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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휩쓴 가수 이찬원·배우 황정민

산야초 2024. 12. 23. 16:05

예능 휩쓴 가수 이찬원·배우 황정민, 의미 없는 ‘밥그릇’ 따지기 [스타와치]

이해정 haejung@newsen.com 님의 스토리
  9시간  2분 읽음


예능 휩쓴 가수 이찬원·배우 황정민, 의미 없는 ‘밥그릇’ 따지기 [스타와치]©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예능 휩쓴 가수 이찬원·배우 황정민, 의미 없는 ‘밥그릇’ 따지기 [스타와치]©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더 이상 "이쪽" "저쪽"을 따지는 연예계 밥그릇 따지기는 무의미하다.

과거 예능에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면 "왜 이분이 여기에?"라고 의아해하거나 예능인이 영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할 적엔 우스꽝스러운 감초 내지는 오지랖 넓은 친구 역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예인들이 서로의 '급'을 나누는 듯한 어색한 분위기를 시청자마저 체감할 정도였으니 오래된 연예계 풍토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느새부터인가 과감한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OTT,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며 정통 매체의 위상이 달라졌고 콘텐츠 기획, 연출, 투자 심지어 소비 행태까지 송두리째 바뀌었다. 커피, 아파트, 통신사 CF 모델이 인기의 척도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 MZ들은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라이징 스타를 판별하고 유행하는 챌린지로 인기 가수를 가려낸다. 이렇다 보니 가수가 노래만 잘하고 배우가 연기만 잘해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본업을 소화하는 실력은 기본이지만 소위 말해 '뜨기' 위해서는 강렬한 눈도장을 남길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연예계 밥그릇 전쟁이 무의미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2024 KBS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예능인상, 대상을 거머쥔 주인공은 1996년생 가수 이찬원이었다. 이찬원은 "최근에 '가수가 노래에 집중하지 왜 그렇게 방송을 하려고 하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방송이 너무 좋고 예능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 방송인으로서 예능인으로서의 길을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찬원도 언급했듯 젊고 입담 좋은 가수의 등장은 누군가에겐 강력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사정은 차치하고 변화한 소비자의 입맛을 읽는 게 우선이다. 오히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찬원의 진행 실력은 분명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불후의 명곡', '하이엔드 소금쟁이', '설렘병사의 비밀' 등 각 프로그램마다 자연스러운 진행과 적절한 유머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게다가 이날 '2024 KBS 연예대상' 진행마저 수준급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진다. 어린 나이고 본업이 가수이긴 하지만 대상을 수상한 데엔 이견이 없다는 게 전반적 분위기로 읽힌다. 개그맨 변기수는 "가수들만 챙긴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지만, 가수들이 '예능적으로' 더 잘했으면 당연히 가수가 수상하는 게 합리적이다. 재능 많고 끼 많은 후배들의 무한 영역 확장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어도 잘한 가수 머리채 잡는 식으로 부진한 후배 개그맨들의 밥그릇을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해 '뜬뜬' 채널 웹예능 '핑계고' 스핀오프 콘텐츠 '풍향고'로 예능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린 배우 황정민은 22일 진행된 '핑계고 시상식'에서 9만여표를 득표하며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후보에는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배우 이동욱에 이어 개그맨 지석진, 양세찬, 조세호 등이 이름을 올렸다. 황정민의 수상은 이변이 없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웃겼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앞으로의 잠재성도 기대된다는 평이다. 화려한 개인기나 입담, 유행어는 없지만 존재 자체로 은은하게 웃긴 아저씨 무드가 '핑계고', '풍향고'와 잘 어우러졌다. 또 이날 시상식에는 배우 차승원, 임수정, 송지효, 이상이, 이동휘 등 배우가 대거 참석해 '선 넘는' 시상식의 패러다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연예인들의 공채 기수를 외우는 시청자는 드물다. 아이돌 출신 배우는 너무 넘쳐나 일일이 인지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잘해 본인 작품 OST에 참여하는 배우들도 수두룩하다. 개그맨도 앨범을 내고 가수들도 웹 예능을 찍고 배우도 웃긴다. 콘텐츠의 레드오션에서는 칼이든 총이든 활이든 하다못해 손날이든. 부지런히 갈고닦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는 게 관건이다. 이 와중에 "우리가 궁수인데 너희가 왜 활을 쏘냐"며 따지다가는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