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이 갈며 준비했다···TSMC 단숨에 잡을 비밀병기 '이것' [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05: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이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열린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반도체 사업에서 10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엔 10조원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전념하는 대만 TSMC는 지난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기준 TSMC의 시가총액은 685조원으로 삼성전자(429조원)의 1.6배가량 된다.
TSMC 시총 685조, 삼성전자는 429조
삼성전자는 갤럭시로 대표되는 모바일기기부터 TV·냉장고·세탁기 등 소비자가전, 반도체를 망라하는 ‘항공모함’ 같은 회사다. 하지만 ‘일개 사업부서’ 수준인 TSMC한테, 실적과 시장 평가에서 모두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그래서 파운드리에서 ‘이름값’을 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숙제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하나(메모리 반도체)만 잘해도 엄청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삼성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독보적인 존재다. 올해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18조5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향후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는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이 58%로 1위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14%로 2위였다.
TSMC 로고. [연합뉴스]
삼성 파운드리의 히든카드 ‘GAA’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판을 뒤흔들 ‘무엇’이 절실하다. 그 히든카드가 바로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다. GAA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이자, 미래 시장을 좌우할 화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운터포인트리서치]
GAA는 삼성전자가 20년을 벼르며 개발한 비밀병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영역에서 GAA 개발은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의 변환”이라고 말했다.
전력 덜 쓰고, 크기는 더 작게
GAA는 쉽게 말하면,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작고 빠르게, 적은 전력만 소모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트랜지스터는 ‘1’과 ‘0’으로 이뤄진 디지털 정보를 전기신호로 만드는 반도체 소자다. 실리콘 기판 위에 가능한 많은 반도체 칩을 얹으려면, 트랜지스터가 최대한 작아야 한다. 또한 발열 등을 줄이기 위해 전력 소모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트랜지스터를 가장 작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물고기의 등지느러미(Fin) 모양을 닮은 ‘핀 트랜지스터’였다. 삼성의 경우 2012년 14나노 공정부터 핀 트랜지스터를 도입했다.
기존 핀펫 공정기술과 GAA 비교 [삼성전자]
하지만 7나노미터(㎚)→5나노→4나노 등 초미세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핀 트랜지스터 구조로는 4나노 이하 공정에서 ‘동작 전압(트랜지스터 등을 동작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원 전압)’을 줄이는 게 불가능했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바로 GAA다.
2002년 관련 기술 개발 시작해
삼성전자는 2018년 GAA 도입을 선언했고, 이듬해 미국과 중국 등 5개국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GAA 공정 설계 구조를 공개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 기술을 포함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개발에 나선 것은 2002년부터다. 삼성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독자적인 GAA 기술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Field Effect Transistor)’을 개발했다. 삼성전자 측은 “MBC펫 공정은 기존 7나노 핀펫 공정보다 소비 전력이 약 50% 절감되고, 공간은 45% 줄였다”며 “동시에 성능은 30% 정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GAA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념비적인’ 차세대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어서다.
GAA 기반 3나노 성공이 변수
삼성이 GAA 기반 3나노(1㎚=10억 분의 1m) 공정 양산에 먼저 성공하면 TSMC를 단숨에 잡을 수도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삼성의 TSMC 추격전은 사실상 끝이 난다. 삼성 입장에서 GAA는 파운드리 사업 명운을 걸고 던지는 승부수라는 얘기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와 관련해 “최첨단 GAA 기술을 토대로 개발된 3나노 프로세스는 향후 한층 소형화된 칩 개발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파운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내년 상반기에 GAA 기반 3나노 공정에 들어가고, 2025년엔 2나노 GAA 공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TSMC는 기존 핀펫 방식으로 내년 7월 3나노 양산에 들어가고, 2024년에 GAA를 적용한 2나노 제품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공학부 교수)은 “삼성의 자신감으로 볼 때 GAA 기술 개발에서 상당한 비전을 본 것으로 생각된다”며 “만약 내년 상반기에 의미 있는 수율(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되는 정상 반도체칩의 비율)로 양산에 성공한다면 기술력에 있어 TSMC를 앞서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 역시 “삼성은 그동안 미세공정에서 TSMC에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GAA의 성공은 삼성의 기술 수준이 TSMC와 유사하거나 앞섰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AA 2편에 계속〉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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