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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이 설립한 소코글램 “韓화장품에 반해 전도사 되다”

산야초 2016. 5. 24. 09:09

[K-뷰티의 미국 습격] ① ‘삼성 출신’이 설립한 소코글램 “韓화장품에 반해 전도사 되다”

  • 뉴욕=배정원 기자

  • 입력 : 2016.05.23 08:47 | 수정 : 2016.05.23 15:11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만 통했던 K-뷰티 제품의 인기가 미국에도 번지고 있다. 제품의 ‘품질’을 중요시하는 까다로운 미국인의 성향까지 사로잡은 것인데, 미국 최대 온라인 몰 아마존에는 ‘코리안 뷰티’ 페이지가 생겨났을 정도다. 전 세계 최대 화장품 유통회사인 세포라 역시 올해 눈여겨볼 뷰티 트렌드로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을 꼽고 있다. 뉴욕에서 K-뷰티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4개 회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샬롯 조(오른쪽)와 함께 소코글램을 공동 창업한 남편 데이브 조. /사진=소코글램 제공
    샬롯 조(오른쪽)와 함께 소코글램을 공동 창업한 남편 데이브 조. /사진=소코글램 제공
    소코글램(Soko Glam)은 2012년 캘리포니아 출신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인 샬롯 조와 그녀의 남편 데이브 조가 세운 한국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이다. 설립한 지 3년 만에 회원 2만여명, 연 매출 300만달러(한화 약 36억원)를 달성했으며, 현재 매출이 매달 30%씩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의 70%는 비(非) 아시아인이다. 고가품은 판매하지 않으며 제품의 90% 이상이 로드숍 화장품으로 구성돼 있다.

    소코글램은 단순히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숍과 블로그를 같이 운영해 사용자들의 실시간 리뷰와 소통이 가능하다. 블로그(blog)에 한국(Korea)을 뜻하는 ‘k’를 더한 클로그(klog)를 통해 다양한 뷰티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미국의 유명 패션잡지인 ‘마리끌레르’, ‘보그’, ‘러키’, ‘얼루어’ 등에 소개된 한국 뷰티와 화장법을 공유하면서 미국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소코글램 공동 창업자 샬롯 조와 데이브 조를 만났다. 그들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으로 ① 가성비 ②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귀여운 용기 및 포장 ③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 캘리포니아에서 자라 한국 화장품이나 한국 여성들의 화장 습관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대학 졸업 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해외 홍보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명동 한복판을 가득 메운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를 처음 접하게 됐죠. 1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은 물론이고 패키징도 아기자기한 한국 화장품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가장 놀란 부분은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스킨 케어의 제품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에는 ‘이중 세안’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한국에서는 매우 흔한 스킨 케어 과정의 일부죠? 화장을 한 날은 오일 혹은 크림 등의 기름 성분으로 한번 닦아내고, 폼 클렌저로 다시 세안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미국 대부분 여성은 얼굴에 특별한 제품을 쓰지 않고, 비누 혹은 바디 워시로 전체를 닦아 내기도 합니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를 진하게 바른 날에 도요.”

    -화장을 하고도 제대로 세안하지 않는다고요?

    “네. 미국에서 화장품 시장은 색조 제품을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다인종 국가다 보니 아이섀도와 립스틱, 파운데이션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고, 제품의 품질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세안을 하고 나서 토너, 세럼, 에멀전, 수분 크림을 바르는 복잡한 순서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합니다.

    외출할 때 얼굴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일도 드물어요. 한국과는 많이 다르죠? 저도 한국에 가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수분 크림을 바를 정도로 스킨 케어에 무지했습니다. 한국에서 정말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는 스킨 케어 루틴을 따르기만 해도 피부가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미국에서 한국 제품을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쇼핑몰과 함께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게 아이디어였습니다. 단순히 한국 화장품 제품을 팔기만 해서는 미국인들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어떻게, 언제, 얼마나 자주 사용해야지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줘야 합니다.”

     샬롯 조 대표 /사진=소코글램 제공
    샬롯 조 대표 /사진=소코글램 제공
    -한국의 어떤 스킨케어 제품이 좋던가요?

    “우선 바닐라코의 ‘클린잇제로’라는 클렌저를 좋아해요. 기존 오일 혹은 크림 타입과 다르게 밤(balm) 제형입니다. 부드럽게 발리면서 립스틱, 아이라인 등 색조 화장이 매우 잘 지워져요. 이 화장품으로 화장을 지우고, 그 다음 한국에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과 박태윤이 런칭한 브랜드 ‘손앤박’의 ‘뷰티워터’를 솜에 묻혀 피부톤을 정돈합니다. 그리고 마스크팩을 자주 이용해요. 마스크팩도 한국에서 처음 본 상품이었고, 저렴한 가격에 효과가 좋아서 매우 애정 하는 아이템입니다.”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요?

    “매출이 매달 30%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수치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종종 고객의 반응을 마음으로 느낄 때도 있어요. 가끔 뉴욕을 거닐다 보면, 저를 알아보며, ‘자신의 인생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팬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간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을 전혀 몰라서 여드름 등으로 고생했는데, 제가 소개하는 피부 관리법과 제품을 사용해보고 좋아진 케이스죠. 이런 고객을 만날 때 K-뷰티 업체로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10년전 아모레 등 대기업은 뉴욕 진출에 실패했는데, 소코글램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제 생각에 대기업들이 뉴욕에 진출할 때 ‘고급화’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에스티로더, 랑콤 같은 고가의 프랑스 브랜드와 비슷해 보이려고 애썼지요. ‘메이드인 코리아’의 흔적을 지우고 고급스러운 용기에 넣어, 할리우드 여배우를 중심으로 마케팅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제품의 강점이 ‘프랑스 제품과 비슷하기 때문’은 아니잖아요? 같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라도 ‘이니스프리’나 ‘에뛰드 하우스’는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재미있고 귀여운 시도를 많이 해 미국인에게 신선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아직 K-뷰티를 중국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시장이 매우 비슷합니다. 같은 아시아인의 유교권 문화지요. 그래서 한국 제품이 전파되기도 쉽지만, 아직 화장품 시장의 전체 파이가 더 큰 곳은 미국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스킨 케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셈이지요.”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조언을 해준다면요?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용기에 영어 표현부터 개선해야 합니다. 국내 미국 제품 영문 표기는 ‘화이트닝’으로 되어 있는데, 상당히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피부를 탈색한다는 어감도 좋지 않고요. 피부를 밝게 하는 용도라면 ‘브라이트닝’이라는 용어를 써야 합니다.

    또 지나친 가격 경쟁도 삼가야 합니다. 명동에 가면 매달 할인 행사를 하는 브랜드샵이 많더라고요. 쇼핑의 천국인 미국에서는 의류, 구두, 가방 등 재화는 365일 세일 행사를 하지만 화장품 할인은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1+1’, ‘반값 할인’ 등을 계속 내세운다면 ‘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나서 세일로 팔 바엔 아예 할인된 가격을 정가로 책정해 출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소코그램 홈페이지 /사진=소코글램 제공
    소코그램 홈페이지 /사진=소코글램 제공
    샬롯 조 대표는 지난해 발간한 K-뷰티 책 ‘더 리틀 북 오브 스킨 케어(The Little Book of Skin Care)’를 통해 한국 문화를 중심으로 피부 관리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국내 뷰티 기업들이 미국에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도 단순히 제품의 기술력을 홍보할 것이 아니라 한국 여성의 피부 관리법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K-뷰티 유행이 지속되려면, 한국 여자의 라이프스타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여자처럼 사는 법’이 세계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 미국에서 ‘살찌지 않는 프랑스 여자’, ‘늙지 않는 프랑스 여자’ 등이 책이 쏟아져 나오며 프랑스 여자처럼 아름다워지기 위한 열풍이 불었습니다. 한국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 피부가 깨끗한지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 K-뷰티 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어린 시절 피부 트러블로 고생했지만, 한국 제품을 쓰고 깨끗하게 나은 것처럼, 다른 미국인들에게도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모두 아름다운 피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와 공동창업자인 남편 데이브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술력과 문화에 놀라곤 합니다. 화장품뿐 아니라 서비스, 쇼핑, 음식 등 혁신적인 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뷰티 제품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문화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