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전국 곳곳에 4대강 자전거길 같은 멋진 자전거길이 많이 생기면서 아름다운 자연으로 자전거를 유혹한다. 전국 어딜 가나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이 많다. 자전거는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여행 수단 중 하나다.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경쾌하며 차를 타는 것보다는 한결 여유 있다. 평화누리길을 따라 김포, 고양, 파주로 이어지는 자전거 여정과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마장 저수지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평화누리길 1, 2, 3 코스 따라 가는 자전거 여행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서울에서 지척의 거리에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대가 놓여 있다. 평화누리길은 바로 경기도 DMZ 인근 4개 시군(김포, 고양, 파주, 연천)을 잇는 총 184km의 도보 여행길을 말한다. 이 길은 해안철책, 한강하류, 임진강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은 도보길로 조성됐지만 대부분의 구간을 자전거로도 갈 수 있다. 이 가운데 김포, 고양, 파주 구간의 자전거길이 거의 완성돼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최근 평화누리길은 이름을 평화누리길 1코스, 2코스 하는 식으로 모두 12코스까지 이름을 통일했다. 김포 지역의 평화누리길은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 철책길’, 평화누리길 3코스 ‘한강 철책길’ 3개 코스가 있다.
- ▲ 평화누리길 3코스 후평리 철새 도래지 부근을 지나는 동호인들.
김포를 지나는 평화누리길 1, 2, 3 코스 전체 구간은 대명항에서 전류리 포구까지 39.3km에 달한다. 이 구간 중 도보로는 갈 수 있지만 자전거로는 갈 수 없는 구간도 있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선 구간은 우회 자전거길이 있고, 문수산성을 오르는 구간도 자전거로는 우회해야 한다. 자전거로 우회하는 구간은 보도보다는 조금 더 길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염하강 철책길을 따라 가는 1코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은 김포와 강화 사이의 해협인 염하강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이 구간은 대명항에서 김포 문수산성 남문까지다. 해안 철책을 따라 군부대와 초소가 자리 잡고 있는 군사지역이다.
- ▲ (위부터) 평화누리길 1코스의 봄철 자전거길 풍경. / 평화누리길 1코스의 특징인 철책선길. / 원머루 나루. 평화누리길 1코스에 위치한 아주 작은 나루다.
평화누리길이 시작되는 대명항은 소래포구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다. 철책을 따라 가다 덕포진에 닿기 전에 자전거는 우회도로로 간다. 덕포진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진지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격전지이다. 진지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덕포진을 지나면 자전거길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마을을 지나고 논과 밭 사이를 달린다. 가는 길에 정겨운 포구를 만날 수 있다. 바다에 부래도라는 작은 섬이 떠 있고 그 앞이 덕포나루다.
자전거길은 논길을 가로질러 가다 석정초등학교 앞을 지나 다시 원머루 해안 철책길로 간다. 원머루 나루는 아주 작은 포구다. 포구 앞 골프장을 지나 고갯길을 오르면 염하강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프장길을 내려와 강화대교를 지나면 문수산성 남문이다. 여기서 1코스가 끝난다.
애기봉의 애틋한 사연 어린 2코스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은 문수산성 남문에서 애기봉에 이르는 길이다. 이 구간은 철책에서 벗어나 김포 반도 내륙의 산과 들을 가로질러 간다. 문수산성 구간에서 자전거는 산길을 오르는 대신 문수산 기슭을 지나는 도로로 간다. 길은 김포대학 앞을 지나 조강리 들판과 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철책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조강리 들판은 한가롭다. 저만치 강변에 철책선을 두고 자전거 길은 들판 사이를 흘러간다.
애기봉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 바다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다. 정상은 15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이곳은 서부전선 최전방으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녘 땅을 마주보고 있다. 정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의 선전마을과 송악산을 볼 수 있어 관광객과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다. 1993년에는 실향민들을 위해 망배단이 세워졌다. 크리스마스 때는 북녘을 향해 대형 트리를 세우고 성탄 축하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자전거는 애기봉 전망대에는 오를 수 없고 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 그전에는 오를 수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통제를 하고 있어 아쉽다.
- ▲ 1 애기봉에서 본 북녘땅. 2 애기봉 비석,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다. 3 전류리 포구의 전경. 4 평화누리길 표지리본. 5 평화누리길 3코스 전류리 부근의 한강 철책선.
이 중에는 평안감사의 애첩 ‘애기’도 있었는데, 함께 남하하던 중 개풍군에서 평안감사는 청나라 군사들에 의해 북쪽으로 끌려가고 기생 ‘애기’만 한강을 건너 이곳 조강나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애기는 조강리마을에 머물면서 매일 봉우리에 올라가 강 건너편을 바라보며 일편단심으로 끌려간 평안감사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평안감사는 돌아오지 못했고 애기는 병들어 죽기 전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평안감사가 돌아오는 것을 빨리 볼 수 있도록 봉우리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이후 330년이 지난 1966년 10월 7일 이곳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봉우리에 얽힌 사연을 듣고 난 후 ‘애기의 한’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일천만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며 봉우리의 이름을 ‘애기봉’이라고 명명한 후 친필휘호로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김포 들녘과 전류리 포구로 이어진 3코스
애기봉을 지나면 시작되는 평화누리길 3코스는 한가로운 농촌 마을과 끝없이 펼쳐진 김포평야를 지난다. 후평리 벌판은 철새 도래지다. 이곳은 독수리, 흑두루미, 황조롱이 같은 겨울 철새가 날아들고 멸종위기에 처한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후평리 벌판을 지날 때면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들판을 뛰어가는 것도 볼 수 있다.
- ▲ 김포 평화누리길 1코스
전류리포구는 한강하구에 있는 유일한 포구이자 한강하구의 최북단 어장이다. 작지만 포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생태의 보고다. 철책이 강을 가로막고 군부대 초소가 강변에 높이 서 있지만 어부들은 출항신고를 하고 철책을 넘어 강으로 나가 배를 띄운다.
국도변에는 고깃배들의 이름을 딴 횟집들이 배에서 잡은 고기를 판다. 철따라 숭어, 황복, 새우, 웅어, 농어, 장어, 참게, 새우 등이 난다. 김포 반도를 지나는 평화누리길의 긴 여정은 전류리포구에서 끝난다.
찾아가는 길
평화누리길 1, 2, 3코스는 전체 구간을 다 달릴 수도 있고 이 가운데 한두 구간씩 달릴 수도 있다. 1코스만 달린다면 대명항에서 출발해도 되고 문수산성 남문에서 출발해도 된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출발하려면 48번국도를 따라서 가면 된다. 바로 강화대교 직전이 문수산성 남문이다. 대명항에서 출발하려면 김포 시내를 지나 대명항 쪽으로 가야 한다.
3코스에서 시작하려면 서울에서 아라뱃길을 지나 김포 제방도로를 따라서 전류리 포구까지 가면 된다. 행주대교에서 전류리 포구까지는 23km가량 된다.
코스길이 39.3 km
난이도 중급
소요시간 5시간
코스주요지점
1코스 대명항-덕포진 교육박물관- 신안리-부래도(덕포나루)-송마리-석정초등학교-석정천-원머루 나루-김포 씨사이드 골프장·강화대교-문수산성 남문
2코스 문수산성 남문-김포대학- 청룡회관-고막리 마을회관-고막저수지- 조강1리 마을회관-조강저수지-조강 2리 마을회관-한재당-애기봉 입구-애기봉
3코스 애기봉·금성초등학교-후평 철새도래지-석탄배수펌프장·해강변 자전거도로/한강 철책 제방도로-전류리 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