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삼전동에 둥지 튼 ‘합정동 우동 고수’

산야초 2016. 7. 24. 23:31

[이택희의 맛따라기]

그가 돌아왔다…삼전동에 둥지 튼 ‘합정동 우동 고수’


                                        

가마타마우동(8000원) 가마에서 건진 면에 날계란을 얹고 면수와 맛간장에 비벼 먹는 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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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첫 가닥 느낌이 달랐다. 물컹하고 힘이 약한 듯했다. 너무 삶지 않았나, 이 사람 우동이 이렇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삶는 시간이야 알람시계가 알려주는데 너무 삶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의아해하며 두세 가닥 더 먹으니 면이 꿈틀댄다. 속에서 탄력이 밀고 올라온다. 아하, 뭔가 변화가 있구나. 생각 중인데 그가 잠깐 주방에서 나와 설명을 한다.
 
면이 좀 다르지요. 카덴 시절에는 중력분에 타피오카 가루를 섞고, 타피오카 가루에 빼앗긴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강력분을 약간 섞었습니다. 지금은 중력분만 씁니다. 면 씹히는 느낌이 좀 다를 겁니다.”

면이 좀 다르지요. 카덴 시절에는 중력분에 타피오카 가루를 섞고, 타피오카 가루에 빼앗긴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강력분을 약간 섞었습니다. 지금은 중력분만 씁니다. 면 씹히는 느낌이 좀 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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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셰프가 주방을 맡은 미타우동 간판.

박상현(34) 셰프 얘기다. ‘우동 카덴’ 총괄셰프로 합정동에 우동 바람을 일으키고 홀연 사라졌던 그가 돌아왔다. 원위치로 온 건 아니다.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매장 7평 12석. 말 그대로 둥지 규모의 우동점 ‘미타’(서울 송파구 삼전로10길 7 아우디 송파전시장 뒤/전화 070-4212-5212)를 지난달 28일 열었다. 상호는 동네 이름 삼전동에서 삼전(三田)을 따고,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주방 1명, 홀 1명. 온·냉 우동(6000~1만1000원) 11가지, 튀김(4000원) 4가지만 팔고 술은 없다. 주문은 기계가 받는다. 토·일요일 쉬고,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30분까지만 문을 연다. 예약은 안 받는다.

우동 삶는 가마에 자신이 뽑은 생면을 넣고 있는 박상현 셰프. 알람시계는 우동 삶는 시간 13분을 알려준다.


그가 공력을 쏟는 면은 중력분에 소금물·식초만 넣고 반죽한다. 반죽을 기계로 치대서 1차 숙성한다(28도 기준 2시간). 그런 다음 앞치마를 덮고 양말 신은 발로 밟는다(20분). 밀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디딘 반죽을 제면기로 몇 차례 압착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봉지에 나눠 담아 18도에서 17시간 동안 2차 숙성을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기계로 늘여 면을 뽑는다. 삶는 시간은 13분.


우동 주문기. 손님이 먹을 우동을 고르고 음식값 계산도 직접 해야 한다.


한국인은 면보다 국물에 더 민감하다. 한국인 입에 맞는 국물을 만드는 것도 숙제다. 구수하고 시원하며 간결하고도 맑은 맛을 내기 위해 그는 가다랑어(가츠오)·물치다랑어(소오다가츠오)·고등어(사바)·눈퉁멸(우루메이와시) 4가지 생선의 찐 포(부시·ぶし)에 다시마를 넣고 밑 국물을 우린다. 여기에 맛술·설탕을 가미한 간장을 첨가해 마무리한다. 우동 국물을 만들 때는 국간장, 찍어 먹거나 끼얹어 먹는 맛장국(쯔유)에는 진간장을 쓴다.

‘우동 장인’을 꿈꾸는 그의 요리 경력은 길지 않다. 올해 1월로 만 10년이다. 하지만 우동 솜씨는 정평이 났다. 자부심도 높다. “한국에서는 내 입에 맞는 우동을 아직 못 찾았다”라고 단언할 정도다. 보기에 따라서는 당돌하다 싶은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2006년 1월 호텔 일식부에 취직해 요리사의 길을 처음 밟았다. 국내에서 4년간 일식 일을 익힌 후 2010년 일본에 가 도쿄에서 어학원에 다니고 2011년 오사카의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입학했다. 입학 후 바로 행운을 잡았다. 일본의 유명한 우동점 ‘츠루통탄’에서 일하게 됐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우동을 공부했다. 총대표는 말단인 그의 잘잘못을 지적하며 직접 가르쳤다. 모든 파트를 돌아가며 일하게 했다. 우동 전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파트별 사부들에게도 많이 혼났지만 그만큼 배웠다. 1년은 학업을 병행했고, 모두 3년간 정신 없이 혼나며 쉬는 날도 별로 없이 근무했다. 어쩌다 쉬는 날에는 유명한 집들을 하루 대여섯 군데씩 찾아 다니며 우동을 탐구했다. 그러자 잘 만든 우동이 어떤 것인지 나름대로 기준이 생겼다.


명란앙카케우동(1만1000원) 녹말 즙에 명란 넣고 익혀 엉긴 소스를 얹은 우동

2013년 말 츠지 선배인 정호영 셰프가 불렀다. 정 셰프가 지금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고정을 차지한 유명인사지만 그때는 망원역 근처 외진 곳에서 ‘이자카야 카덴’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동 가게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바로 귀국했다. 2014년 초 합정역 근처에 ‘우동 카덴’을 열었다. 문 연 지 1년여 만에 한국에서 우동의 원표(元標)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올해 초 박 셰프는 어깨를 다쳤다. 원인은 쌓인 과로였다. 요양이 길어진다 싶더니 이번에 송파에 새 둥지를 틀고 나타났다.

“자가제면을 굳이 하는 이유는 제가 만든 면에 스스로 100%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만들면서 수련합니다. 100%에 도달하면 제 가게를 낼 겁니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코시’(면의 탄력; 사전에는 안 나옴)를 일본에서는 우동의 진짜 맛이라고 꼽습니다. 날씨(온도·습도 등)가 변해도 편차 없이 그런 면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덴푸라 붓가케우동(9000원) 몇 가지 튀김을 고명으로 얹은 우동

셰프 추천 메뉴는 덴푸라 말차 붓가케우동, 가마타마우동. 반죽에 가루 차를 넣은 말차(抹茶)우동은 박 셰프가 차를 좋아해 애정을 담아 만든 국내 첫 시도라고 한다. 가마타마는 ‘솥·계란’이라는 뜻이다. 솥에서 건진 면에 전국간장(키죠유·生醬油)을 약간 치고 날계란 얹어서 낸다. 면이 품은 제물 외에 다른 국물은 안 들어가 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좋은 우동이다. 그의 우동을 반년 만에 먹은 나는 추천하는 두 가지를 혼자 다 비웠다. 그의 우동은 진화하고 있었다.

나는 강력히 따지고 권유했다. 토·일요일 중 하루는 문을 열고, 평일도 일주일에 이틀은 저녁시간 영업을 하라고. 공급자의 권리 물론 있지만 소비자의 권익도 있는 법인데, 뭣이 중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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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이택희의 맛따라기]그가 돌아왔다…삼전동에 둥지 튼 ‘합정동 우동 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