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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섭취, 매끼 잡곡밥·나물 반찬 한 가지로 충분

산야초 2016. 4. 13. 12:37

식이섬유 섭취, 매끼 잡곡밥·나물 반찬 한 가지로 충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6.04.13 09:11        

[식이섬유의 두 얼굴]

꼭 필요하지만 과다섭취는 문제… 설사·복통 유발… 영양소 배출해
어린이는 가공식품 특히 주의를

식이섬유가 변비·비만·이상지질혈증·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식이섬유를 일부러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생과일·채소 주스 전문점이 등장한 것은 물론, 유가공품·음료수에도 식이섬유를 첨가하고 제품 라벨에 '고식이섬유' '식이섬유 풍부'라고 표기한 것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식품이 그렇듯, 식이섬유도 과다섭취하면 득(得)이 될 것이 없다. 특히 어린이나 과민성장증후군·게실염 같은 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이섬유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이섬유 충분섭취량 외

주부 김모(32)씨는 최근 13개월 된 딸이 만성설사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을 해 걱정이 많다. 두 달 전부터 딸에게 배에 꿀과 설탕을 섞은 배숙과 밤 등을 먹이고 난 뒤, 하루에 10번 이상 설사를 해 체중이 10㎏에서 8.1㎏으로 빠졌다. X-레이 검사 결과 심한 설사로 인한 장(腸) 마비 소견이 보였다.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장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배숙 같이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먹게 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식이섬유 과다섭취 비율 10~40%

식이섬유는 권장섭취량이 따로 없고 '이 정도면 충분히 먹었다'는 의미의 충분섭취량 기준만 있다〈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공학과 김지연 교수는 "과거에 비해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과일·채소 같은 식품을 통해 식이섬유를 보충해야 되는 것은 맞다"며 "일부 사람들이 식이섬유 효능을 맹신해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식이섬유 과다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에서는 10% 미만, 19세 이상 성인에서는 10~40%가 식이섬유를 과다섭취했다〈그래프〉.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1일 식이섬유 섭취량이 성인 기준 50g을 초과하게 되면 설사·구토·복부팽만·두통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장 질환자 특히 주의

식이섬유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린이·장 질환자는 다르다. 식이섬유는 위에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데, 어린이는 위 용량이 작아 식사량이 줄어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는 흡착력을 가지고 있는데, 몸에 나쁜 것만 흡착하는 것이 아니라 소장에서 영양 성분(비타민, 미네랄)을 흡착해 밖으로 배출한다. 숭의여대 식품영양학과 차윤환 교수는 "영유아·어린이는 흰 쌀밥을 먹을 것을 권한다"며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따로 식이섬유를 보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식이섬유 과다 섭취자의 비율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송준영 기자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역시 식이섬유를 과다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식이섬유가 대장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수소·탄산 가스가 장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게실(장벽이 약해져 주머니처럼 튀어나온 것) 환자의 경우도 식이섬유 찌꺼기가 게실에 들어가면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과다섭취를 피해야 한다.

◇'고(高)식이섬유' 제품 조심해야

식이섬유는 과일·채소 같은 자연식품을 먹을 때보다 식품 라벨에 '고식이섬유' '식이섬유 풍부'라고 써있는 가공식품을 먹을 때 과다섭취하기 쉽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식이섬유가 많다고 강조 표시한 유가공품·음료류 15개를 분석한 결과, 일부 제품은 하루 2개만 먹어도 어린이 1일 충분섭취량(5세 이하 10~15g)을 초과했다. 일부 건강기능식품에는 성인 1일 충분섭취량(20~25g) 이상의 식이섬유가 들어있었다. 김지연 교수는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것도 있으므로 음료에 든 식이섬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주스 열풍이 불면서 과일·채소를 갈아먹는 사람이 많은데, 과량 섭취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동호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식이섬유 섭취를 늘린 뒤 복통·설사 등이 나타나면 양을 줄여야 한다"며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싶다면 천천히 늘려야 이를 분해하는 장내세균도 같이 증식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한 식이섬유 섭취량은 성인을 기준으로 매끼 흰쌀·보리 등을 섞은 잡곡밥을 먹고, 시래기, 고구마줄기, 고사리 나물 등 식이섬유가 많은 반찬을 끼니마다 한 개씩 먹으면 된다.

☞식이섬유

식이섬유는 위·소장에서 소화·흡수가 되지 않고 대장에서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영양소이다. 물에 쉽게 용해되는 수용성 식이섬유(펙틴, 검)와 용해되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셀룰로스, 리그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