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한적한 주택가, 시간도 유유자적 쉬어 가는 듯한 그곳에 모던한 외관과 시원한 중정이 시선을 사로잡는 집 한 채가 서 있다. 아들이 부모님을 위해 꼼꼼히 설계한 주택이다.
“처음에는 퇴직 후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아파트에 오래 살기도 해서 그저 막연하게 ‘더 좋은 아파트로 들어가야지’ 생각했죠. 그러다 아들이 문득 제안하더군요. 집을 지어보는 건 어떻겠냐고요.”
문범석 씨는 삼척의 한 시멘트 회사에서 40년간 근무하다 이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22년간 아파트 생활을 했던 그는 퇴직 후 새 아파트로 옮겨갈 생각이었지만 아들인 성희 씨가“틀에 박힌 아파트 구조보다, 앞으로의 삶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짓자”고 설득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앞으로 사돈이 될 분이 직접 시공을 맡겠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결심은 신중했으나 일단 첫발을 내딛자 아버지는 아들도 놀랄 정도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아들이 건축가이니만큼 ‘딱 봐도 건축가가 지었구나’ 느낄 정도로 세련된 게 좋겠지 싶었죠”라며 이유를 밝힌 그는, 은퇴를 앞둔 나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아들에게 주문했다고. 성희 씨도“아버지가 어디서 그런 주택 디자인이나 디테일들을 보고 공부하셨는지 그때마다 신기하고 또 재미있었어요”라고 설명을 붙였다.
“택지 자체는 남북으로 긴 사각형에다 반듯했던지라 설계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부모님 평생의 결실이 오롯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튼튼하고 인상 깊은 집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삼척시 / 대지면적 : 224㎡(67.76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13.58㎡(34.35평) / 연면적 : 99.89㎡(30.21평) / 건폐율 : 50.71% / 용적률 : 44.59%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5.0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 지붕 –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콘크리트 면처리 위 노출 우레탄도막방수
단열재 : 외부 비드법 보온판 2종1호 120T, 내부 열반사단열재 10T / 외벽마감재 : 세화벽돌 전벽돌, 테라코코리아 테라코트 플렉시텍스 외단열시스템, 뉴테크우드코리아 친환경합성목재
창호재 : 하이퍼윈도우 35㎜ 로이삼중유리 시스템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대동엘로이샤시 PVC이중창호 / 난방재 : LPG 가스보일러
설계 : 문성희 010-6437-9632 / untilmsh@naver.com(계획·실시설계), 건축사사무소 성지(인허가)
시공 : 하나 C&G 김두호 010-7706-6210
총건축비 : 1억5천7백만원(인허가 및 각종 세금 제외, 조경 및 담장 포함)
현재 설계사무소에 몸담고 있는 성희 씨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이 집에서 지내야 할 부모님을 생각하며 설계에만 5개월이라는 시간과 공을 들였다. 이어서 공사에 들어갔고 아버지는 매일같이 현장에 들러 적어도 한두 시간씩은 지켜보고 직접 일손을 돕기도 했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상 노곤한 날이 많았을 텐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집이 완성되고 입주한 뒤, 손님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집이 특이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는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대답한다.
“이 집이 바로 아들이 설계하고 지어준 집입니다.”
주택의 외부는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두 개의 매스를 만들고 마감재와 옥상의 파라펫을 달리해 모던한 인상과 화이트&블랙의 강렬한 대비를 줬다. 전면부에서는 합성목재를 입구 계단과 데크, 사이딩에 일관되게 사용하여 단정함이 느껴진다.
도로에 면한 주택 우측면에는 검은 전벽돌로 마감된 매스의 단조로움을 끊고, 중정 너머로 보이는 하얀 스터코 마감의 벽이 포인트가 되어준다. 부모님을 위해 짓는 주택이 다른 주택들과 차별되는 점 없이 그저 똑같아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아들의 고집이었지만, 다행히 부모님은 이 공간을 무척 좋아한다. 자칫 튀면서도 딱딱해질 수 있는 중정 공간이지만 큰 화분과 가장자리 하얀 조약돌을 깔아 생기를 불어넣었다. 중정에서 거실 방향으로는 단열성능이 좋은 폴딩도어를 설치해 외부로 출입을 쉽게 했고, 옥상공간으로 향하는 계단도 설치했다.
현관문은 삼중로이유리로 만들어 단열 성능은 물론 신선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 효과까지 챙겼다. 그러면서도 건축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현관과 주방 사이에 벽을 세워 시선을 차단했다. 이 중간벽은 프라이버시 보호 외에도 주방과 식당을 거실과 분리해 독립감을 부여한다. 거실은 남쪽으로는 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중정 쪽으로는 폴딩도어, 동쪽으로는 가로로 긴 창문을 놓아 채광과 넓은 시야를 확보하였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LG하우시스 실크벽지 / 바닥재 : LG하우시스 강마루, 국산 폴리싱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국산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로얄앤컴퍼니
주방 가구 : 제작가구 / 조명 : 펜던트 비츠조명, 외부벽등 유투조명
현관문 : 하이퍼윈도우 35㎜ 로이삼중유리 시스템창호 / 방문 : 우딘숲몰딩도어 ABS도어
데크재 : 테크우드코리아 친환경합성목재
- 부모님의 애정공간 -
중정
거실창
현관
세면대
코너창
마당
안방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코너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말이죠,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멋집니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라며 건축주는 코너창에 대한 자랑을 숨기지 않았다. 주택의 남쪽과 동쪽 도로 너머로 각각 고등학교 운동장과 공터가 있어 1층임에도 시선이 막히지 않고 곧게 뻗어갈 수 있었다. 사실 상희 씨가 이곳 택지를 고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주변 조망때문이다.
“지가(地價)의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앞이 학교 운동장이라면 당분간 건물이 올라가 시선을 막을 일은 없겠다 싶었죠(하하).”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은 성희 씨 부모님이 처음에 힘들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동네였다. 그래서 사실 어찌 보면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가족’이 시작된 장소로 돌아온 것이라 그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처음 성희 씨에게 들은 집 이름인 ‘네네네’의 유래에 대해 묻자 쑥스러워하면서 설명한다.
“‘네네네’는 ‘범석네, 즐겁네, 행복하네’를 줄인 말이에요. 사실 부모님은 오늘 처음 들어보셨을 거예요. ‘범석네’는 온전히 부모님을 위한 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즐겁네’에서는 집의 여러 요소에서 부모님이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일상을 찾길 바랐습니다. ‘행복하네’는 이 집에서 부모님과 우리 가족 모두가 미래의 행복을 만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새집 ‘네네네’는 은퇴라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부모님에게도, 그런 부모님을 위해 집을 설계한 아들에게도 일상의 충전이 되는, 행복한 프로젝트였다.
취재_신기영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6월호 / Vol.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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