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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도 쩔쩔매는 제비꽃, 이 꽃만 알면 당신도 제비꽃 박사

산야초 2021. 4. 13. 21:19

고수도 쩔쩔매는 제비꽃, 이 꽃만 알면 당신도 제비꽃 박사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1.04.13 00:00 | 수정 2021.04.13 00:00

 

드디어 제비꽃 시즌입니다. 도심 빈터와 화단, 공원 모퉁이는 물론 등산로에도 제비꽃이 피고 있습니다. 제비꽃은 꽃공부를 좀 한 사람도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제비꽃만 50가지 안팎인데다 다양한 품종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같은 종이라도 변이가 심해 뚜렷한 구분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오랑캐꽃, 앉은뱅이꽃, 씨름꽃, 장수꽃, 외나물 등 별칭도 참 많은 꽃입니다.

 

그래서 저도 해마다 이맘때면 제비꽃앓이를 합니다. 그냥 노랑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같이 특징이 뚜렷한 제비꽃만 알고 지내려고 마음먹지만, 이즈음이면 길거리에서도 산에서도 제비꽃이 나타나니 또다시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많은 제비꽃을 다 알려고 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래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특징도 뚜렷해 그나마 구분이 쉬운 제비꽃 10개를 골랐습니다. 도심에 흔한 제비꽃, 서울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종지나물 등 5개, 산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알록제비꽃 등 5개입니다. 이 꽃만 잘 알아도 당신은 ‘제비꽃 박사’ 소리를 들을 겁니다. ^^ 우선 전체 10가지 동영상 한번 보시죠.

 

제비꽃, 서울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종지나물 등 5가지는 도심에서 볼 수 있고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알록제비꽃 등 5가지는 산에서 볼 수 있다.

 

먼저 그냥 제비꽃입니다. 요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잎자루나 꽃자루는 털이 없어 매끈하지만 꽃잎 안에는 털이 나 있습니다. 꽃색이 진한 보라색입니다. 잎자루가 잎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긴 것도 제비꽃의 특징입니다.

 

제비꽃.

다음은 제비꽃 중 서울 등 중부권에서 가장 먼저 피는 서울제비꽃입니다. 잎이 둥근 달걀형으로, 잎 폭이 넓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잎맥은 밝은 연두색입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넓어야 서울제비꽃인지 헷갈릴 겁니다. 보다 보면 감이 생길 것입니다. 서울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서울제비꽃.

호제비꽃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 잎자루, 꽃자루, 잎에도 가는 털이 덮여있는데 꽃잎 안쪽에는 털이 없습니다. 제비꽃과 정반대죠? 그러니까 꽃이 보라색이고 잎이 긴 편인 것 중에서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입니다. 제비꽃은 잎에 털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 호제비꽃은 잎에 잔털 때문에 뿌연 느낌을 줍니다. 제비꽃 색이 진한 보라색인 반면 아래 사진에서 보듯 호제비꽃은 연한 보라색입니다.

호제비꽃.

요즘 도심 화단 등에서 흰색 꽃이 피는 제비꽃이 있는데 흰젖제비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잎이 넓은 삼각형 모양인 것이 특징입니다. 꽃이 젖처럼 흰색이라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제비꽃과 똑같은데 꽃색만 흰색인 것이 있는데 이건 흰제비꽃입니다.

 

흰젖제비꽃.

아래 종지나물 사진을 보면 익숙한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제비꽃 중 유일하게 사람이 재배하는 종입니다. 미국에서 도입해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릅니다.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꽃과 하트형 잎이 모두 크고, 연보라색 무늬가 꽃잎의 절반 정도를 차지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지나물.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다음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들입니다. 먼저 남산제비꽃은 4~6월 산에서 흰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입니다. 잘게 갈라져 있는 잎 모양이 독특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남산에서 처음 발견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는데, 한·중·일 이름이 같은데다 남산이라는 지명이 흔하기 때문에 서울 남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도 특징이 뚜렷해 구분이 쉬운 편입니다. 먼저 꽃 색깔이 진달래꽃 색깔과 비슷합니다. 피는 시기가 진달래꽃이 막 지는 시기여서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예쁜 이름은 잎이 처음에는 고깔처럼 말려서 나오다 점점 펴져서 붙은 것입니다.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은 딱 보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겠지요? 요즘 북한산에 가면 등산로를 따라 엄청 많이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비꽃들이 노랑제비꽃처럼 구분하기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도 북한산·천마산 정도의 비교적 큰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태백제비꽃은 꽃이 하얗고 잎은 긴 삼각형 모양인데 끝이 뾰족하고 꽃에서 향기가 납니다. 이 꽃을 만나면 꼭 맡아보기 바랍니다.

태백제비꽃.

알록제비꽃은 잎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습니다. 산에 가다 이 꽃을 보면 잎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록제비꽃.

좀 감이 잡히는지요? 제비꽃은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고수가 알려주어도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제비꽃을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많고 제비꽃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제비꽃 책만 3권이나 있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제비꽃’의 저자 박승천은 “이름을 알면 꽃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제비꽃에 대한 지식은 다른 꽃을 바라보는 방법도 알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