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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선물한 집

산야초 2016. 6. 23. 19:12

      


아빠가 선물한 집

Pool in House월간 전원속의 내집 | 

매거진 | 입력 2016.03.14 10:28 | 수정 2016.03.15 10:47

건축가는 한 가족의 의뢰 메일을 읽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어린 남매를 둔 평범한 30대 부부는 ‘집에 돌아온 가족들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집’을 원한다고 했다. 가족이 꿈꾸는 집 속으로 나도 모르게 걸어 들어가면서, 이 집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의 미니멀한 주택. 2층까지 같은 규모로 올려 경제적으로 시공했다.


“우리 집은 쉼이 있는,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편하고 따뜻한 집입니다. 각자의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돌아온 가족들에게 ‘어서 와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하며 따뜻하게 반겨주고, 밖의 일들을 다 내려놓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이지요. 작은 마당이지만, 한켠에는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바비큐 파티를 하는 곳으로 변한답니다. 모두 아이들을 위한 아빠의 선물이지요.”

한 편의 수필과도 같은 이 글은 건축주가 우리에게 보내온 설계 의뢰 메일이었다. 항상 디자인에 앞서 건축주들에게 집에 대한 요구 사항을 받곤 하는데, 이번 글은 전에는 받아본 적 없는 형식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족이 꿈꾸고 있는 집에 대한 이미지를 천천히 읽다 보니 나도 함께 그 집 안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일반적인 건축주들은 방의 개수, 크기까지 미리 정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적어 보낸다. 이럴 때면 디자인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약간은 추상적일 수 있지만 원하는 바를 모두 담은 에세이는 건축주의 희망사항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건축주와의 대화도 원활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설계가 가능하다.


주방에서 바라본 1층 실내. 식탁과 거실 툇마루, 데크가 한눈에 담긴다.

산뜻한 오렌지 컬러의 진입부


이번 프로젝트의 대지는 건축주의 장인어른이 살림집이 포함된 식당을 지으면서 한켠에 내어주신 땅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식당으로부터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식당을 등지고 ‘ㄱ’자 형태로 마당을 품되,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매스를 풀어놓기보다는 2층까지 비슷한 규모로 올라가는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결정되었다.

집의 중심인 거실은 빛이 쏟아지는 환한 공간으로 남측의 프라이빗한 데크로 시선이 연장되어 실제 면적보다 넓게 느껴진다. 작은 면적을 온전히 활용하고자 전체를 툇마루로 만들어서 좌식으로 쓰는 방법을 제안했고 건축주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툇마루는 식탁의 벤치 역할도 함께 하여 식탁 공간을 줄일 수 있었고, 하부 공간은 수납이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거실이 크지 않은 면적이라 천장을 높이고 상부에 다락을 두어 개방감을 주었다. 대략 1.5개 층 정도의 층고인 셈인데, 그로 인한 공간감은 상당하다.

거실에 TV가 없는 대신, 거실 위쪽 다락에 TV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늦은 밤 어린 아이들을 재우고 여유롭게 TV 시청을 즐기고 싶다는 아빠만의 아지트 공간이다. 다락은 2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늑한 한편, 매우 개방적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다락의 계단은 스탠드 형식으로 구성해 아이들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자유롭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도로 진입부에서 본 집과 주차 공간. 측면으로 현관과 데크, 앞마당을 내어 프라이버시를 높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평택시 독곡동 / 대지면적 : 241㎡(73.03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56.29㎡(17.03평) / 연면적 : 98.54㎡(29.80평) / 건폐율 : 21.79%

용적률 : 40.61% / 다락면적 : 7.14㎡(2.16평, 연면적 제외) / 주차대수 : 1대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지상 - 경량목구조 / 지붕마감재 : 0.5㎜ 아연도컬러강판

외벽마감재 : 테라코트 그래뉼 / 단열재 : 벽 - R19 그라스울 + 50㎜ 비드법 단열재 / 지붕 - ‘가급’ 연질수성폼 / 창호재 : 앤썸 독일식 시스템창호(39㎜ 3중유리)

총 건축비 : 1억8천4백만원(조경, 주방가구, 인입비 제외)

설계 : 홈스타일토토 02-720-6959   www.homestyletoto.com

시공 : JCON   www.jconhousing.com


다락이 아빠의 공간이라면, 엄마의 공간은 주방 옆의 작은 다용도실이다. 엄마의 취미인 재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고심 끝에 다용도실과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결국 재봉뿐 아니라 수납도 함께 해결하는 다목적 공간의 역할을 한다.

손님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1층 방은 아이들의 아지트다. 어린 남매의 장난감들로 채워져 있어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이 방으로 달려가서 장난감을 고른 뒤 툇마루로 들고 나와 놀곤 한다. 놀이방과 툇마루는 유리창이 있어, 엄마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처럼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장난감 수납 공간을 1층에 두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널찍한 1층 거실을 두고 2층 장난감이 있는 방에만 모여 놀거나, 1층에 흩뿌려 놓은 장난감을 2층까지 가지고 올라가 정리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ISOMETRIC DIAGRAM


데크 한켠 미니 풀장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아늑하다. 여름철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다.

거실 상부의 열린 다락 공간, 다락 계단은 독서 벤치로 활용한다.


PLAN - 1F (55.37㎡)

PLAN - 2F (43.17㎡)


INTERIOR

내벽마감재 : 에덴바이오 / 바닥재 : 동화강화마루 /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가구 : 우림퍼니처 / 조명 : 공간조명, 비비나라이팅 / 계단재 : 스프러스

붙박이장 : 우림퍼니처 / 데크재 : 루나우드(삼익산업)


천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는 다락 공간은 아빠가 누리는 아늑한 아지트다.  

두 개의 자녀방은 사이에 미닫이문을 두어 필요에 따라 열고 닫게 만들었다.


2층 안방은 기존에 가진 침대와 새로 설치한 수납장 크기에 맞춰 구성하였다. 가끔은 깊은 밤 업무를 봐야 하는 아빠를 배려해 테이블 공간은 침대와 분리하였다. 아직 어린 남매는 지금은 방을 함께 쓰고, 자란 후 분리할 수 있도록 방 사이에 미닫이문을 설치하였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생애 주기에 맞춰 맞춤복처럼 꼭 맞는 공간을 갖는 것. 이것이 내 집을 짓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어린 딸 채윤이는 공사하는 내내 매일같이 현장을 들러 즐겁게 지켜보았다. 여름이 되면 ‘수영장이 있는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할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이웃 아이들과 깔깔대며 물놀이할 모습이 벌써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글_ 홈스타일토토 정신애 실장>


SPACE POINT

1   현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주방은 모노톤으로 통일해 카페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2   식당 공간은 툇마루를 벤치로 활용하도록 설계해 가구는 줄이고 아이들 동선도 짧게 만들었다.

3   주방 한켠에는 수납 공간 겸 안주인의 취미 생활인 재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한다.

4   아직 어린 자녀들의 안전을 고려해 계단실 난간은 수직으로 촘촘하게 설치했다.

5   2층 화장실은 세면 공간과 분리해 가족들이 함께 쓰기 편리하다.

6   빨래를 말릴 수 있도록 해가 가장 잘 드는 2층 남측에 발코니를 두었다.


EPILOGUE : 건축주 후기

“내가 딱 꿈꾸던 우리 집이 생기다”


대학생활 중 우연한 계기로 잠시 영국의 시골 마을에 머물렀다. 동물농장과 과수원, 허브와 채소 밭이 있던 마을이었다. 매일 아침 흙냄새를 맡으며 마을 산책을 하고, 이웃들과 함께 감자와 당근 캐는 체험도 했다. ‘흙냄새와 사람 냄새, 사는 게 이런 거지’ 싶었다.

이후, 선생님이 되고 엄마가 되는 거 말고 나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작더라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 흙을 밟으며 아이들과 살고 싶다는 꿈, 그러나 사실 이렇게 빨리 꿈이 이뤄질지는 몰랐다. 결혼 5년 차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작은 땅이 생겼고, 동시에 신랑과 나는 집짓기에 관련한 서적들을 섭렵하였다. 책이며 잡지에서 본 거의 모든 설계사무실에 전화를 하였고 거기에서 대략 추려진 곳들을 방문 상담했다. 우리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가격이 합리적일 것. 우리의 이야기에 적극 귀 기울여 줄 것. 마지막 하나는 여자와 남자 설계사가 함께 있을 것. 빠듯한 예산에 맞춰 세 곳의 설계사무소를 찾았고 마지막으로 고민했다. 첫 번째 만난 분은 우리에게 진정한 집의 의미를, 그 안에 함께 있는 가족을 생각할 아주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셨으나 큰 건축사무실에서 막 독립한 터라, 실제 작은 집 경험이 없었다. 두 번째 만난 분은 유명하고 경험도 많고 가격도 합리적이었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자꾸 묻히는 느낌이 들어 망설이게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가 홈스타일토토였다. 예산에 맞는 설계비로 첫 번째 조건 패스. 우리의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주심에 두 번째 조건도 패스. 게다가 남녀 설계자가 함께 있어 우리에겐 꼭 맞는 파트너였다. 계약 후 곧바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설계가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은 각자 집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함께 하면 행복할 것들을 정리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들을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그 집에서 생활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대략적인 큰 그림 하나를 드리고 난 후 약 두 달 뒤 받은 초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그냥, 우리 집이다.’ 

지속적인 수정 작업을 거쳤지만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기술 뛰어난 시공사 덕분에 공사 과정 내내 큰 어려움 없이 도면과 똑같은 멋진 집이 완성되었다.

이제 그림 속 우리 집에 우리 가족이 있다. 아이들은 툇마루와 놀이방에서 뛰어놀고 미닫이로 나누어진 방문을 다니며 숨바꼭질을 한다. 남편은 다리 펴고 편하게 누워 TV를 보고 나는 노는 아이들을 보며 살림을 하고, 아이들이 없는 시간엔 조용히 책을 읽거나 취미로 시작한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추우나 더우나 아들은 맨발로 흙을 밟고 돌아다니고 딸은 모래 요리를 하느라 바쁘다. 매일 빨리 들어가고 싶은 집, 따뜻함이 묻어나는 집, 누구든 들어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집. 바로 ‘독곡동 오월주택’이라 불리는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에디터_이세정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3월호 / Vol.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