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1899년 전차 개통식, 1950년 피난 행렬...컬러로 살아난 흑백 사진 (chosun.com)
우리나라에 전차가 처음 개통한 날 구름 같은 군중들이 이 광경을 보러 왔다. 1899년 5월 4일 흥인지문(동대문)앞에 도착한 전차를 보기 위해 모여든 군중들 모습은 흑백이 아니라 컬러 사진이다. 광복을 맞은 1945년 10월 서울 거리에서 보이스카웃 복장의 학생들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그린 ‘연합군 만세’라는 글씨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1951년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유엔군이 국군과 함께 전차 상륙함을 타고 도착하는 생생한 모습도 있다. 이 사진들은 모두 모두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해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복원왕‘을 운영하는 김성진(47), 장재득(46) 씨의 작품이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채널을 운영중이다. 이들이 지난달 30일 복원한 사진들을 모아 첫 책을 냈다. 구한말 시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역사적인 기록과 생활상이 담긴 흑백사진들을 컬러로 채색한다. 흑백으로 보면 먼 옛날로 보이는 모습이지만 컬러로 채색해서 보면 현재 모습처럼 보인다.
컴퓨터 A/S 서비스센터에서 함께 일을 했던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사진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은 김 씨와 자료 검색 능력이 뛰어난 장 씨는 오래된 골동품을 복원하는 물품 복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가 시청자 반응이 없자 직업이자 취미인 사진에 눈길을 돌렸다.
초반 3~4개월 동안 오드리햅번 같은 미국의 1920~30년대생 영화배우의 흑백 사진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저작권 탓에 대중에게 작업 결과물을 공개할 수 없었다. 결국 한국의 사진을 복원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장씨는 “우리의 기억은 흑백이 아닌 컬러이기에, 복원한 사진을 통해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또 해외의 위인들 사진은 컬러 사진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컬러로 된 위인 사진이 많지 않아, 그들의 역사적 과오를 떠나 모든 역사적 위인의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복원은 대부분 포토샵 보정을 통해 이뤄진다. 사진 한 장을 작업하는데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사전에 자료 조사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최소 8시간 이상 걸린다. 모든 사진은 역사적, 문화적 근거를 바탕으로 채색한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없어 최대한 실제와 동일한 색을 입히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복원 작업을 위해 박물관의 자료, 논문, 고서까지 찾아가면서 당시 실제 사용했던 색상을 입힌다고 했다.
포토샵을 이용해 수천번의 클릭을 통해 채색하는 작업 역시 힘들지만, 복원 작업을 위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대부분 사진이 2차 재생산 가능한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풀려있어 복원 작업에 사용할 수 있지만, 지역 공공기관에서 소장 중인 사진은 저작권이 묶여 있어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업하는 사진들 출처 대부분이 각 시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소장중인 흑백 자료들이다. 작업 대상의 사진들 대부분이 ‘공공누리 제1유형’ 등급으로 소장처의 출처만 밝히면 누구나 2차 저작물로 변형해 만들 수 있다. ‘복원왕’은 그동안 1500여 점 넘는 흑백 사진들을 컬러로 복원했다. 사진 저작권자가 불분명하면 절대 복원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독자층도 다양했다. 1970년대 해외로 이민한 한 독자는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서울이 과거 모습과 너무 달라 슬폈지만 복원왕의 사진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한국을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한국의 복원 작업을 시작하니 과거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구독자가 늘면서 개인적으로 사진 복원을 부탁하는 구독자가 많아졌는데,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의 복원을 의뢰받은 경험도 있다. 자신을 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구독자는 학생들에게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있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의 작업을 본 유튜브 채널에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이렇게 사셨군요” “과거 사진을 컬러로 보니 생동감 넘칩니다” 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현재 10만명이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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