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맛집’으로 가는 힐링 여행, 입이 즐겁고 마음은 더 즐거운 농촌식당
최근 몸과 마음의 치유를 강조한 ‘힐링(healing)’ 바람이 거세다. 여행·음식 분야도 힐링이 마케팅의 주요 코드다. 농촌진흥청이 힐링 여행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는 ‘농가맛집’을 추천했다.
‘농가맛집’은 농업인의 진정성과 이야기를 슬로푸드로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유형 농촌식당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오염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착한 음식, 그리고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전수자가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집안내력 음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방문객들은 농산물을 가꾸는 농부, 먹을거리, 추억 등 스토리가 담긴 음식에서 감동받고 직접 만들고 먹어보는 음식체험 등 농촌생활·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수미 농진청 농촌자원과 농촌지도사는 “요즘 여행과 외식업계에서도 단순히 볼거리와 음식만을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안과 치유의 3차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세”라며 “여기에 발맞춰 착한 식재료에 의한 음식, 농촌생활문화 체험,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는 ‘농가맛집’ 여행은 성과 위주의 현대인들에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가맛집은 농진청에서 향토음식 계승과 농외소득 향상을 위해 2007년부터 ‘향토음식자원화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역 식자재와 전통문화를 연계해 향토음식을 상품화하고, 스토리가 있는 농가맛집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신토불이 식재료에 제철음식이 대부분
농진청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총 68억원을 투자, 74곳의 농가맛집을 조성했다. 사업성과는 상당하다. 2009년 지원한 14곳 사업장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 2010년 14억9000여만원이던 전체 소득이 2011년 28억2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발굴·개발돼 상품화된 향토음식도 2011년 한 해에만 224종에 달한다. 이러한 맛집은 앞으로 226개소가 추가 개발된다.
농진청은 성과 위주의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힐링여행지 농가맛집을 5가지 테마로 소개했다.
먼저 천혜의 비경을 바라보며 눈의 휴식을 얻을 수 있는 농가맛집은 강원도 철원의 ‘대득봉’, 경남 거창의 ‘돌담사이로’, 충북 단양의 ‘수리수리봉봉’이 있다.
대득봉의 ‘오대두릅밥’은 두릅잎을 다져넣고 지은 밥에 두릅나물을 얹었는데, 강된장에 비벼 곰취에 싸먹는 맛이 그만이다. 앞산인 대득봉 기슭 99만㎡(30만평)가 모두 이 맛집의 소유로 필요한 식재료를 직접 재배해 음식을 만든다.
거창 신씨 집성촌인 경남 거창 황산마을의 300여년 된 유은고택에 자리한 돌담사이로는 산나물의 향기가 그윽한 곳이다. 덕유산에서 나고 자란 산나물을 직접 채취해 상을 차린다. 대표 메뉴인 산내음정식에서는 병풍대, 곤달비, 개머위 등 3가지 특별한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병풍대를 만나면 그동안 캔 나물을 다 버리고 병풍대만 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과 맛이 뛰어나다. 고추장 대신 향토양념인 매콤한 고추다지미를 넣어 먹는 나물밥도 자랑거리다. 산채더덕김치, 산채장아찌, 부각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등록문화재인 황산마을 돌담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리수리봉봉에는 산야초 오리백숙이 들어간 큰 상과 보통의 4인 가족을 위한 산야초밥상이 준비돼 있다.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는 산야초장아찌, 신선한 산채나물, 독특한 풍미의 산채만두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한 끼의 식사 뒤에 찾아오는 진한 감동으로 마음의 휴식을 찾는 농가맛집은 충남 태안의 ‘곰섬나루’, 충남 당진의 ‘상록수’, 충남 서산의 ‘소박한 밥상’이 있다.
‘농가맛집’으로 가는 힐링 여행, 입이 즐겁고 마음은 더 즐거운 농촌식당
입력 : 2012.08.13 10:00
충남 태안의 내로라하는 네 종가의 며느리들이 모여 만든 곰섬나루는 태안·서산지역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농가맛집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인 함초와 양파 등을 토속음식에 접목한 것이 특색이다. 이 집에는 4년 묵힌 함초청과 전통 간장, 태안의 명물 꽃게로 담근 함초간장게장이 특별하다.
태안의 향토음식인 개국지의 감칠맛도 일품이다. TV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돼 유명해진 게국지는 원래 가을걷이 후 남는 자투리로 만든 소박한 음식이다. 작은 게, 배추, 젓갈, 새우 등 버리자니 아깝던 재료들을 모아 탄생한 알뜰음식이다. 참여할 수 있는 체험도 다양하다. 향토음식 만들기 체험 이외에도 갯벌, 염전, 모형항공 체험 등이 가능하다.
소설 <상록수>의 배경인 충남 당진의 ‘상록수’에는 소설에 나온 음식을 재현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충남 서산의 소박한 밥상은 새벽부터 내린 콩물, 손수 고운 조청, 방앗간에서 막 짜낸 날들기름 등으로 맛을 낸 특별한 소박함이 매력이다.
자연의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귀의 휴식을 얻고자 한다면 전북 순창의 ‘장구목’, 충북 괴산의 ‘얼음골 봄’이 있다.
장구목은 자연산, 그것도 당일 잡힌 민물고기가 없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 옹고집 주인 덕에 민물새우라도 잡혀야 가볼 수 있는 독특한 맛집이다. 직접 채취한 죽순, 다래, 오디와 보리수 등 그때그때 가장 좋은 재료로만 음식을 준비한다. 교통이 불편해 한적한 것도 장점이다.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며 장구목 여울의 오묘한 바위모양을 감상하는 것도 큰 재미다.
얼음골 봄은 괴산지역 사람들 사이에는 흔한 풀이지만 약재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지칭개와 박달산의 약초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대표메뉴인 지칭개약초오리백숙은 쌉싸래한 지칭개와 약초를 넣은 오리에 찰옥수수를 얹어 맛을 더한 최고의 보양식이다.
은은한 향기에 취해 코의 휴식을 얻고자 한다면 전남 보성의 ‘차향 머문 보성예가’, 경북 안동의 ‘안동화련’이 있다. 보성예가의 음식에는 보성 녹차의 모든 것을 입 안에서 느끼게 해주는 차향이 머문다. 제철의 싱싱한 어패류를 금방 딴 녹차 잎으로 버무려 만드는 ‘녹차회’는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세상 밖으로 나온 종부의 손 맛
안동화련의 대표메뉴인 화련정식은 연잎에 오곡과 연자, 대추, 은행을 넣어 무쇠 솥으로 찐 연잎밥에 산야초와 연근으로 만든 반찬이 곁들여진다. 쌀을 불리는 데만도 5시간이 소요되며, 애벌로 밥을 한 후에도 다양한 고명이 뿌려져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만들기 힘든 음식이다.
곱게 싸인 연잎을 풀면 그윽한 향의 연잎밥에 비린내가 없는 간고등어를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다른 별미인 연저육찜은 돼지 오겹살을 연잎에 싸서 찐 다음 들기름에 볶고 특제 소스로 마무리한 요리다. 이곳에선 음식뿐 아니라 음식 만들기 체험과 연꽃농원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선비의 가르침과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담긴 음식으로 머리의 쉼을 얻고자 한다면 강원 강릉의 ‘서지초가뜰’, 경북 영주의 ‘무섬골동반’이 있다.
강원도 강릉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싱싱한 회와 초당순두부 정도다. 하지만 어머니 손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강릉 난곡동의 서지초가뜰도 꼭 들러야 할 음식명소다.
서지초가뜰의 주 메뉴는 창녕 조씨 명숙공의 종가에서 농번기와 농한기에 일꾼들에게 대접하던 ‘농사일 바라지 음식’을 상품화한 것이다. 모내기 할 때 일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한 ‘못밥’과 모내기가 끝난 후 일을 도와준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잔칫상을 재현한 ‘질상’이 그것이다. 모밥은 팥밥과 미역국, 마늘잎에 쪄낸 꽁치, 포식혜(어포를 잘게 썰어 만든 식혜), 두부찜 등으로 차려진 순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밥상이다. 질상에는 모를 내고 남은 볍씨로 가루를 내 호박고지와 감고지, 팥, 콩, 쑥을 함께 넣어 시루에 쪄낸 ‘씨종지떡’이 추가된다.
물위에 떠있는 섬과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무섬마을에서는 선비의 가르침이 담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한 끼 식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퇴계가 백성과 제자들과 나눔 속에서 공경하고 양보했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이코노미플러스
장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