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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시행령’에 허 찔린 野…이럴수도 저럴수도 난감

산야초 2022. 8. 12. 22:45

‘한동훈 시행령’에 허 찔린 野…이럴수도 저럴수도 난감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16:42

업데이트 2022.08.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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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급기야 본인이 직접 기존의 법을 넘어선 시행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뉴스1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굉장히 많다. 무소불위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며 한 말이다. 우 위원장은 전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할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수사범위를 확대하는 무리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한 장관이 직접 발표한 시행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줄어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늘리는 게 골자다. 지난 4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했는데, 법무부가 시행령으로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성명을 내고 법무부를 성토했다. 이들은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한계를 넘을 수 없음에도 법무부가 멋대로 검찰청법이 위임한 한계를 형해화했다”며 “독단적 시행령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직권남용죄·허위공문서작성죄 등 공직자 범죄를 다시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 중인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검찰의 ‘합법적 정치보복’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행령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당내에선 “입법으론 막을 수 없고,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법사위 관계자)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달 10일 검수완박법 시행 시점까지 강제로 시행령 개정을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검찰청법 재개정…법사위 상정 어렵고, 실효성 의문

민주당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됐던 대응책은 검찰청법 재개정이었다. 법무부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검찰청법 문구(제4조)를 들어 대통령령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늘린 만큼, ‘~등(等)’이란 표현을 ‘~중(中)’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지난 4월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민주당안에는 해당 조항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기재돼 있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당시 소위에서 “‘~등’으로 해 버리면 대통령령으로 다른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 문구는 ‘~등’으로 정리됐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김남국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등’을 ‘~중’으로 다시 바꿀 거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검찰청법 재개정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선 현실적으로 재개정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법안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기 때문이다. 기동민 민주당 법사위 간사도 이날 “(재개정) 검토는 해보겠으나, 법을 어떻게 만들어도 모법(母法) 정신을 훼손하고 부정하는 처사들이 횡행하고 있다”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기동민 간사(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을 비판하는 긴급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국회패싱 방지법…시행령 수정 요청해도 강제력 없어

그 다음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국회 패싱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입법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한동훈 시행령’ 자체를 막을 순 없다. ‘국회 패싱 방지법’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정부의 시행령이 모법에 위배될 경우 부처 장관에게 시행령 수정·변경을 요청만 할 수 있지, 강제할 순 없어서다.

게다가 국회법 개정안을 심사를 주도할 국회 운영위원장도 현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맡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회법은 관례상 여야 합의가 있어야만 개정할 수 있다”며 “당장 한동훈 장관을 저지할 수단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사법부에 기대는 野…“일대 혼란 발생할 수도”

민주당은 향후 권한쟁의심판 같은 사법적 대응 조치도 열어놓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10일 이후 수사가 이뤄지는 개별 사건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민주당 보좌관)라는 기대도 한다. 민주당 법사위원들 역시 이날 성명서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가 검찰청법이 아닌 시행령에 근거하게 되면, 검사의 범죄 수사개시를 둘러싼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검찰청법과 시행령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라, 판사마다 재판 기준이 완전히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 일대의 혼란이 나올 수도 있다”며 “예단할 수 없지만, 한 장관의 꼼수가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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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