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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된 美 ‘침묵의 암살자’… 日·인도·대만이 앞다퉈 사는 이유

산야초 2022. 4. 24. 13:55

업그레이드 된 美 ‘침묵의 암살자’… 日·인도·대만이 앞다퉈 사는 이유

입력 2022.04.24 11:24
 

 

 

 
미 최신형 해상감시 무인정찰기 '시 가디언'이 2020년10월 일본 현지 시험평가중 일본 근해를 비행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는 시 가디언 도입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미 제너럴 아토믹사

 

◇일 해상보안청, 미국제 ‘시가디언’ 무인기 도입 예산 400여억 반영

일본·인도 등 이른바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 국가들과 대만이 ‘침묵의 암살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제 MQ-9 ‘리퍼’ 무인공격기의 개량형(해상형) 도입을 앞다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연합해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해양력 강화에 대응하고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외신과 정통한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해경)과 자위대는 시가디언 24대를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하고 우선 올해에 40억엔(400여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해상 조난 구조, 불법조업 어선 감시, 자연재해 지원 등을 시가디언 도입 이유로 내세우고 있고 일본 자위대는 뒤로 빠진 모양새다. 시 가디언이 필요에 따라 무장을 장착해 무인 공격기로 ‘변신’할 수 있는 민감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 최신형 해상감시 무인정찰기 '시 가디언'이 2020년10월 일본 현지 시험평가중 일본 근해를 비행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는 시 가디언 도입 예산을 2022년 예산안에 반영했다./미 제너럴 아토믹사

 

◇일본 도입 예정 ‘시가디언’ 24대 중 6대는 자위대용

하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도 시 가디언 도입 예산을 함께 부담하면서 군사적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이 도입할 24대의 시가디언중 18대는 해상보안청이 운용하지만 6대는 자위대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시 가디언이 소노부이(음향탐지부표) 등을 장착해 대잠수함 작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해군은 시 가디언이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MH-60R 해상작전헬기 등의 지휘를 받아 합동 작전을 펴는 ‘멈티(유무인 복합운용체계)’도 시험하고 있다. 일본 해자대는 다수의 MH-60R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유인 해상초계기와 헬기보다 훨씬 길게 초계비행을 할 수 있는 시 가디언을 활용해 센카쿠 열도 등의 중국 잠수함은 물론 동해상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 등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제 최신형 해양감시 정찰기 ‘시 가디언’ 제원. 최대 4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고 최대 항속거리도 1만km에 달한다. /조선일보 DB

 

◇일, 시가디언 중 시험평가 중 독도 인근서 고해상도 촬영

특히 지난 2020년 말 일본에서 3개월간의 시 가디언 시험 평가 중 독도 인근에서 고해상도 사진 촬영을 한 것으로 나타나 평상시 우리 영공 밖에서 독도에 대한 감시 정찰 활동에도 시 가디언을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시가디언은 미 제너럴 아토믹사 제품으로 ‘침묵의 암살자’ ‘킬러 드론’으로 널리 알려진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해상 감시용으로 개량한 무인 정찰기다.

 

시 가디언은 리퍼처럼 무장(폭탄·미사일)을 장착하지는 않지만 항속거리와 체공 시간 등 주요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km, 최대 비행 지속(체공) 시간은 40시간 이상, 레이더 탐지 거리는 370㎞에 달한다. 각종 해상감시 장비를 장착하고도 24시간 가량 비행할 수 있다. 길이 11.4m, 날개폭 24m, 최대 이륙중량 6.1t, 최대속도 시속 460㎞다. 최대 2.2t의 각종 감시정찰 장비를 탑재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폭탄·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다.

 

미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시가디언은 리퍼 무인공격기를 해상감시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연합뉴스

 

◇미군도 중국 겨냥해 리퍼 무인공격기 일 자위대 기지 첫 배치

해상감시용으로는 시뷰/시스프레이 다중모드 해상레이더,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 등을 달고 있다. 1세트는 4~6대의 무인기와 지상관제소, 임무정보세트 등으로 구성된다. 세트당 가격은 2400억원 정도다. 시가디언 1대는 경비함정에 비해 이동속도는 10~15배, 감시범위는 약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함정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미국은 지난 1월 일본 자위대 기지에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처음으로 임시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위대 기지에 미군 무인공격기가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에 있는 해상자위대 가노야(鹿屋) 항공기지에 리퍼 7~8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이는 미·일 양국이 해양 진출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정찰 활동 등을 위해 양국 시설의 공동 사용을 확대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인도, 중국 해군 감시 등 위해 시가디언 등 미국제 무인기 도입

가노야 항공기지에 리퍼가 배치되면 난세이(南西)제도 등에서 대중 경계감시 태세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퍼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 테러 배후 기획자 제거, 지난 2020년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등에도 활용됐다.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과 레이저유도폭탄,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앞서 인도 해군은 인도양에서의 중국 해군활동 감시 등을 위해 지난해 시가디언 2대를 제너럴 아토믹사로부터 리스(임대 계약)해 해상감시용으로 실전 투입중이다. 인도는 총 30대의 시가디언과 육상용인 ‘스카이 가디언’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과의 대만해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도 시가디언 4대를 오는 2024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등 영유권 분쟁이나 조업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準)군사 조직인 ‘해상 민병대’의 활용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과거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들이 배를 일렬로 연결하는 이른바 ‘연환계’로 우리 해경의 단속에 대항하는 모습.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호주는 시가디언 28대 도입 추진하다 진통

쿼드 및 오커스(미·영·호주 3각동맹) 핵심국가인 호주는 중국 견제 등을 위해 시가디언 도입을 추진하다 최근 진통을 겪고 있다. 호주는 총 28대의 시가디언 및 스카이 가디언 도입을 추진해왔는데 호주 국방부는 이달초 도입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FMS(대외군사판매) 협상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도입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소식통은 “호주 정부가 경직된 FMS 협상 대신 가격협상 융통성이 큰 상용구매 방식으로 전환해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쿼드 국가들과 대만들이 시가디언 또는 개량형을 도입하는 것은 미국과의 동맹 등을 감안해 대중 연합전선에서도 미국제 무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22년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드론쇼 코리아'에 전시된 국산 중고도 무인정찰기. 국방과학연구소와 대항항공 등이 최근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날개 폭이 26m에 달한다. /김동환 기자

 

◇해경, 중 어선 불법조업 등 대응 위해 무인기 해양감시체계 구축 추진

우리나라 해경도 불법조업 중국 어선 단속 강화 등을 위해 위성과 무인기를 활용한 해양 감시체계 구축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서해의 내해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해상민병 등 준군사조직을 동원해 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해상감시 무인기는 국내에서 최근 개발을 완료한 국산 중고도 무인기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산 중고도 무인기의 해상감시형을 개발하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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