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서화

겸재 화첩 50억 여쭙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산야초 2020. 7. 15. 21:37

겸재 화첩 50억 여쭙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입력 2020.07.15 19:27 | 수정 2020.07.15 21:30

케이옥션 7월 경매,
50억에 시작 50초만에 유찰

겸재 정선의 '해악팔경도' 8폭. 위 줄 왼쪽부터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아래 줄 왼쪽부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 /케이옥션



“겸재 정선의 작품, 50억 확인합니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50억 여쭙고 있습니다. 50억, 50억, 50억원.”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 경매사가 “땅!” 하고 망치를 내리쳤다. “유찰입니다!”

조선 후기 진경(眞景)산수를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보물 제1796호)이 경매에서 유찰됐다. 화첩은 이날 경매의 마지막 순서에 시작가 50억원으로 나왔으나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매사는 “50억원으로 시작해 5000만원씩 호가한다”고 알렸으나, 현장에서도 전화와 서면으로도 응찰한 사람은 없었다. 경매는 단 50초만에 끝났다.

케이옥션이 밝힌 추정가는 50~70억원. 낙찰되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게 돼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이 세운 35억2000만원이다.

이번에 나온 겸재 화첩엔 금강산과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됐다. 2013년 보물 제1796호로 지정됐다. 케이옥션은 “겸재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호)에는 없는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해금강이 추가돼 있어 진경산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소유자인 용인대 우학문화재단(이사장 이학)은 이규훈(1914~2004) 전 용인대 이사장이 1996년 설립했다. 국보 제262호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263호 ‘백자 청화산수화조문 항아리’ 등 명품을 다수 소유한 고미술계 큰손이지만, 지난해 서울옥션에 보물 제1239호 ‘감로탱화’를 내놓은 데 이어 또다시 보물을 내놔 재정난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앞서 케이옥션은 지난 5월 경매에서 간송 전형필의 후손이 출품한 보물 불상 2점을 출품해 뜨거운 관심이 쏠렸으나 두 점 다 응찰자가 나서지 않아 유찰됐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5/20200715038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