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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도착하면 저녁 8시 들어간다, 아이돌처럼 기획된 이 식당 [사장의 맛]

산야초 2022. 6. 20. 14:21

12시 도착하면 저녁 8시 들어간다, 아이돌처럼 기획된 이 식당 [사장의 맛]

몽탄, 월 매출 6억원에 오픈 첫날부터 만석
신메뉴, 맛보다 후각, 예약방식 철저한 ‘기획’
임대료 5000만원 날리며 오픈 미루다 홈런
‘몽탄’ 조준모 대표 #사장의맛

입력 2022.06.20 11:08
 
 
 
 
 

“친정엄마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1시간 넘게 대기해서 오후 3시 30분에 먹으러 들어갔다.” (2022년 5월 8일 네이버 리뷰)

“오전 11시 20분 도착해서 예약대기 40분 후 오후 7시 30분 식사했다.”(2022년 5월 28일 네이버 리뷰)

 

언제 도착해 얼마를 기다려서 결국 먹었다는 얘기가 ‘리뷰’의 주내용인 식당이 있습니다. 낮 12시 식당에 도착하면 간신히 마지막 주문 시간인 오후 8시에 먹게 된다는 식당.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위치한 고깃집 ‘몽탄’입니다. 몽탄은 ‘우대갈비’라는 메뉴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삼각지 고가 아래 동네를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만든 식당으로 평가받습니다. 월 매출은 6억원이 넘습니다. 고깃집이 넘쳐나는 시대, 왜 

 

 

몽탄의 대표메뉴인 우대갈비. 미국산 소갈비를 뼈째 굽는 게 특징이다. /몽탄

 

 

 

◇100년된 적산가옥에 꽂히다

몽탄이 가게 문을 연 건 지난 2018년 12월. 그러나 몽탄 외관은 매우 낡아보입니다.

 

-일부러 노포처럼 꾸민 건가요?

“아닙니다. 원래 100년 넘은 적산가옥(敵産家屋)입니다. 전 주인 말씀으로는 1910년대 일제 철도 부서의 간부 관사로 썼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소방법에 맞춰서 리모델링 했습니다.”

 

-왜 이 건물을 선택했나요?

“제가 서울역 근처 중림동 토박이라 이 동네가 익숙해요. 삼각지 주변이 노포도 많고 높은 건물도 별로 없고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적산가옥에 가게를 여는 기획을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장소를 고르고 술술 진행이 됐나요?

“월세 400만원씩 내면서 1년 2개월 동안 가게를 비워놓았어요. 원래는 토종돼지 식당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물 내부를 철거해 보니 생각이 달라지는 거예요. 3개월 매일 가게에 와서 바깥 사람들을 보니 일단 유동인구가 없더라구요. 시각, 미각도 중요하지만 후각, 향에 좀 집중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몽탄의 대표메뉴는 소의 6, 7, 8번 갈빗대를 뼈째 자른 우대갈비입니다. 우대갈비를 짚불에 초벌해 손님들 테이블에 올립니다. 압도적인 비주얼에 짚불향을 가미하면서 몽탄 앞에 긴줄을 세웠습니다.

 

-우대갈비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고기를 정말 잘 아는 지인과 우대갈비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가게 이름을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따왔어요. 몽탄면에선 숭어를 짚불에 구워먹는 문화가 있거든요. 갈비에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습니다. 지금도 짚은 무안에서 가져옵니다.”

-오픈하고 장사는 바로 잘 됐나요?

 

“정식 오픈 전부터 만석이 됐어요. 처음에 여기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오픈하지 싶었거든요. 하루는 어떤 분이 ‘영업 하는 거예요? 뭐 하는 집이에요?’ 묻더라고요. 일단 손님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들어오시라 했죠. 그랬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거예요. 어떻게 알고 오신 거냐고 물었더니 ‘1년 전부터 이 가게가 뭐할까 궁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오픈을 했고, 처음부터 손님들이 밀려들었죠. 저희가 유료 광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이 됐습니다.”

 

-매출이 얼마나 나오나요?

“매장이 80평 정도예요. 좌석은 100석이고요. 정직원 30명에 아르바이트생 15명 정도 쓰는데, 월 매출은 6억에서 6억5000만원 정도 나와요.”

 

 

서울 삼각지에 위치한 몽탄의 건물 외관. 100여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만 리모델링했다. /몽탄

 

 

◇고교 때부터 불판 닦았다

조준모 대표는 몽탄의 대성공으로 외식업계에서 스타로 꼽힙니다. 다들 조 대표의 배경을 궁금해합니다.

-부잣집 아들이라 더 빨리 성공했을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원래 유복한 집안이었어요. 아버지가 유명 브랜드에 구두를 납품하는 제화공장을 운영하시고, 집도 열 채나 됐어요. 학교에 텔레비전 깔아주고, 명절에는 이웃에게 쌀 한 가마니씩 선물했죠. 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부터 집이 어려워졌죠.”

 

-얼마나 어려웠던 건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서 ‘누구누구한테 얼마 받아야 된다. 줄 돈 하나도 없고, 빌린 것도 하나도 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돌아가시고나서 거래처들이 돈을 달라고 왔어요. 소송이 7년이나 이어졌어요. 결국 다 사라졌어요. 집 있는 거 다 팔았는데도 빚이 20억이나 됐어요.”

 

-어떻게 헤쳐나갔나요?

“가정주부였던 어머니가 삼겹살집을 열었어요. 제겐 어머니가 정말 멋지고 소중한 분이예요. 악착같이 장사해서 4년 전에 빚을 다 갚았어요. 제가 도와준다는 것도 거절하셨어요. 편한 거 하시라해도, 싫다고 하세요. 엄마의 자존심이죠. 지금도 어머니는 매일 삼겹살집에 나가 반찬 직접 만들고 장사를 해요.”

 

-몽탄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중고교 때는 수업 후 엄마 가게 가서 불판을 닦았어요. 그때부터 장사하겠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장사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랑 돈 세는 게 저는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어머님 가게에서 얼마나 일한 거예요?

“군대를 갔다와서 친구와 인터넷 의류 쇼핑몰을 했어요. 하루 매출이 400만원, 마진율도 30%나 됐죠. 그때도 친구랑 ‘우리 돈 벌어서 고깃집 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사정이 생겨 쇼핑몰 6개월 만에 접고 다시 어머니 삼겸살 가게로 돌아갔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숯불 피우고, 불판 닦고, 고기 자르는 일을 7년 넘게 했어요. 매달 50만원씩 월급을 받았습니다.”

 

-월급 50만원이요?

“엄마들이 하는 뻔한 말 있잖아요? 돈 주면 다 쓸 거니까 엄마가 저금해준다. 8년째 되던 해 월급 400만원을 요구하고, 6개월 뒤에 독립선언을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미래가 없어 보였거든요. ‘난 여기서 끝나나’란 생각도 들고.”

조 대표는 2015년 서울 충정로에 숙성삼겹살집 ‘두툼’을 오픈하며 독립을 합니다. 두툼 역시 맛집으로 꼽힙니다.

 

-창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형이 5000만원, 장모님이 2000만원, 와이프 돈 1000만원 등등 합쳐니 1억1000만원즘 되더군요. 가게 얻고 인테리어는 친구한테 외상으로 했어요. 낯을 가리는 편인데도, 고깃집 사장님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모임에도 나갔어요.”

 

-잘 됐나요?

“그 동네가 치킨 골목이예요. 회사원들이 2차로 오는 곳. 그런 곳에 고깃집을 여니 처음부터 웨이팅이 생겼어요. 월 매출 1억원도 금방 넘었고요.”

 

-두툼이 잘 됐는데, 왜 몽탄을 열 생각을 하셨어요?

“두툼이 잘 되면서 유명한 외식업 사장님들이랑 친해졌어요. 다른 식당에 가면 다른 사장님들은 다 알아보는데, 제 식당은 잘 모르더라고요. ‘나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엄청 컸죠. 다른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는 매장을 한번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몽탄을 기획하게 된 거죠.”

 

 

 

조준모 대표가 몽탄 1층에서 포즈를 취했다. 조 대표의 오른쪽이 우대갈비를 짚불로 초벌하는 공간이다. /장련성 기자

 

 

 

◇밀키트 1분 만에 완판...이제 미국으로 간다

유명 맛집들도 밀키트 생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대입니다. 몽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 백화점과 협업하기도 했습니다.

 

-밀키트도 팔았죠?

“2021년일 거예요.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2000개 한정으로 판매를 했어요. 1분 만에 완판되곤 했죠.”

 

-맛집이 밀키트를 했다가 욕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도 그랬어요. 잘 팔리는데, ‘매장에서 먹는 것과 너무 다르다’ ‘맛이 별로다’ ‘굽기 어렵다’ 등 안 좋은 후기가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2000개가 다 매진돼도 제가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 욕을 먹으면서 해야 되나 회의가 많이 들었죠. 그래서 두달 정도 판매하고 중단했어요.”

 

-그럼 밀키트 사업은 이제 끝인가요?

“요새는 좀 생각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누가 인터넷으로 옷을 사 입어? 그랬잖아요. 결국은 지금 대부분 인터넷으로 옷을 사잖아요. 음식도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신 제대로 해야죠. 제 브랜드몰을 열어 판매하려고 합니다. 내년이면 본격화될 것 같습니다.”

 

-또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요?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요. 목표는 내년 안에 하는 겁니다. 지금 LA쪽에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어요. 저희 메뉴가 미국에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몽탄의 우대갈비. 짚불로 초벌을 해 향이 진동을 한다. /장련성 기자


몽탄 조준모 대표의 사장의 맛 잘 보셨나요. 다른 가게엔 있는데 몽탄에 없는 3가지가 있습니다. 몽탄의 성공 비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원칙입니다. 22일 수요일 기사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