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원 걸린 '씨앗 전쟁'...한국도 '골든 시드 프로젝트'로 도전장
입력 : 2016.05.22 21:37
옛날 농부들은 “굶어죽을지언정 종자(種子)를 베고 죽는다”고 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앞으로 농사를 위해 종자를 남겨둔다는 뜻이다. 종자는 예로부터 후손과 미래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 만큼 귀한 존재였다.
그동안 국내에서 종자 산업은 생산력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품질 개량을 하는 사업 정도로 생각돼 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종자는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2014년 기준 537억달러(약 64조원) 수준인 세계 종자 산업 규모는 2020년 920억달러(약 11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는 우량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종자 산업의 수준이 강대국과 약소국을 구분하는 척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가 더는 종자 산업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다.
◇식량 전쟁이 곧 종자 전쟁
종자는 증식·재배·양식용으로 쓰이는 씨앗, 버섯 종균(種菌), 묘목, 포자(胞子), 영양체인 잎·줄기·뿌리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농업용 종자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소재나 바이오 작물용 종자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종자는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원을 바탕으로 교배, 계통 선발, 증식, 채종(採種)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된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육종(育種) 과정에는 5~10년에 이르는 긴 세월과 큰 비용이 소요된다.
종자 산업은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해충이나 이상기후에 강하면서 맛과 영양이 향상된 품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능성 식품, 의약품 원료, 바이오 연료 등과 연계해 종자 산업은 고부가 가치 첨단 융복합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종자 산업이 전 세계적 식량 전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유엔(UN)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 발전으로 1인당 곡물 소비량도 증가세다. 반면 지속적인 경지 면적 감소와 이상기후로 농산물 공급은 오히려 불안정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34개국이 식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세계 인구의 11%가 굶주리고 있다고 추산한다.
식량 부족 문제는 결과적으로 식량 자원화·무기화로 이어져 식량 전쟁을 촉발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2012년 다보스 포럼에서 “물과 음식 부족으로 ‘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종자의 중요성에 주목해 유전자원 선점과 이를 통한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자 주권을 강화해 식량 안보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6개국이 세계시장 60% 점유
종자 자원이 풍부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인도·브라질 등 6개국이 전 세계 종자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이 국가들에서도 종자 산업은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다국적기업이 주도한다. 몬산토·듀폰·신젠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품종 자원과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곡물 회사와도 적극 제휴해 종자 개발에서 보급, 농산물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중국·인도 등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몬산토는 종합화학기업으로 1990년대 중반 화학 사업을 매각한 후 생명공학과 종자 회사들을 사들여 세계 최대 종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종자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 작물(GMO) 종자 시장에선 점유율이 80%로 압도적이다. 듀폰도 2004년 화학섬유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농화학 회사인 그리핀과 종자 회사를 인수해 생명공학기업으로 거듭났다. 신젠타는 세계 작물 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종자 시장점유율 3위의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세계 종자 시장을 이끄는 경쟁력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몬산토는 매년 매출의 12% 정도인 10억달러 이상을 연구 개발에 쏟아붓는다. 듀폰도 마찬가지다. 농업 분야 연구에만 10억달러 정도를 집중한다. 신젠타의 연구 개발 투자비도 연간 11억달러에 달한다.
◇“한국 종자 산업은 걸음마 수준”
우리나라의 경우 60여개 종자 회사가 무·배추·고추·수박 등 채소 종자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체 육종 시설과 연구 능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최근 LG화학이 인수한 팜한농과 농협 등 2개 회사 정도에 불과하다. 다국적기업인 다끼이, 사카타 등 5개사가 국내 종자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세계 종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걸음마 수준인 국내 종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를 출범시켰다. ‘금보다 비싼 종자’라는 의미를 지닌 사업이다. 2021년까지 800 0억원을 투입해 뒤떨어진 국내 종자 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추·무·수박·파프리카와 관련된 새로운 종자를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농업·원예업 종사자들이 해외 기업에 지불하는 로열티를 대폭 줄이는 한편 2021년에는 외국으로부터 2억달러 정도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종자 산업은 생산력이 좋은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품질 개량을 하는 사업 정도로 생각돼 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종자는 거대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2014년 기준 537억달러(약 64조원) 수준인 세계 종자 산업 규모는 2020년 920억달러(약 11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는 우량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종자 산업의 수준이 강대국과 약소국을 구분하는 척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가 더는 종자 산업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다.
◇식량 전쟁이 곧 종자 전쟁
종자는 증식·재배·양식용으로 쓰이는 씨앗, 버섯 종균(種菌), 묘목, 포자(胞子), 영양체인 잎·줄기·뿌리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농업용 종자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소재나 바이오 작물용 종자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종자는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원을 바탕으로 교배, 계통 선발, 증식, 채종(採種) 등의 과정을 거쳐 상품화된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육종(育種) 과정에는 5~10년에 이르는 긴 세월과 큰 비용이 소요된다.
종자 산업은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해충이나 이상기후에 강하면서 맛과 영양이 향상된 품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능성 식품, 의약품 원료, 바이오 연료 등과 연계해 종자 산업은 고부가 가치 첨단 융복합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종자 산업이 전 세계적 식량 전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유엔(UN)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 발전으로 1인당 곡물 소비량도 증가세다. 반면 지속적인 경지 면적 감소와 이상기후로 농산물 공급은 오히려 불안정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34개국이 식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세계 인구의 11%가 굶주리고 있다고 추산한다.
식량 부족 문제는 결과적으로 식량 자원화·무기화로 이어져 식량 전쟁을 촉발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2012년 다보스 포럼에서 “물과 음식 부족으로 ‘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종자의 중요성에 주목해 유전자원 선점과 이를 통한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자 주권을 강화해 식량 안보의 기틀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등 6개국이 세계시장 60% 점유
종자 자원이 풍부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인도·브라질 등 6개국이 전 세계 종자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이 국가들에서도 종자 산업은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다국적기업이 주도한다. 몬산토·듀폰·신젠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품종 자원과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곡물 회사와도 적극 제휴해 종자 개발에서 보급, 농산물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중국·인도 등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몬산토는 종합화학기업으로 1990년대 중반 화학 사업을 매각한 후 생명공학과 종자 회사들을 사들여 세계 최대 종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종자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 작물(GMO) 종자 시장에선 점유율이 80%로 압도적이다. 듀폰도 2004년 화학섬유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농화학 회사인 그리핀과 종자 회사를 인수해 생명공학기업으로 거듭났다. 신젠타는 세계 작물 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종자 시장점유율 3위의 기업이다.
이 기업들이 세계 종자 시장을 이끄는 경쟁력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몬산토는 매년 매출의 12% 정도인 10억달러 이상을 연구 개발에 쏟아붓는다. 듀폰도 마찬가지다. 농업 분야 연구에만 10억달러 정도를 집중한다. 신젠타의 연구 개발 투자비도 연간 11억달러에 달한다.
◇“한국 종자 산업은 걸음마 수준”
우리나라의 경우 60여개 종자 회사가 무·배추·고추·수박 등 채소 종자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체 육종 시설과 연구 능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최근 LG화학이 인수한 팜한농과 농협 등 2개 회사 정도에 불과하다. 다국적기업인 다끼이, 사카타 등 5개사가 국내 종자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세계 종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걸음마 수준인 국내 종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를 출범시켰다. ‘금보다 비싼 종자’라는 의미를 지닌 사업이다. 2021년까지 800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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