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의 아이슬란드 오디세이] <19> 폭포에 흠뻑 젖다
중앙일보 입력 2016.06.06 00:03 수정 2016.06.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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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 폭포가 정확히 몇 개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로 큰 폭포는 대략 30개이지만 그보다 작은 이름 없는 폭포까지 합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이 나라에 폭포가 왜 이렇게 많은지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커다란 빙하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수백 개의 강줄기,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내리는 비와 눈, 차고 넘쳐 흐르는 물이 어디에선가 떨어져 나가주지 않으면 이 섬나라는 잠기고 말게 분명하니 말이다.
아이슬란드 남동부에 진입하자 지도 곳곳에 이름깨나 날리는 폭포들의 이름이 보였다. 오늘 하루 원 없이 폭포를 보기로 작정했다. 가장 먼저 스코가포스(Skogafoss)로 향했다. 가장 인기 있는 폭포답게 주차장에는 이미 꽤 많은 차가 있었다. 폭포는 듣던 대로 웅장했다. 땅과 평행을 이룬 높이 60m의 거대한 절벽 사이로 하얀 물줄기가 직사각형을 이루며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폭포 모양에도 정석이 있다면 스코가포스가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군더더기 없는 자태였다. 숲(Skoga)의 폭포(Foss)라는 뜻의 이름답게 폭포 주변은 광활하고 푸르렀다. 물의 세기가 어찌나 강한지 물보라가 대기를 한가득 덮었다. 마치 온천탕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증기 같았다. 유난히 풍부한 유량 때문에 폭포 앞마당에는 하루에 한두 번 커다란 무지개가 걸린다고 했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큰 무지개를 보지 못했지만 작은 무지개가 곳곳에 꽃처럼 피었다 사그라들었다.
폭포 가까이 가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쉴 새 없이 안면을 강타하는 물바람에 다가가기는커녕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과거 바이킹이 스코가포스 뒤쪽에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전설이 떠올랐다. 이 땅에 물이 바싹 마르기 전까지 그 보물은 절대 무사할 게 틀림없었다. 절벽 오른쪽으로는 폭포의 꼭대기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제법 경사가 있어 오르기가 녹록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도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가득했다. 정상에 오르자 주변 전경이 한눈에 굽어졌다.
뒤에는 빙하로 이어지는 트레일이, 앞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의 끝을 바다가 이어받고 있었다. 거침없이 낙하하는 폭포수만큼이나 시원한 풍경이었다.
스코가포스에서 동쪽으로 30여 분을 더 달려 셀랴란드스포스(Seljalandsfoss)에 도착했다. 폭포의 높이는 스코가포스와 비슷했지만, 물줄기는 그보다 폭이 작고 유려했다. 직선으로 강력하게 내려 꽂히는 것이 스코가포스라면, 셀랴란드스포스는 포물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하강했다.
셀랴란드스포스의 지형은 조금 독특했다. 폭포 뒤쪽 절벽 가운데가 움푹 패여 커다란 통로가 나 있는데, 이를 따라 들어가면 폭포의 옆면부터 뒷면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폭포 뒤쪽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폭포수가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물줄기 뒤에 바로 서자 눈앞에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얗고 고운 커튼이 달린 커다란 창 앞에 앉아 아름다운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기분이랄까. 살랑이는 물결 너머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아련했다. 폭포의 뒤태를 보게 될 줄은, 게다가 이리 아름다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셀라랸란드스포스를 빠져나와 700m 즈음을 더 걸었다. 절벽 뒤로 수줍게 숨어있는 폭포 하나가 보였다. 이름은 글리유프라포스(Gljufrafoss), 협곡 속에 사는 폭포라는 뜻이었다. 높은 절벽 사이 틈으로 계곡 물이 졸졸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비밀의 문 앞에 서 있는 듯한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물을 첨벙첨벙 밟으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자 밖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간이 펼쳐졌다. 좁고 굴곡진 협곡, 즉 슬롯 캐니언(Slot Canyon)의 벽면은 온통 초록색 이끼로 가득했고, 바위들은 물기를 한껏 머금었다. 구멍이 뻥 뚫린 협곡의 천장에서는 빛줄기와 폭포수가 뒤섞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물의 우렁찬 낙하 소리와 물안개가 사방에 퍼져 울렸다.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젖기 시작했다. 이 좁은 협곡에서는 물보라를 피할 공간도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밖에. 카메라를 우비에 돌돌 말아 바위 틈에 쑤셔 넣었다. 그러곤 협곡 가운데에 서서 원 없이 폭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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