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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소공로 도원, 시대가 바뀌어도 탕수육 맛은 그대로

산야초 2015. 10. 24. 20:37

1위 소공로 도원, 시대가 바뀌어도 탕수육 맛은 그대로

[중앙일보]

[맛대맛 라이벌]<6>탕수육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졸업식·입학식·생일처럼 특별한 날에나 먹던 요리가 탕수육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 때나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됐지만 여전히 남녀노소 가장 좋아하는 중식 메뉴 중 하나입니다. 江南通新 독자가 뽑은 탕수육 맛집 1,2위는 옛맛이 살아있는 전통있는 중식당입니다. 40년 가까이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을 바탕으로 만드는 쇠고기 탕수육과 47년 경력의 중식 대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옛날식 탕수육 맛집을 소개합니다.

도원은 38년 전 플라자 호텔 개관 때부터 함께 해온 유서깊은 호텔 중식당이다. 아직도 선배 주방장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의 배합 비율로 탕수육 소스를 만든다.

1위
도원(더 플라자)

시대가 바뀌어도 탕수육 맛은 그대로


대표메뉴: 탕수육(소 5만1000원, 대 7만6000원) 북경오리(1마리 10만원)
개점: 1976년
특징: 호텔 개관과 함께 한 40년 역사의 유서깊은 중식당. 고(故)정주영 현대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의 단골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한우 안심을 3번 튀겨내 바삭한 맛을 살렸다. 파인애플과 계피로 만든 소스에 생과일 고명을 넣어 진한 계피와 과일향이 난다.
주소: 중구 소공로 119(중구 태평로2가 23번지) 더 플라자 3층
전화번호: 02-310-7300
좌석수: 106석(룸 14개)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오후 6시~오후 10시(연중 무휴)
주차: 호텔 주차장 이용

 
“제가 입사했을 때 이미 도원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어요. 자리가 없어 사람을 못 받을 정도였고, 예약은 필수였죠.”

 더 플라자 중식당 도원의 정한영(52) 지배인은 1986년 이 호텔에 입사했다. 도원은 이보다 10년 앞선 76년 호텔 개관과 함께 문을 열었으니 이 호텔 현장 근무 최고참 지배인인 정 지배인보다 10년 더 ‘고참’인 셈이다. 도원은 호텔 중식시대를 알린 선두주자였다. 도원에 이어 79년 신라호텔 팔선과 롯데호텔 도림(오픈 당시 상하이)이 문을 열었다.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만큼 단골이 많다.

 “어릴 때 부모 손잡고 왔던 아이가 장성해서 자기 애를 데려 오는 경우가 많아요. 도원에서 돌잔치했던 손님이 아빠가 돼서 다시 오기도 하죠. 부장이었던 분이 회사 대표가 돼서 오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아,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구나 하고 느끼죠.”

 도원 단골 중엔 정재계 거물도 많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1주일에 3~4번씩 찾을 정도였다.

 “오전 11시 10분이 좀 넘어서 현대 비서실에서 전화가 와요. 예약하겠다는 전화가 아니라 ‘조금 전 계동 사옥에서 출발하셨다’는 통보에요. 임원까지 20여명이 같이 오는데 전화가 오면 난리가 나죠. 룸은 이미 예약이 다 차있느니까요. 급한대로 홀 테이블을 연결하고 병풍으로 막아 자리를 마련합니다. ‘죄송하다’면서 자리를 안내하면 정작 회장님은 ‘밥 먹는데 자리가 뭐 중요하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 하셨죠.”

 정 회장이 얼마나 도원을 좋아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그가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1992년 대통령 선거 직후다. 건강 악화로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있던 정 회장이 도원 자장면을 먹고 싶다며 외출에 나선 것이다. 풍납동 병원에서 태평로 2가(소공로)까지 간호사가 동행했다. 뿐만 아니다. 직원이 모두 쉬는 오후 4시였지만 단골인 정 회장을 위해 쉬다 말고 식사를 준비했다.

 “순수하고 소탈한 분이셨어요. 가끔 회장님이 직접 계산할 때도 있었어요.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늘 꽤 큰 돈을 내고 가세요. 그러면 계산해서 영수증과 함께 남은 돈을 비서실로 보내드렸죠.”

 정 회장 외에도 고(故) 백두진 전 국무총리,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도원을 즐겨 찾았다. 정 회장은 육식보다는 샥스핀 찜이나 해삼 전복 등을 좋아했지만 백 전 총리와 김 전 총재 등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는 이곳 대표 메뉴는 탕수육이다. 튀기는 방법이나 소스 모두 예전 방식 그대로라 옛 맛을 지키고 있다.

 2010년 호텔 리노베이션 후 도원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유원인(43) 선임 주방장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중식당 아서원 출신으로 1996년 입사했다. 3대째 중식 요리에 종사하고 있는 화교 출신이기도 하다. 유 주방장 이전부터 40여 년 동안 이곳의 주방을 책임진 이들 모두 화교 출신이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호텔에서 일하는 걸 꿈꿀 거에요. 저도 그랬고요. 특히 도원은 호텔 중식당 중 최고였거든요. 지금도 선배들이 쌓아온 도원의 명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요. 맛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조리법을 지키고 있어요. 예를 들어 튀김 반죽할 때 계란을 넣거나 세 번 반죽해서 튀기는 건 선배들부터 내려오는 비법이예요. 이렇게 해야 바삭한 튀김 옷을 만들 수 있거든요.”

 소고기 탕수육은 덩어리째 들어온 소고기 가운데 안심, 그 중에서도 힘줄 적고 육즙 많은 가운데 부분만 사용한다. 고기는 결 반대 방향으로 잘라 손질한다. 섬유질이 분리돼 식감이 더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탕수육은 항정살만 쓴다. 유 주방장은 “다른 중식당에선 가격이 저렴한 홍두깨살과 엉덩이살을 쓰지만 우리는 식감이 부드러운 항정살을 쓴다”고 말했다.

 “고기는 과거 선배들이 해왔던 것처럼 세 번 튀겨요. 한 번 튀긴 후 건져내 잠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줘야 식감이 더 바삭하죠. 소스는 계피·레몬·설탕을 넣고 끓이는데 이 비율이 중요하거든요. 선배들이 사용하던 전통적인 배합 비율을 따르고 있어요.”

1 쇠고기 탕수육은 안심 가운데서도 힘줄과 지방이 적은 가운데 부위만 쓴다.
2 바삭한 식감을 위해 3번 튀긴다.
3 요즘 탕수육을 낼 땐 튀긴 고기와 소스를 따로 담지만, 과거엔 소스를 얹어 냈다.

 그렇다고 38년째 같은 조리법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유 주방장은 상하이의 현대적 조리법을 도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특히 기름지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중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름으로 튀기고 볶는 조리법 대신 냉채·구이·찜·조림 등 건강한 요리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탕수육에도 변화를 줬다. 전통 소스에 생파인애플을 비롯해 제철 과일을 넣었다. 유 주방장은 “냉동보다 생과일이 당연히 향이 좋고 강하다”며 “과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은 탕수육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도원 탕수육을 과일 탕수육이라 부르는 것도 이렇게 제철 과일이 늘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죽에도 변화를 줬다. 과거 선배들은 계란 노른자를 넣어 반죽했지만 유 주방장은 흰자와 기름을 넣는다. 그는 “노른자는 고소한 맛을 내지만 응고력이 부족하다”며 “반면 흰자는 반죽을 더욱 견고하게 뭉치도록 해 질감이 더욱 바삭하다”고 말했다. 기름은 기포를 생기게 해줘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손님이 탕수육 먹는 방법도 달라졌다. 유 주방장은 “예전엔 손님들이 고기에 소스를 부어 먹었는데 요즘은 소스와 고기를 따로 달라는 경우가 많아 아예 따로 담아낸다”고 말했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1·2위 어떻게 선정했나.
 
江南通新은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이윤화 대표와 식도락동호회 에피큐어 최유식 대표, JW메리어트 중식당 '만호' 장서전 셰프, 그리고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을 참고해 5개 식당을 후보로 추렸습니다. 이후 후보 식당 5곳을 2월 19일자 江南通新에 공지한 후 일주일 동안 독자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더 플라자 도원과 대가방 논현동 본점이 각각 1, 2위로 뽑혔습니다. 라이벌<7> ‘곱창’ 결과는 3월 19일 발표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추어탕’ 투표 방법은 19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위 논현동 대가방 "손님이 남기면 나는 꼭 먹어봐 …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까"

[중앙일보] 입력 2014.03.12 00:01

[맛대맛 라이벌]<6>탕수육

주인이자 주방장인 화교 대장리씨가 고기에 반죽을 입히고 있다. 대씨는 “반죽을 입힌 후 이렇게 계속 치대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2위
대가방 본점

“손님이 남기면 나는 꼭 먹어봐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까”


대표메뉴: 탕수육(2만원) 대가탕면(8500원)
개점: 1996년
특징: 유명 중식당을 두루 거친 대만 국적 화교 대장리씨가 운영하는 중식당. 감자전분·옥수수전분·밀가루·물·기름을 섞어 만든 반죽에 하루동안 핏물을 뺀 돼지고기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옛날식 탕수육이 유명하다. 현대고등학교 건너편에 압구정점도 있다.
주소: 강남구 선릉로 145길 13 럭스웨이빌딩 1층(강남구 논현동 99-7)
전화번호: 02-544-6336
좌석수: 100석(룸 4개)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9시(일요일 휴무)
주차: 발레(2000원)

“취재왔다고? 바쁘니까 일단 정리 좀 도와줘.”

 지난 3일 오후 1시40분. 논현동에 있는 중식당 대가방(戴家坊)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테이블을 정리하던 주인 대장리(64·戴長利)씨가 말했다. 점심 시간이 끝날 즈음인데도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리복을 갖춰 입지 않았다면 대씨가 주방장도 겸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뻔 했다. 대씨는 요리하는 틈틈이 주방 밖에 나와 이렇게 매장을 살핀다.

 “손님이 먹는 거 봐야지. 맛있으면 미소를 짓거든. 그걸 항상 체크해야 해. 많이 남기면 왜 남겼는지 물어보고 내가 직접 남은 걸 먹어봐. 남이 먹던 건데 지저분하지 않냐고들 하는데 주방장이라면 손님이 왜 남겼는지 알아야지.”

 대씨가 중식 요리를 시작한 건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대만 국적 화교인 그는 어린 시절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17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중식당에 취업했다. 다들 그렇듯 그릇 닦기부터 시작했다.

 “어느 날 사장이 팬을 닦으라고 하더라고. 그게 주방장 옆자리거든. 일을 배우게 해주려는 거였지. 주방장 바로 옆에서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는지, 몇 분이나 뒀다 꺼내는 지 다 봤어.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차이가 보이더라고.”v 이곳에서 2년 일한 후 서울에 올라온 대씨는 1968년 세종호텔 중식당과 동부이촌동 홍보석 등에서 일하며 고급 요리와 각종 연회를 경험했다. 홍보석은 70년대 신라호텔 팔선과 사보이호텔 호화대반점, 소공동 아서원과 더불어 중식당 4대 문파로 불리던 곳이다. 그는 85년부터는 63빌딩 중식당 목련(현 티원) 총주방장을 맡아 8년간 일했다. 자신의 성(姓) ‘대’자를 따서 대가방이라는 이름의 중식당을 연 건 96년이다. 압구정동 광림교회 옆 1층 95㎡(약 29평) 정도의 작은 가게였다.

 “커피숍 있던 자리인데 망해서 몇 달 째 비어있었어. 들어오는 가게마다 망해서 나가는 자리로 유명했대. 그래서 권리금이 없었어.”

 이전 가게들과 달리 대가방은 계속 잘 나갔다. 97년 외환위기로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힘겹게 꾸려갈 때 396㎡(120평) 규모 지하1층 일식당까지 인수해 매장을 넓혔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인테리어를 했다.

 계속 승승장구할 것 같던 대가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99년 대가방이 있던 빌딩 주인이 부도를 내 건물 전체를 경매에 넘긴 거다. 그는 보증금만 겨우 돌려받았다. 직원 월급과 식자재비를 계산해 주고 나니 남은 돈이 4만원 뿐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새 자리를 물색하다 찾은 곳이 신사동 미성아파트 건너편 뒷골목이었다. 59㎡(약 18평)밖에 안 되는 작은 매장이라 테이블 6개 놓으니 꽉 찼다. 초라해진 매장이 창피해 단골들에게 연락도 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장 앞을 오가던 사람들이 대가방을 알아봤고 하나 둘 다시 찾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았다. 2009년 인근에 압구정점을 하나 더 냈고, 2010년 신사동 본점을 논현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100석 규모로 넓어졌지만 식사 시간엔 여전히 빈 자리 찾기가 어렵다.

1 하루 300~400그릇씩 팔리는 대가방 탕수육.
2 논현동 대가방 본점 모습.
 
대가방을 다시 일어서게 해 준 대표 메뉴가 바로 탕수육이다. 하루 평균 300~400그릇씩 팔린다. 많이 팔리는 날엔 500그릇씩 나가기도 한다. 테이블마다 기본으로 한 접시씩은 나가는 셈이다. 배달 중식도 아닌데 왜 다들 탕수육을 찾는 걸까. 대가방 탕수육을 먹어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옛날에 먹던 탕수육 맛이 난다”는 것이다.

 “요즘 탕수육은 많이 바뀌었잖아. 넣는 재료도 다양해 졌고. 우리 가게에도 매운 탕수육 같은 걸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그럼 나는 탕수육이 어떻게 맵냐고 되물어. 난 그런거 몰라. 여기에 왔으면 대가방 탕수육 먹고 가라고 하지.”

 옛날식 탕수육 맛을 내는 비결은 소스다. 케첩이나 과일 통조림을 넣지 않고 전통 탕수육 레시피를 지킨다. 특히 소스는 목이버섯·당근·양파·오이·완두콩 등 전통적으로 쓰는 재료 5가지를 고수하는데 한 가지 추가한 게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맛이 탕수육 소스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튀김 주 재료인 돼지고기는 냉장 상태의 것을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핏물을 뺀 후 사용한다.

 “핏물을 빼면 고기 수분이 빠져 염도가 올라가거든. 고기 자체에 간이 될 뿐이라 고기의 식감이 부드러워져.”

 반죽은 옥수수 전분과 감자 전분·밀가루·물·기름을 섞은 후 24~48시간 숙성시킨다. 기온에 따라 숙성 시간이 달라지는데 더운 여름엔 하루, 추운 겨울에는 이틀 정도 걸린다. 잘 숙성된 반죽에선 막걸리 냄새가 난다. 반죽을 고루 묻힌 고기는 기름에 2번 반복해 튀겨낸다.

 대가방은 탕수육 맛 만큼이나 서비스 없기로도 유명하다. 중식당 가면 당연히 주는 걸로 아는 짬뽕국물이나 군만두를 여기선 기대해선 안된다.

 “서비스? 탕수육 같은 요리 시키고 서비스로 만두 안주냐고 묻는데 그럼 난 만두 갖다주며 말해. 맛 없으면 돈내지 말고 맛 있으면 돈 내라고. 그럼 한 입 먹어보고 나선 다들 한 그릇 더 시키더라고. 우린 배달음식점이 아니거든. 짬뽕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한그릇씩 만드니까 서비스로 줄 국물이 없어.”

 대가방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같은 이름의 중국집이 생겼다. 그러나 대가방은 논현동과 압구정동 딱 두 곳 뿐이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