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윤밀원
족발이 맛있는 이북식 음식점
얼마 전 퇴근길 저녁을 먹으려고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이 있다. 분당 정자동 <윤밀원>이라는 한식당으로 양곰탕 족발 등이 눈에 띄었다. 내장 음식을 선호하는 필자가 아내에게 양곰탕 이야기를 했더니 안 내킨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다른 메뉴도 있다고 아내를 설득했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아내와 아들과 분당 <윤밀원>으로 차를 몰았다. 이 집은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작은 규모의 한식당으로 식당 입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래도 가게 입구와 안이 제법 세련돼 중산층 상권인 분당 지역에 적합한 식당 같아 보였다.
주택 상권인데도 저녁시간이어서인지 손님이 거의 만석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양곰탕, 양무침, 족발, 평양냉면, 막국수 등 주로 이북 음식 성향의 콘셉트였다. 필자는 양곰탕을 아내는 막국수를 아들은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이왕 온 김에 족발도 주문했다. 이 식당 족발은 반(1/2) 인분 주문이 가능하다. 이것은 참 현명한 주문 시스템이다. 족발이나 수육을 반 인분으로도 판매하면 고객이 식사메뉴 외에 추가로 주문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 족발
중년 남자들 소주 한잔하기 딱 좋은 한식당
필자가 주문한 양곰탕이 나왔다. 방짜유기에 담아 내오는데 그릇이 아주 큼직하다. 무게도 묵직하다. 건더기를 건져보니 양과 고기가 가득했다. 특히 소양이 푸짐했다. 지금까지 먹었던 양곰탕 중 가장 내용이 충실했다. 국물도 진하면서 담백했다. 소 내장 특유의 냄새가 약간 났지만 내장육을 선호하는 필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하고 푸짐한 양곰탕이었다.
소고기는 수입산이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요즘 한우 가격은 정말이지 너무 비싸다. 우리나라 소고기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은 아닌지 모르겠다. 몰론 한우가 맛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필자와 같은 다소 여유가 있는 중산층도 한우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 양곰탕과 막국수
소양은 보양식이기도 하다. 소양이 듬뿍 들어간 탕반을 먹으면 뭔가 힘이 나는 것 같다. 소싯적 어른들이 몸이 허할 때 소양을 즙내서 먹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그리고 가끔 그 국물을 조금 먹었는데 보양식이기도 하지만 맛도 좋았다.
아내와 아들이 주문한 평양냉면과 막국수는 무난한 수준의 맛이었다. 이 식당은 양곰탕과 족발이 맛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양수육에 소주를 먹는 남자 손님들도 보였다. 다음에는 분당 사는 후배와 족발, 양수육, 양곰탕을 먹으면서 술 한 잔 해야겠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다. 사실 이 식당은 가족 단위보다는 중년 남자들끼리 소주 한잔하기에 좋다. 무엇보다 분당 같은 신도시에서 양곰탕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지출 내역(3인 기준) 양곰탕 9000원+족발(1/2인분) 2만4000원+막국수 8000원+평양냉면 8000원 = 4만9000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불곡남로13번길 3, 031-714-8388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