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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남해바다를 품은 한려수도 일대가 새로운 경제 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산야초 2016. 2. 12. 15:36

한려수도 벨트가 뜬다

푸른 남해바다를 품은 한려수도 일대가 새로운 경제 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입력 : 2016.02.12 08:12

여수·순천·남해 등은 수려한 풍광에다 관광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어 한 해 전국에서 2500만명(연인원)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기존의 정유·화학·철강에 항공기 제조까지 더해진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급부상하고 있는 한려수도벨트의 주요 지역을 소개한다.

나만 알고 싶은 남도

해양관광 1번지 여수


바다에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다른 세상이 열린다. 돌산읍과 여수엑스포장을 잇는 거북선 대교가 불을 밝히면 오색 불빛으로 치장한 해상케이블카가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다.

여수의 밤은 아름답다. 특히 여수 밤바다는 해안에서 쏘아 올린 형형색색 조명과 풍경이 어우러져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8일 저녁 돌산공원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올랐다. 물살이 일렁일 때마다 바닷물에 비친 불빛도 꼬리를 쳤다. 400명 유람선 승객이 입 모아 "5, 4, 3, 2, 1"을 외치자 폭죽이 솟아올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한겨울 미항 '여수'로 떠나는 맛있는 여행
[조용헌 살롱] [918] 여수 向日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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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밤바다 야경(夜景)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환하게 조명을 밝힌 거북선대교 위로 해상케이블카가 우주선처럼 떠다니고 있다. 한려수도 물길 따라 향일암 오동도 거문도 백도 금오도 같은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해양 관광 1번지’ 여수를 이룬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는 경남 통영 한산도까지 300리(里) 물길, 한려수도(閑麗水道)의 첫 관문이다. 1968년 국내 첫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동도가 여수 앞바다에 떠 있다. 여수는 천혜의 자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관광객 1300만 시대를 열어젖히며, '해양 관광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수시 집계에 따르면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2013년 1040만명에 이어 2014년 992만명, 지난해 1300만명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여수의 42개 주요 관광 지점 방문객들을 모두 합친 숫자다. 여수시는 지난해 12월 11일 여수엑스포역사에서 관광객 1300만명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었다.


海上 케이블카 야경 일품
향일암은 일출 명소로 인기…
방문객 1300만명 돌파

여수의 도약에는 2012년 5월 개최한 세계박람회(엑스포)가 큰 힘이 됐다. 엑스포 개최 직전 고속도로가 2개 뚫렸고, 지난해부터는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엑스포역까지 2시간 42분에 주파하는 KTX도 개통됐다. 여수와 제주를 뱃길로 잇는 대형 여객선도 11년 만에 다시 운항을 시작했다. 히든베이 호텔, 엠블 호텔, 디오션리조트 콘도·호텔 등 숙박 시설도 확충됐다.


일출(日出) 명소로 소문을 탄 향일암은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일 새벽 해맞이를 위해 향일암을 찾은 관광객은 4만1000여명으로 지난해 2만5000명보다 60%가량 늘었다. 돌산공원에서 자산공원까지 1.5㎞ 구간 여수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는 주말이면 1시간 30분 넘게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금·토요일 오후 7시부터 운항하는 야간 유람선 뱃머리에서 보는 케이블카는 마치 허공에 뜬 우주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동도 맞은편에 자리한 엑스포장 부지에는 스카이 타워(전망대), 대형 수족관을 갖춘 아쿠아리움, 상설 전시관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만성리해수욕장 바다를 배경으로 옛 전라선을 달리는 레일바이크(왕복 3.5㎞)도 있다. 거문도, 백도뿐만 아니라 가파른 해안길을 걷는 금오도 비렁길에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기사 더보기

순천만만 있더냐, 四色에 빠진 순천


긴 다리로 물을 박차고 오른 수백 마리의 철새가 우아한 날갯짓으로 창공을 향해 치솟는다. 그 아래로 황금빛 갈대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꾸르륵 꾸르륵···.' 철새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합창인 것처럼 들려온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순천만을 찾아오는 흑두루미가 연출하는 장관이다. 흑두루미는 1m 가까운 큰 키에 흰 목과 머리, 검은 몸통을 하고 있다. 겨울에 한반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흑두루미의 80%는 순천만 습지에서 월동을 한다. 흑두루미는 다른 70여 종의 철새와 함께 순천만의 겨울 관광객을 사로잡는 진객(珍客)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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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도시인 전남 순천시엔 요즘 하루 1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사계절 내내 풍부한 볼거리가 자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선암사 운수암 담길에 핀 희고 붉은 매화꽃은 봄철 관광객을 유혹한다. 여름엔‘대한민국 1호 국가 정원’순천만정원이 푸른 물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갈대밭과 곡선형 수로의 아름다움은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 낙안읍성에 옹기종기 모인 초가집들은 한겨울 눈에 덮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영근·유창우 기자, 순천시 제공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 도시

순천만(順天灣)을 품은 전남 순천은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 도시로 꼽힌다. 순천만은 한려수도(閑麗水道)의 관문인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깊숙이 들어간 하구(대대포구)에 형성된 연안습지를 일컫는다. 연안에서 바다 쪽으로 나가면 벌교와 고흥, 여수와 만나는 여자만(汝自灣)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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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탐방객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2003년 10만명 정도였던 탐방객은 2008년 262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520만명으로 증가했다. 12년 만에 무려 52배로 늘어났다. 순천만에서 상류로 4.5㎞ 떨어진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부지(111만㎡)는 지난해 9월 '대한민국 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다. 이곳엔 57개 정원과 국제습지센터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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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국가 정원 자산가치 1조원 넘어"


순천만은 순천 지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지난해 순천만 관광객은 1인당 하루 평균 17만원을 지출했다. 520여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을 고려하면 직접 경제 유발 효과만 9000억원에 이른다. 순천시 이기정 순천만보전과장은 "순천만 국가정원만 해도 총자산가치가 1조원을 넘는다"고 했다.


순천은 전남 동부권의 행정·문화 중심도시이다. 순천 주변에는 1970년대에 여천산업단지(여수산단)가 만들어졌고, 1987년에는 광양제철소가 완공됐다. 1998년에는 광양컨테이너부두도 개항했다. 순천 자체는 뚜렷한 주도산업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주변 지역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접근성 덕분에 행정·교육·유통·소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 동부권에 있는 여수·순천·광양 등 3개 도시 중 백화점과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있는 곳은 순천뿐이다.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등지로 출퇴근하는 인력을 포함한 실거주 인구는 이미 3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정록 전남대(지리학과) 교수는 "순천만 생태관광과 주변 지역 소비 구심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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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閑麗水道) 관문인 여수 오동도에서 북쪽으로 물길 17㎞를 거슬러 올라가면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묘도(猫島)를 만난다. 조용한 어촌이었던 이 섬은 2013년 이순신대교가 개통되면서 전남 동부 경제의 대동맥이 됐다. 이 섬에서 이순신대교를 건너면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인 광양제철소와 물동량 기준 국내 2위 항구인 광양항에 닿는다. 섬 남쪽 묘도대교 너머에는 여수석유화학단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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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만을 가로질러 광양제철소(다리 위쪽)와 여수 묘도(猫島)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의 야경. 2013년 2월 8일 전면 개통된 이 다리는 총길이 2260m의 현수교로 주탑의 높이가 서울 여의도 63빌딩보다 높은 270m이다. 이순신대교 건설로 광양항과 여수석유화학단지 간 이동 거리가 종전의 60㎞에서 10㎞로 대폭 단축됐다. /광양시 제공

광양은 한려수도 벨트의 대표적인 공업 중심지로 꼽힌다. 광양제철소와 여수산단에서 생산된 철강·석유화학 제품은 광양항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된다. 광양은 오는 2025년까지 항만 배후 산업단지의 생산액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00조원 규모로 끌어올려 '한국판 로테르담'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철강·물류 기반의 기업도시


전형적인 농어촌이었던 광양은 1981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들어서면서 기업도시로 변모했다. '철강'과 '물류'가 핵심 성장 동력이다. 금호도 갯벌을 매립해 만든 광양제철소는 지난 1987년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조강(쇳물) 생산량은 2147만t으로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이다. 면적은 20.9㎢로 포항제철소의 1.7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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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제철소에
전체 물동량 국내 2위
신소재·에너지 기업 등 유치,
2025년 생산액 200兆 목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광양 경제에 미치는 제철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광양 인구 15만3500명 중 제철소 관련 인구가 4만8500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광양시민 3명 중 1명이 제철소를 기반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광양항도 지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컨테이너와 일반 화물을 합친 전체 물동량은 2억6300만t으로 부산(3억5900만t)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경제 사정은 넉넉한 편이다. 2013년 광양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9조8300억원으로 1인당 GRDP는 6500만원 수준이다. 국내 최대 기업도시라는 울산시(1인당 GRDP 5700만원)보다 많다.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는 능력을 보는 '재정 자립도' 역시 지난해 31.8%로 전남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기사 더보기

관광·항공 양날개 달고 飛上하는 남해·사천


'로렐라이' '구텐베르크' '베토벤하우스'…. 독일식 이름을 단 간판 뒤로 유럽 어느 마을에 온 듯 이국적인 집 30여 채가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주황색 지붕에 벽을 하얀색으로 칠했다. 언덕 위에 올라서자 마을 아래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였다. 지난 23일 오후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에는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남해와 사천은 한려수도 벨트의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다. 남해는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지만 한 해 전국서 오는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는다. 그 옆으로는 '한국의 시애틀(보잉사가 있는 미국 도시)'이라는 사천시가 있다. 첫 국산 경(輕)공격기 FA-50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웃한 남해와 사천이 관광과 항공 산업이라는 두 날개로 이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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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독일마을 전경. 남해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독일마을은 작년 10~11월 맥주축제 당시 전국에서 9만145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남해군청 제공

◇남해, 관광과 힐링의 보물섬


독일마을에서는 해마다 가을이면 맥주 축제가 열린다. 작년 맥주 축제 방문객은 9만145명으로 2014년(7만4889명)보다 20%가 늘었다. 2012년에 비하면 3배 수준이 됐다. 부산 해운대에서 온 신은주(37)씨는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인데, 예쁜 집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진다"고 했다.


'힐링 보물섬' 남해
독일마을·다랭이마을·錦山…
작년 전국에서 500만명 찾아

독일마을 외에 태조 이성계가 산 전체를 비단으로 입히려 했다는 금산(錦山), 상주면의 '은모래 비치',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마을,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 등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전사한 노량 앞바다도 남해에 있다.이런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2002년 257만명이었던 남해의 관광객은 2008년 398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2017년 남해 조도·호도에 '다이어트 보물섬' 생긴다
이국적 풍경 안주 삼아 즐기는 '독일마을 맥주축제'

남해군은 관광 기반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올해 섬 곳곳에 경관 조망 시설과 휴게 시설을 설치하는 '보물섬 관광 실크로드' 조성이 본격화된다. 2017년까지 336억원을 투입해 미조항 앞바다에 있는 조도와 호도 등에 휴양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관광이 지역의 고부가가치 농어업과 결합돼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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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금산 보리암 /남해군청 제공

'한국의 시애틀' 사천
FA-50機·수리온 헬기의 고향…
항공업체 37곳, 매출 2조5000억

◇사천, 국내 최대 항공 산업 기지

삼천포대교를 통해 남해와 연결되는 사천은 국내 항공 산업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8일 찾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기동(棟)에서는 FA-50의 몸체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몸체 안에 전자 장비와 유압 튜브 등 각종 부품이 설치되고 있었다./ 권경훈 기자  ▷기사 더보기

한국항공우주, 수리온 의무후송전용헬기 첫 시험 비행 성공
28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내 항공기동에서 국산 초음속 경공격기 FA-50이 조립되고 있다. KAI는 지난해 FA-50과 FA-50의 훈련기 기종인 T-50 수출에 힘입어 매출액 2조9000억원, 영업이익 285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김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