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피는 수목원으로… 꽃나들이
입력 : 2014.03.27 04:00
변덕스러운 날씨에 의존하지 않고 봄꽃을 즐기려면 수목원을 찾아보자. 평소 보기 어려운 희귀종 식물과 야생 꽃들이 친절한 팻말과 함께 여러분을 맞는다. 꽃 축제처럼 흐드러지게 수놓은 꽃 무리는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 꽃을 다양하고 다소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지금 봄꽃을 즐기기에 딱 좋은 수목원 10곳과 그 주변 맛집 10곳을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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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을 걷다 만난 산수유. 노란 꽃을 화려하게 틔우며 완연한 봄을 알린다.
괭이눈, 노루귀, 히어리 등 평소 보기 힘든 야생화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게 수목원의 장점이다.
무심하게 뒹구는 묵은 낙엽 더미 사이로 고개를 빠끔히 든 하이얀 꽃이 처연하다. 수줍게 고개 숙인 모습이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설강화(雪降花). 말 그대로 눈이 내려앉은 꽃이란 뜻이다. 손가락 한 마디 높이나 될까? 꽃잎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리에 앉아 고개를 한껏 숙인다. 여리게만 보이지만 분명 안간힘을 쓰고 땅 위로 올라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꽃말은 '희망'과 '위안'.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건다.
봄맞이꽃 산수유·영춘화… 오래 볼수록 예쁜 크로커스
충청남도 태안군 천리포 해변 끝자락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은 그러한 '발견'의 재미부터 가르쳤다. 무수히 산을 오르내릴 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작은 풀꽃들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재빠른 발걸음을 옮겼을 때 오히려 걸리적거린다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덧 시야에 들어와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했다. 항상 정상만 보고, 앞만 보고 내달렸던 이들에게 '또 다른 길이 있다'고 수목원은 말한다.
하늘에 대고 찬양하듯 얼굴을 한껏 올린 크로커스도 그렇게 만났다.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10㎝ 정도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의기양양하기가 여느 꽃 못지않다. 가을에 피는 크로커스를 사프란이라 하며 고급 향신료로 쓴다고 하니, 스스로도 비싼 몸값을 알고 있나 보다. 사람은 때론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무릎을 굽혀야 할 때도 있다. 쓸데없는 몸짓이라 보일지언정 결국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이 작은 크로커스가 알려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읊으며 "백번 천번 봐도 또 새롭다"고 전하는 수목원 최수진 홍보팀장의 어깨가 들썩인다.
봄볕을 닮은 노란색 야생화가 곳곳에서 우릴 반긴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산수유도 노란 꽃망울을 한껏 열고 하늘과 소통하고, 봄을 기다리는 노란 손수건을 줄줄이 달아놓은 듯한 모습의 히어리는 잎이 나기도 전에 꽃부터 맺는다. 개나리처럼 노란 꽃망울을 수북이 달고 늘어져 있는 영춘화(迎春花)는 그 이름대로 봄을 알리는 폭포수다.
福을 부르는 복수초·풍년화…
꽃말에 희망·위안 많아 봄을 기다리는 열망을 담고 있어서인지, 봄꽃은 상당수가 인내, 희망, 복(福)을 상징했다. 천리포 수목원 입구에서 한 30분쯤 걸어 만나게 된 복수초는 복과 장수를, 삐죽삐죽 밤송이같이 노란 꽃잎을 사방으로 떨친 풍년화는 말 그대로 그해의 풍년을 비는 꽃이라고 한다. 한 가지에서 세 갈래 가지가 나와 오종종한 연노랑 꽃을 틔우는 삼지닥나무의 꽃말은 '당신에게 부(富)를 드려요!'. 한 방문객은 "풍년화랑 삼지닥나무를 한꺼번에 봤으니 올해는 부자되겠다"며 인사말을 건넨다.
삼지닥나무의 향기가 어찌나 그윽한지 발걸음을 떼기가 망설여질 정도다. 천리포 바닷바람의 내음까지 더해지니 온몸의 근육이 절로 풀어지는 듯하다. 도심에선 꽃향기를 이렇게 맡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뿌리가 잘린 꽃다발이 마지막 날숨을 내뿜을 때 느껴지던 짙은 향보다 훨씬 농밀하다.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닌 나무를 위한 숲"
이곳은 마치 자연 그대로 숲길을 걷는 듯했다. 1970년부터 이곳을 조성한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이자 국내 귀화한 미국인 고(故) 민병갈 원장(칼 페리스 밀러)의 뜻이 담겼다.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니라 나무를 위한 숲이 되어야 한다.'
새싹부터 시작해 40년간 아름드리로 커나간 나무는 천리포 수목원의 역사 그 자체다. 천리포수목원엔 1만4900여 종의 식물이 산다. 국내 수목원 중 으뜸이다. 이곳에선 나무들끼리 삶을 위해 싸우다 죽는 건 그대로 놔둔다. 인위적인 가지치기도 없다. 꽃도 무리지어 심는 법이 없다. 너무나 수수해 볼 것 없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다. 2000년 4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칭호를 받았다. 세계 12번째, 아시아에선 처음이었다.
봄이 피는 수목원으로 꽃나들이
봄은 손짓한다. 내게 오라고. 봄꽃은 그렇게 때론 청순하게, 혹은 화사하게, 때론 섹시하게 시선을 자극한다. 지나간 청춘도 되살릴 것 같은 설렘이 봄바람을 타고 콧잔등을 간질이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꽃이 아무리 화사해도 빈속에 아름다워 보일 수 없으리라. 전국의 수목원·식물원과 그 인근 맛집을 하나씩 엄선했다. 그 지역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혹은 뻔한 음식·식당은 가능한 한 배제하고, 덜 알려지고 지역 주민들도 잘 찾는 곳으로 꼽았다. 순서는 무순위다.
전국 수목원 맛집 10選
미원횟집 | 완도수목원에서: 16.62㎞/약 26분
아무리 유명한 음식은 배제했다지만, 전국 전복 생산 으뜸인 완도에 왔으면 전복은 맛보고 가야 한다. 남도 식당답게 반찬이 한정식 수준으로 푸짐하고 맛깔나다.
전복 코스 1인분 5만원, 전복 구이 1㎏ 12만원. 완도읍 군내리 1258-4, (061)554-2506
버들식당 | 대구수목원에서: 7.66㎞/약 25분
'곱창의 도시' 대구에서도 손꼽히는 대창·곱창 전문점이다. 대창을 굽는 동안 양념이 서서히 스며 나와 볶음처럼 된다. 모둠에는 곱창과 대창, 불고기가 함께 나온다.
곱창대창불고기 각 150g 1만2000원, 옛날소불고기 180g 1만2000원, 대창 180g 1만4000원. 달서구 성당동 118-1, (053)656-1991
가운데집 | 전주수목원에서: 5.91㎞/약 11분
양념족발이란 돼지족에 매운 양념을 발라서 구운 것으로, 용산다리(추천대교) 주변에는 양념족발 전문 식당이 모여있다. 그중에서도 4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다.
양념족발 1인분 1만2000원, (족발 주문 시) 비빔밥 4000원. 덕진구 팔복동 2가 7-3, (063)211-5366
한밭식당 | 고운식물원에서: 4.15㎞/약 13분
우족탕을 뽀얗고 진하게 우린다. 가격이 비싸지 않게 느껴질 만큼 고기가 실하게 붙어있다. 도가니탕과 꼬리곰탕도 괜찮다. 생등심이나 불고기, 삼겹살 따위 구이용 고기도 두루 갖추고 있긴 하다.
우족탕·도가니탕 각 1만2000원, 꼬리곰탕 1만3000원. 청양읍 읍내리 203-19, (041)943-2353
새이학가든 | 금강자연휴양림에서: 11.52㎞/약 24분
세종시와 붙은 공주에 있는 유서 깊은 따로국밥집이다. 1947년 5일장에서 장터국밥을 팔며 시작했다. 석갈비는 크고 넓적한 돌판에 구운 갈비를 얹어 내오는데, 이것도 많이들 먹는다.
공주국밥 8000원, 석갈비 1만2000원, 유황오리훈제 4만5000원. 금성동 173-5, (041)854-2030
청하시장식육식당 | 기청산식물원에서: 685m/약 3분
육질 좋은 소고기가 가격까지 싸다. 경북 사람들은 등심보다 갈빗살을 유독 선호하는데, 이 집 갈빗살을 먹어보면 왜 그런지 안다. 고기 맛이 진하고 고소하다. 돼지고기도 맛나다.
갈빗살 120g 1만4000원, 소등심 120g 1만2000원, 생삼겹살 150g 7000원, 목살 150g 7000원. 포항 북구 청하면 미남리 383-5, (054)232-2670
제일식당 | 한택식물원에서: 10.20㎞/약 22분
'백암순대'로 유명한 경기도 용인 백암리에서 오래된 순대집 중 하나다. 채소와 선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 신선한 맛이다. 선지는 별로 넣지 않아 색이 밝다.
백?究愎?1만3000원, 순대국 7000원, 모둠순대·오소리감투 각 1만5000원. 처인구 백암면 백암리 449-2, (031)332-4608
오산할머니식당 | 물향기수목원에서: 2.32㎞/약 9분
오산5일장에서 70여년 전 시작한 소머리국밥집이다. 국물이 뽀얗고 고소하면서 잡내가 거의 없다. 연륜에서 우러나온 내공이 느껴진다. 국밥 국물을 끓이고 건져서 툭툭 잘라주는 수육도 당연히 맛있다.
소머리국밥 보통 8000원·특 1만원, 수육 2만5000원. 오산동 432-1, (031)374-4634
앞뱅디식당 | 한라수목원에서: 3.46㎞/약 14분
각재기국, 멜국 따위 제주 토속 국물류를 잘한다. 각재기는 전갱이, 멜은 어른 손가락만 한 큰 멸치의 제주 방언이다. 뚝배기에 전갱이와 멸치를 각각 넣고 배추잎만 더해 끓인다. 전혀 비리지 않고 맑고 시원하다.
각재기·멜국 각 7000원, 각재기조림 1만5000원. 제주시 연동 314-90, (064)744-7942
해변식당펜션 | 천리포수목원에서: 900m/약 3분
안면도의 자랑인 게국지 맛집으로 유명하다. 게국지란 충청남도 서산 지역에서 절인 배추와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우럭젓국을 찾는 이도 많다.
게국지·우럭젓국 대(大) 4만5000원, 중(中) 3만5000원.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978-53,(041)672-8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