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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0원짜리 홈메이드 닭곰탕

산야초 2016. 8. 4. 19:59

4,900원짜리 홈메이드 닭곰탕

    입력 : 2016.08.03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서초구 <꼬꼬댁>

    비가 오는 여름날 먹는 닭곰탕

    지난주 비가 오는 날 친한 지인과 함께 사무실 앞에서 만나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점심밥을 먹으려다 결례를 범했다. 일이 너무 바쁘고 하루 종일 일정이라 근거리에 있는 식당에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더욱이 중년 직원과 기사 관련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부득이 사무실 양재동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필자의 선택은 바로 전날 먹은 지하에 소재한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 가격이 저렴한 이 식당은 다른 식당과 달리 집밥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상호는 <꼬꼬댁>으로 호프와 식사를 겸하는 곳으로 지하에 소재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 인근은 상권이 취약한 곳이라 점심에는 어느 정도 영업이 되지만 저녁에는 밀물 같이 인근 직장인이 외부로 빠지고 주말에는 한가한 지역이다. 입지로 따지면 C급 미만의 상권이다. 이런 곳에서 영업을 하는 식당들을 보면 측은지심과 함께 늘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식당 역시 그런 입지에서도 지하에 소재해 더욱 불리한 곳이다. 그렇지만 아내를 비롯해서 사무실 특히 중년 직원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 기본 이상의 음식을 한다는 판단도 들었다.

    아직 12시도 안 되었지만 식당은 한가했다. 닭곰탕, 카레, 치킨프라이드 등 몇 가지 메뉴가 있지만 우리 일행 세 명은 모두 닭곰탕을 주문했다. 비가 오는 꾸덕꾸덕한 날이라 왠지 국물이 당기는 것 같다. 필자는 바로 전날에도 이 식당에서 닭곰탕을 먹었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음식 자체가 깔끔해서 나름 만족스럽게 먹은 기억이 있다. 순박한 인상의 20대 후반 젊은이가 서빙을 맡아서 한다. 태도가 겸손한 것이 인상적이다.

    잘 아는 식당이 갑자기 영업이 잘 되어 주인의 아들이 돕는데 뚱한 표정이면 왠지 부담이 된다. 부모님이 생계 때문에 하는 일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도 어려운데 그런 치열함이 결여되어 있다. 반면 이 식당 젊은이는 그런 부분에서 부모님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은 70대 할머니, 50대 아버지, 20대 아들 3대가 함께 운영하는 가족형 식당이다. 아들은 홀을 책임 맡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주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머리가 허연 아버지가 주방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아들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필자보다 오히려 한 살이 적다. 우리 50대 같은 세대의 짠한 모습이다.

    닭곰탕은 4900원으로 가격이 아주 저렴한 편이다. 반찬이 김치를 비록해서 6가지가 나오는데 김치도 충청도 출신의 할머니가 직접 담그고 반찬도 모두 직접 만든 홈메이드 음식이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내온 닭곰탕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양이나 질이 만족스럽다. 닭고기 고명도 넉넉하고 맛도 기본 이상은 한다.

    닭곰탕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만든 홈메이드 음식

    국물이 닭고기 특유의 맑은 국물로 시원하고 담백했다. 다른 식당 닭곰탕과 달리 무를 잔뜩 넣어서 시원한 맛이 배가된다. 필자는 무를 좋아하지만 국에 들어가는 무는 어렸을 적부터 잘 안 먹는다. 집에서도 무국을 끓여주면 잘 먹었지만 무는 대체로 남기는 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기호이다.

    닭고기 고명도 부드러운 편이다. 비교적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 같다. 닭고기 껍질을 제거한 살코기만 고명으로 올린다. 동행한 지인이 닭 껍질을 잘 안 먹어서 지인은 이 닭곰탕이 입에 맞는가보다. 밥을 말아서 훌훌 마시는 듯이 먹었다. 후추를 뿌렸더니 약간은 칼칼하다. 맑은 국물에는 후추 혹은 고춧가루가 제격이다.

    급히 먹은 점심이었지만 이 닭곰탕 왠지 소울푸드 같은 맛이다. 소싯적 육고기 국밥은 육개장을 제외하고는 닭곰탕을 많이 먹었던 추억이 있다. 물론 소고기국밥보다는 덜하지만 닭고기 국물도 좋아했다.

    여러 해 전, 모 중견 닭 생산 회사의 닭곰탕 사업기획서를 써준 적이 있었다. 매출이 수천억 원 하는 중견기업에 닭곰탕 체인점 사업기획서를 제대로 쓰는 직원이 부재해서 어쩌다 필자가 그 일을 대행했다. 기존에 그 회사 직원이 쓴 기획서가 몇 건 있었지만 허접한 수준이었다. 며칠 만에 쓴 기획서를 바탕으로 PT까지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용역비는 단 한 푼도 못 받게 되었다. 작은 회사의 비애인가···.

    담당 이사가 본인이 못 쓰는 기획서를 외부 인사에게 전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제안서 같은 것은 잘 안 쓴다. 특히 큰 기업이나 공사에서 그런 기획적인 내용을 공짜로 먹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닭곰탕 사업 기획서 내용은 논리와 인사이트가 있어서 그 회사 대표가 페이지마다 견출지를 붙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사업기획서는 그 회사의 내부 문제로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그 내용은 지금도 유용할 것이다. 한 마디로 닭곰탕 사업은 확장성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 이후 돼지국밥인 순댓국밥집은 도처에 급속하게 퍼졌지만 닭곰탕 전문점은 보기 드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닭 국물은 맑고 담백하지만 진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강력한 흡인력은 약한 편이다. 다만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다.

    지금 일본은 라멘 열풍인데 전체적인 시장을 끌고 가는 것은 돼지고기 혹은 돼지뼈 베이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돼지가 강세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닭국물이 강력한 흡인력은 없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중년 남자 세 명이서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서민국밥인 것은 분명하다.

    닭곰탕
    이 식당은 직접 농사지은 깨와 고추 등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 원천이 음식 가격을 싸게 책정하고 우리 같은 손님은 그 덕분에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는 두 번 리필을 했다. 양념이 풍부해서 닭곰탕이랑 잘 맞는다. 우리 일행 모두 닭곰탕을 완전하게 비웠다. 국물 하나 없이. 나이가 든 중년남자들은 역시 국밥이 딱이다.

    벽면에 토종닭 백숙을 예약을 하면 제공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가격도 안 비싼 편이다. 이번 말복에는 전 직원 모두 이 식당에서 토종닭백숙으로 복달임이나 해야겠다.
    지출 내역 (3인 기준) 닭곰탕 4900원×3인분= 1만4700원
    <꼬꼬댁> 서울 서초구  마방로10길 18-5, 010-5835-423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