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여·야 지지율의 합(合)보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왜?

산야초 2015. 10. 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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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대통령 지지율이 與野 지지율 合보다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입력 : 2013.09.20 06:55

與野 지지율 合보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최근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선 과거에는 보기 힘든 매우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7%였습니다. 매주 실시하는 한국갤럽의 정치 지표 조사에서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선 새누리당 44%, 민주당 19%, 통합진보당 2%, 정의당 1% 등이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67%)이 여야(與野) 모든 정당들의 지지율의 합인 66%에 비해 더 높았습니다. 정치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1987년 이후 역대 정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야당 지지층과 무당파도 절반 가량 대통령 지지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80% 정도의 기록적 지지율을 보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는 잠시 대통령 지지율이 여야 정당들의 합산(合算) 지지율 보다 높은 전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군사정부 종식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금융실명제 단행·하나회 척결(YS), IMF 외환위기 극복(DJ) 등 ‘특수 상황’의 영향이 컸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6개월 후에는 지지율이 하락했고 임기 말까지 쭉 내리막 길을 걸었습니다.

 

한편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임기 동안 한 번도 여야 정당들의 합산 지지율에 비해 높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잦은 말실수와 여야 정쟁으로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취임 6개월 때였던 2003년 8월 국정수행 지지율이 30%에 머물렀고, 당시 여당인 민주당(27%)과 야당인 한나라당(26%)의 합산 지지율인 53%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취임 직후부터 지지율이 급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10월 지지율은 32%로 여당이던 한나라당(38%)과 야당인 민주당(17%)의 합산 지지율인 55%에 비해 크게 낮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임자들은 대부분 지지율이 여당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비슷하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지지율이 여당 뿐 아니라 모든 정당들의 지지율 합보다 높다는 것은 야당 지지층과 무당파(無黨派)에게도 골고루 지지를 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주 갤럽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대부분인 91%가 박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고, 민주당 지지층 중에선 44%, 무당파도 50%가 박 대통령을 각각 지지했습니다. 야당 지지층과 무당파에서도 절반 가량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는 ‘원칙있는 대북 정책’과 ‘외교 성과’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위협에 시종일관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감으로써 중도층과 야권 지지층에게도 폭넓게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박 대통령은 외국 방문 때마다 지지율이 치솟았습니다. 5월 방미 후에는 6%포인트, 6월 방중 후에는 9%포인트, 최근 러시아·베트남 방문 기간에는 6%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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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 수준

 

다른 한 편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야 정당들의 지지율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대통령에 비해 여야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너무 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인 44%에 비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3%포인트나 높습니다. ‘대통령은 지지하면서도 여당은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4명 중 1명 정도라는 얘기인데, 이처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차이를 보였던 것도 역대 정부에선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하지만 여권으로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격차(隔差)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여당과 동시에 지지하는 40% 정도의 국민만 진정한 여권 지지층이고, 나머지는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지지층으로 봐야 합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20·30대 및 호남권 등 기존의 야당 지지 기반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 눈에 띕니다. 이번 갤럽조사에 따르면 반여(反與) 정서가 강했던 20대와 30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55%와 51%였는데, 이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21%와 28%에 불과했습니다.

 

민주당이 예전처럼 20·30대를 강력한 아군(我軍)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특히 야권의 텃밭인 광주·전남북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로 민주당의 지지율인 44%에 비해 높은 것은 민주당으로선 충격적인 조사 결과이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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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야 모두 대통령에 비해 지지가 크게 낮은 현상, 즉 국민이 청와대와 국회를 별개로 보는 상황은 이번 갤럽조사에서 여당과 야당 각각의 역할수행에 대한 평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요즘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 38%, ‘잘못하고 있다’ 46%였습니다. “요즘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가 14%에 머물렀고, ‘잘못하고 있다’가 72%에 달했습니다.

 

각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정당정치 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것은 여야의 끝없는 막말 정치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상대 당의 주요 인사까지 비하하는 막말이 수위를 넘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측이 "문재인 의원은 문제가 많은 의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하자, 민주당 쪽에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민에게 황당한 우려를 주는 의원”이라고 맞받기도 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결로 인해 정당정치가 복원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여야 갈등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부동산시장 활성화 같은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에 대한 처리가 늦춰지거나 무산되면 ‘경제 살리기’란 국정 목표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야 대치 상황의 틈을 타고 지난 달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50% 정도 점하고 있다”며 “절반의 정치 지분이 국민의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신당’을 넣고 조사하면 여야 정당 지지자는 50% 정도에 그치고, 안철수 신당 지지자(20%)와 무당파(30%)가 나머지 절반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당파가 전부 다 안철수 의원 쪽에 지지를 보낼 것이란 해석은 근거가 미약합니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다수인 80%가 안철수 의원 쪽에 관심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을 사퇴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현재 한국 정치에는 정당정치가 없다. 정치를 선악의 도덕투쟁으로 접근하는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정치 불신도 정당의 허약함이 만든 결과”라고 했습니다. 여야와 안철수 의원 등 정치권 전체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