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개월 적자만 8조원, 한전 거덜 낸 관련자들에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
입력 2022.05.16 03:24
한전이 올 1분기 7조8000억원 적자를 내 작년 한 해 적자(5조8600억원)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했다. 이대로면 올 연말까지 적자폭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전의 작년 매출 60조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다. 한전은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올 1분기에만 10조원어치 회사채를 고금리로 발행했다. 이로 인해 올해 부담할 회사채 이자 비용만 2조원을 넘는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미 파산 선고가 내려져 책임자들이 민형사 처벌을 받고 있을 것이다.
2016년 7조원의 이익을 냈던 초우량 기업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크다. 탈원전을 하겠다며 생산 원가가 LNG·석탄의 절반 이하인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선거 등을 의식해 5년 내내 전기료를 동결하는 바람에 한전을 만성 적자 구조에 빠트렸다.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정책을 펴놓고 표를 잃을까 전기료를 묶는 모순에 한전 경영이 골병들고 말았다.
지난달 한전은 ㎾h당 평균 202.11원에 전력을 구입해 122원에 판매했다. 전력을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연료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여기에다 한전은 문 정부가 호남 표를 겨냥해 추진한 한전공대 운영비의 절반까지 떠안아야 한다. 그 액수가 10년간 800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공기업을 거덜 낸 것으로 모자라 선거용 현금출납기(ATM)로 만든 것이다.
한전 적자는 전기료를 대폭 올리거나 세금을 쏟아부어 메울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부담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을 비롯, 한전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자 누구도 사과하거나 반성 한마디 한 적이 없다. 주가 폭락에 피해 입은 한전 주주들이 한전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탈원전 부담을 한전에 덮어씌운 청와대 참모들과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에너지 담당 관료들, 정부 압박에 저항하긴커녕 부당한 지시를 앞장서 이행한 한전 경영진에게 응분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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