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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친 집값’ 만든 靑 정책실장들 “집값 상승률 낮다” 끝까지 궤변

산야초 2021. 9. 15. 21:36

[사설] ‘미친 집값’ 만든 靑 정책실장들 “집값 상승률 낮다” 끝까지 궤변

조선일보

입력 2021.09.15 03:26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고운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새로 출간한 책에서 “부동산 거품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보다 단연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 아시아적 문화라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고도 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우리 문화 탓으로 돌린 것도 이상하지만 “세계 평균보다 낮다”는 주장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얼마 전 “작년 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고 말해 듣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가장 신뢰도 높은 KB국민은행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문 정부 4년간 90%이상 폭등했고 지금도 연일 최고가를 갱신 중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집값은 전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현 청와대 정책실장들이 현실과 딴판인 얘기를 한다.

 

이들이 억지 주장의 근거로 삼는 OECD 통계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 자료는 실거래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동산원이 지난 7월 조사 대상 아파트 표본을 2배 늘렸더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0%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 이전 통계가 부실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왜곡 자료를 근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한 OECD 통계가 정상일 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유리한 일부 통계만 끌어다 부동산 참사를 가리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실토했을 정도로 집값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연구원 등 국책 연구 기관들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총체적 실패작임을 지적하는 합동 보고서를 뒤늦게 냈다. “세계 평균 이하”라는 김 전 실장의 주장이 맞는다면 왜 대출 중단이라는 초강력 규제까지 펴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애쓰나. 왜 유력 대선 주자들은 아파트 200만~300만개를 짓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나.

 

김 전 실장은 과거 저서에서 “집이 없으면 진보적 투표 성향을 갖게 된다”고 썼다. 부동산마저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 공학으로 접근하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가 없다. 여권 조차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서 실패한 공통 원인은 김수현을 기용한 것”이란 말을 한다. 김 전 실장이 주도해 설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실험은 헤아리기 힘들 만큼 큰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국민에게 입혔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여전히 억지 궤변으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