 은하수처럼 등이 많아 전기료가 걱정"이라고 했다. 처음에 제대로 지었기에 지금까지 크게 손 안 대고 쓴다.
▶노산 이은상이 쓴 준공기는 '이 집은 통일을 기원하는 민족의 전망대요, 번영을 약속하는 역사의 증언탑'이라 했다. 중간에 들어간 '박정희 대통령의 포부와 영단'이란 대목이 문제였다. 준공 당시에도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행정부 수장 이름은 들어가는데 야당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준공식에 불참했다. 이틀 뒤 측근들과 따로 의사당을 둘러본 YS는 "건물은 동양 제일을 너머 세계 제일인 건 맞는다"고 했다. 준공기도 더 이상 시비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가 3억5000만원을 들여 LED 전광판을 설치해 준공기를 덮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출입구가 어두워서'라지만 실제론 '박정희' 이름을 가리고 싶어서일 것이다. 민주당에선 준공기를 두고 "부끄러운 역사를 상징한다"는 말이 나온다. 준공기는 준공기일 뿐인데 45년 전 야당도 이해하고 넘어간 일을 이제 와 돈 들여 덮고 가리겠다는 발상이 유치하다.
▶이 정부 들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관련 전시물을 대폭 줄였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됐다. 민주당 소속 구미시장은 박정희 '탄신' 행사를 '탄생' 행사로 바꾸고 '새마을과'를 없앴다. 구미공단 50주년 기념식 홍보 영상에 박정희가 빠진 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만 들어갔다. 서울 중구는 수년째 짓던 '박정희 기념공원' 공사를 중단했다. 좌파 단체는 "현충사를 비롯한 전국 사적지에 걸린 박 전 대통령 현판들도 떼내자"고 한다. 박정희 시대는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으며,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지우고 가린다고 없어질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