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朴대통령 '사재출연 깜짝쇼'..노동개혁 '노블레스 오블리주' 승부수

산야초 2015. 9. 15. 17:44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the300] 朴대통령, 국무회의서 '청년일자리펀드' 조성 전격 지시]

그야말로 '깜짝쇼'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청년일자리펀드'(가칭)는 국무위원들 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사전에 논의된 적이 없었다. 순수한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다.

대통령 본인과 국무위원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사재를 출연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핵심이다.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노동계의 희생에 대한 고통분담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의무)에서 찾은 셈이다. 노동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세종청사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朴대통령 '1호 기부자'…"사회지도층 참여 바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세종청사 영상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노사정) 대타협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저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들과 사회지도층 그리고 각계 여러분이 앞장서 서로 나누면서 청년 고용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며 "청년 고용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저부터 단초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본인이 '1호 기부자'가 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투자 목적이 아닌 순수한 기부 성격의 펀드에 사재를 출연하는 것은 2009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재 331억원을 들여 청계 장학재단을 설립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청계 장학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배경이 됐고, 측근들이 재단 이사직을 맡는 등 잡음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박 대통령의 출연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날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발표에 국무위원들 뿐 아니라 국무회의에 배석한 청와대 참모들도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뤄진 적이 없는 사안일 뿐 아니라 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이런 방안을 보고한 참모도 없었다. 국무회의 직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진의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으로 달려왔다.

안 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청년들이 일자리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일자리펀드' 혹은 '청년희망펀드'와 같은 이름의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조성 방안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월급 정기 납부도 검토

청년일자리펀드의 조성 또는 운영 방식은 아직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 당장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출연 받을 지, 어떤 곳에 사용할 지부터 결정돼야 한다.

출연 방식으로는 일시 기부 뿐 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기부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자발적 출연을 원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가용 현금이 많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자발적 기부자들이 여러 출연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기부 방법을 마련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입장이다.

기금의 주된 용처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이다. △청년 채용 기업 지원 △청년 취업 교육 지원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등이 우선 거론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 일부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청년일자리펀드의 조성과 운용을 맡을 기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부처에 맡기는 대신 위원회 등 별도의 기관을 신설해 사업을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고용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 산업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당국인 교육부 등이 고루 걸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년일자리펀드는 다부처 사업인 만큼 어느 기관에 맡길 지부터 결정해야 하고, 기금의 조성 및 운용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운용을 위해 투자 수익도 염두에 둬야 할 뿐 아니라 최대한 기존 사업과 중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ppark1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