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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초록빛 대지

산야초 2016. 6. 6. 23:22

구름 위의 초록빛 대지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0.15 15:48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

구름이 눈높이로 보이는 까마득한 고지에 펼쳐진 초록의 바다. 안반데기는 실로 이국적 몽환경이다. 사방이 탁 트여 고도감이 대단하다.
구름이 눈높이로 보이는 까마득한 고지에 펼쳐진 초록의 바다. 안반데기는 실로 이국적 몽환경이다. 사방이 탁 트여 고도감이 대단하다.

고랭지 채소밭은 기실 농민들의 노동과 땀과 개척으로 일궈낸 생활의 현장이다. 하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펼쳐진 60만평의 초록빛 배추밭은 차라리 이국적이다.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춤을 추고 배추밭 사이로는 새하얀 농로가 꿈결처럼 굽이친다. 고루포기산(1238m) 남쪽에 펼쳐진 안반데기는 고도와 규모 그리고 분위기에서 단연 국내 최고의 고랭지 채소밭이고, 밭 사이의 농로는 환상적인 자전거 코스가 된다


• 코스 : 대관령면 - 송천교 - 삼현교 - 피골삼거리 - 피덕령 - 안반데기(남단) - 온유촌 - 안반데기(북단) - 고루포기산 - 횡계펜션마을 - 대관령면

• 라이딩 거리 : 약 30㎞

대관령면사무소에서 버치힐 골프장을 통과해 도암댐 방면으로 10.6㎞ 가면 안반데기로 올라가는 피골삼거리가 나온다. 이후 피덕령까지 2.8㎞의 가파른 업힐이다.
대관령면사무소에서 버치힐 골프장을 통과해 도암댐 방면으로 10.6㎞ 가면 안반데기로 올라가는 피골삼거리가 나온다. 이후 피덕령까지 2.8㎞의 가파른 업힐이다.

화창한 8월의 마지막 날.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에 위치한 고랭지 감자밭과 배추밭으로 유명한 안반데기를 찾았다. 해발 1000~1100m의 산비탈에 하늘과 맞닿은 안반데기 고랭지 채소밭은 국내 최대로 알려져 있다. 왕산면 대기리 사이에 놓인 피덕령이라는 백두대간 고개의 남서편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으며, 봄이면 감자밭, 가을이면 배추밭으로 뒤덮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의 고랭지 배추밭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태백의 ‘귀네미마을’과 ‘매봉산 바람의 언덕’, 평창 청옥산 자락의 ‘육백마지기’ 그리고 강릉의 ‘안반데기’ 등 4곳이다.


전국 최고, 최대의 고랭지 배추밭

피덕령에서 남쪽 방면의 안반데기를 오르며. 뒤편 피덕령 주변에 안반데기사료전시관 등 대부분의 민가가 모여 있다.
피덕령에서 남쪽 방면의 안반데기를 오르며. 뒤편 피덕령 주변에 안반데기사료전시관 등 대부분의 민가가 모여 있다.

강원도 고랭지의 감자밭과 배추밭을 감상할 수 있는 안반데기 마을은 대관령과 닭목령, 고루포기산(1238m)으로 둘러싸인 오지였으나 고랭지 채소밭이 빚어내는 초록의 물결이 알려지면서 관광 명소가 되었다. ‘안반데기’란 생소한 이름은 마을 모양이 떡매로 떡쌀을 칠 때 밑에 받치는 안반처럼 평평하게 생겼다고 해서 ‘안반덕’ 또는 강원도 사투리 ‘안반데기’로 붙여졌다고 한다.


안반데기로 가는 길은 대관령면 수화리에서 피덕령으로 올라가는 방법과 강릉시 성산면에서 오봉저수지를 지나 닭목령을 넘어 가는 방법이 있는데, 서울·경기권은 대관령면 수화리에서 피덕령으로 가는 것이 가장 쉽다.


대관령면사무소에서 송천의 하류를 따라 도암댐 방향으로 10.6㎞ 내려가면 왼편에 피덕령으로 오르는 피골삼거리가 나타난다. 경사가 매우 급한 길을 2.8㎞ 가량 오르면 피덕령 정상인 대기4리 마을회관을 리모델링 한 ‘안반데기사료전시관’이 나오고 주변으로는 안반데기의 장관이 펼쳐진다.


안전행정부의 ‘찾아가고 싶은 녹색길’로 선정된 명품마을 안반데기 마을은 봄이면 호밀초원, 여름이면 배추밭으로 뒤덮여 숨이 멎을 것 같은 풍광을 펼쳐보인다. 1965년 국유지 개간을 허가해 감자, 약초 등을 재배해 오다가 1967년 고루포기산 능선인 안반데기 농지를 개간해 감자, 고랭지채소를 심는 화전민이 생기면서 대기4리가 되었고, 1995년 경작자들에게 농지를 불하해 현재는 28가구의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채소 산지가 되었다.    


풍경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장관은 둘째 치고, 안반데기는 백두대간 자락의 비탈진 경사면에 위치해 있어 기계농이 불가능해 주민들이 직접 소를 몰고 밭을 일궈야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계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이색 풍광

해발 1100m를 오르내리는 주능선을 따라 한쪽은 숲, 한쪽은 배추밭이 특별한 조화를 이루고, 거대한 바람개비가 풍경의 감칠맛을 더한다.
해발 1100m를 오르내리는 주능선을 따라 한쪽은 숲, 한쪽은 배추밭이 특별한 조화를 이루고, 거대한 바람개비가 풍경의 감칠맛을 더한다.

피덕령을 기점으로 안반데기는 남쪽코스와 북쪽코스로 구분된다. 남쪽코스는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 두 대가 설치되어 있다. 남쪽코스로 가는 두갈래 길에서 우측의 풍력발전기가 있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초록의 배추밭이 게센 바람에 춤을 추는 놀라운 장관이 넓게 펼쳐진다.


황무지와 다름없는 거친 산비탈의 굵은 자갈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나는 배추는 초록의 물결을 이루고, 바람을 받아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는 거대한 거인과 같다. 광대한 초록의 배추밭과 바람에 날개짓 하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은 대관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대관령이 목가적이라면 안반데기는 대지의 어머니가 새 생명을 잉태하고 보듬어 주는 모습 같다.


구름 위의 땅,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안반데기 마을은 험준한 백두대간 자락에 위치한 고지대의 특성상 봄은 늦게 오고 겨울은 일찍 시작되어 넓은 대지에는 계절마다 독특한 풍경이 펼쳐질 터이다. 봄에는 호밀초원으로, 여름엔 고랭지 채소밭으로 장관을 이루고, 가을엔 색색이 변하는 단풍들로, 그리고 겨울엔 설경이 아름다울 것이다.

“어이쿠!” 흙탕길을 돌아가려다 배추밭에서 한바탕 미끄덩. 천상의 소동이다.
“어이쿠!” 흙탕길을 돌아가려다 배추밭에서 한바탕 미끄덩. 천상의 소동이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이 높은 곳에 밭을 일군 안목과 정성이 실로 놀랍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이 높은 곳에 밭을 일군 안목과 정성이 실로 놀랍다.

갓 수확을 마친 텅 빈 들과 아직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배추밭 사이로 농민들은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곱디고운 새하얀 풍력발전기는 푸른 창공에서 천천히 날개를 돌린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초록의 바다, 그 속에서 자전거를 달리며 환호하는 우리는 마치 선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저 신기해서 감탄과 탄성을 금치 못하는 우리는 천천히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고 음미해 본다.


피덕령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첫번째 풍력발전기를 지나고, 두번째 풍력발전기가 있는 옥녀봉으로 가는 길은 안반데기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초록의 배추밭 바다 사이로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한 농로와 점점이 떠 있는 농가의 풍경은 가수 남진의 ‘님과 함께’를 떠오르게 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들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해발 1238m! 고루포기산 정상이 지척

피덕령 주변에 형성된 마을. 안반데기에는 현재 28가구가 산다.
피덕령 주변에 형성된 마을. 안반데기에는 현재 28가구가 산다.

남쪽 안반데기에서 정점을 찍고 중앙의 마을 농로를 따라 되돌아 나오면 다시 안반데기사료전시관이다. 안반데기사료전시관은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전시관으로 안반데기의 무성한 잡초와 자갈로 뒤덮인 척박한 땅을 삽과 곡괭이만으로 일구어 지금의 모습으로 조성한 과정, 70~80년대 화전민들의 애환과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아래로 250m를 내려가면 화전민체험마을인 ‘운유촌’이 있는데, 이곳에서 민박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운유촌에는 귀틀집을 복원한 운유점, 운유유, 운유택 등 3채의 민박이 있어 미리 예약을 하고 오면 되겠다.


운유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북쪽의 고루포기산 방면 안반데기를 향해 올라간다. 운유촌에서 북쪽 경사면을 약 1㎞ 오르면 멍에전망대가 나온다. 돌로 차곡차곡 성벽처럼 쌓은 멍에전망대는 지난날 소와 한 몸이 되어 험한 밭을 일구던 화전민들의 애환과 개척정신을 기리고자 밭갈이 돌로 만들었다.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일품이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고루포기산(1238m) 남쪽으로 펼쳐진 북쪽 안반데기도 남쪽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초록의 바다를 이룬다. 탐스럽고 싱싱하게 잘 자란 초록의 고랭지 배추밭은 전부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이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단다. 다 자란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농부들은 배추를 뽑아 고쟁이를 잘라내고 화물차에 실어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밭갈이를 하며 나온 돌로 쌓은 멍에전망대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일품이다.
밭갈이를 하며 나온 돌로 쌓은 멍에전망대는 강릉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해 조망이 일품이다.

안반데기 최북단에 오르니 고루포기산이 지척이다. 정상 바로 아래까지 고랭지밭이다 보니 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애매하므로 감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도 1238m나 되는 높은 산을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고루포기산은 백두대간 상에 솟아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을 만끽할 수 있다. 주변의 발왕산(1458m), 제왕산(841m), 능경봉(1123m)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 능경봉과 연계한 산행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 아래는 왕산리계곡이 펼쳐지고 그 뒤로 멀리 강릉시와 동해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한 대관령의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대관령면 횡계리로 가는 길은 싱글트랙 코스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능경봉 방향으로 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진입하면 오목골(지르메)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목교에서 송천을 만나 상류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출발지인 대관령면사무소가 나오고 안반데기 라이딩은 끝이 난다. 


감자꽃은 6월, 배추밭은 8월말~9월초가 절정 

뒤편의 멍에전망대를 내려와 꿈결 같은 배추밭 사이를 누빈다.
뒤편의 멍에전망대를 내려와 꿈결 같은 배추밭 사이를 누빈다.

강원도 고랭지의 감자밭과 배추밭을 보려면 안반데기로 가야 한다. 배추 수확이 시작 될 무렵, 고랭지 배추밭의 녹색 싱그러움을 담기 위해 찾아간 안반데기는 해발 1000m를 넘는 고지대라 안개가 자주 낀다. 그래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여명의 일출과 구름위의 땅, 안반데기 배추밭을 감아 도는 운무의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갔지만 안타깝게도 새벽의 여명과 운무,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에 허탈했다.

해발 1238m! 고루포기산 정상. 안반데기 배추밭에서 100여m만 가면 되는 지척의 위치다.
해발 1238m! 고루포기산 정상. 안반데기 배추밭에서 100여m만 가면 되는 지척의 위치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대관령면으로 내려서는 길은 등산로를 따라가는 싱글트랙 코스다.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대관령면으로 내려서는 길은 등산로를 따라가는 싱글트랙 코스다.

안반데기는 한국에서 가장 넓은 고랭지 배추지대다. 고루포기산 남쪽으로 약 60만 평 면적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황무지에 불과했지만 이곳에 화전민들을 정착하게 해 땅을 일구었고 지금의 거대한 고랭지 배추밭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노력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보통 김장철을 앞둔 가을에 배추를 재배하지만 강원도의 백두대간 자락, 해발 1000m 이상 고원지대에서는 한여름에 배추 농사를 한다. 배추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다른 배추밭보다 높은 곳에 자리해 다소 늦은 8월 하순 수확을 시작한다. 감자꽃을 촬영하기 좋은 시기는 6월이고 배추밭을 촬영하기 좋은 때는 8월 말~9월 초다. 

안반데기 : www.안반데기.kr
강릉 대기리마을 : http://daegiri.invil.org

구름 위의 초록빛 대지

글·사진 이윤기(자전거생활 여행사업부 이사)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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