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정현의 정치 역정,당 말단 직원서 당 대표로…31년간 17계단 뛰어올랐다

산야초 2016. 8. 10. 09:30

당 말단 직원서 당 대표로…31년간 17계단 뛰어올랐다


                 이가영 기자 사진이가영 기자                    
기사 이미지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지난 4·13 총선에서 당선된 다음 날 자전거를 타고 순천역 시장을 돌며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홀로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 곳곳을 누볐다. [중앙포토]

31년-17계단.

이정현, 파란만장 정치역정
밀짚모자 쓰고 두 달간 전국 훑어
허름한 백반집 불쑥 들어가 대화
“난 무수저” 호소, 영남서도 통해
설마하던 친박, 막판 단일후보 지지
2004년 광주 낙선 때 대통령과 인연
박 “어쩜 그리 말 잘하시냐” 발탁
휴대전화 컬러링 7년째 ‘거위의 꿈’


9일 새누리당의 새 선장으로 선출된 이정현 신임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해 당 대표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1년이다. 1985년 민정당 구용상 의원 비서관으로 출발한 그는 그 기간 당과 청와대에서 사무처 간사병(丙)·을(乙)·갑(甲), 수석부대변인, 홍보수석, 최고위원 등 모두 16번을 승진했다. 그가 디딘 17번째 계단이 바로 당 대표다. 그의 선출은 여당 사상 일대 사건이다. 새누리당(전신 포함)에서 호남 출신이 선출직 당 대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흙수저’를 넘어 ‘무수저’를 내건 그의 “일하고 싶다”는 호소가 영남이 주류인 새누리당에서 통한 결과다.
 


▶추천 기사 자기 브랜드 없는 경쟁…샌더스 같은 미래 담론은 없었다

“저는 노래 ‘거위의 꿈’을 좋아한다. 노랫말처럼 ‘모두가 등 뒤에서 비웃어도’ 저는 꿈을 키워 이 자리에 섰다.”

당 대표 선출이 확정된 직후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수 인순이의 노래 ‘거위의 꿈’은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이다. 그는 7년 전 이 노래의 가사를 처음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뒤로 한번도 컬러링을 바꾼 적이 없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분노하는 사람들, 꿈을 잃고 좌절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태우고 거위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서 벽을 넘고 싶다”며 “이 꿈이 현실이 되도록 지금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인 이정현을 얘기할 때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기사 이미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인 2011년 10월, 광주 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출판기념식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둘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탄핵 역풍에 몰린 당을 121석 정당으로 살려낸 직후다. 박 대통령은 광주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대표에게 위로차 점심을 샀다. 이 대표는 “호남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정을 토했다. 그의 말을 경청하며 꼼꼼히 메모한 박 대통령은 “어쩜 그리 말을 잘하시느냐. 꼭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그를 당 수석부대변인에 임명했고, 그때부터 그는 박 대통령의 ‘입’이 됐다. 박 대통령과 이별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직후다. 박 대통령의 패배로 실업자 신세가 된 그에게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정무부지사직을 내밀었다. 당시를 말하며 이 대표는 “떨렸다. 봉급다운 봉급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에겐 그야말로 큰 유혹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때 전화기를 잡고는 ‘(제안을) 거절 못하면 정치인 박근혜와 영영 헤어져야 한다. 흔들리지 말자’고 기도했다”고 한다. 며칠 뒤 이 사연을 전해 들은 박 대통령이 “왜 가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채근했다.


기사 이미지

이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3년 6월, 회의 전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가 “자꾸 그러시면 정치 그만둘라요”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박근혜맨’으로 남은 이 대표는 이후 비례대표 의원-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거쳐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재선, 3선에 성공했다.

그런 이 대표지만 처음 그가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당 관계자들은 “대표? 최고위원이 아니고?”라고 냉소했다.


기사 이미지

2014년 8월, 김무성 당시 당 대표가 이 대표를 업어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여당 불모지였던 7·30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그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으로 이변을 만들어 나갔다. 선거캠프도 꾸리지 않고 보좌관들과 선거를 치러내는 ‘단기필마’ 전략을 썼다.

그는 비둘기색 점퍼에 밀짚모자 차림으로 두 달간 배낭을 둘러멘 채 방방곡곡을 다녔다. 배낭에는 책과 서류 조금, 속옷 2벌, 우산 하나, 셀카봉, 세면도구를 넣었다.

식당에 불쑥 찾아 들어가 모르는 시민들에게 말을 걸었다. 경기도 연천군청 근처의 허름한 백반집에서 밥을 먹고 주인과 얘기를 나누며 어려움을 들었고, 전북 전주에선 후천성 장애인을 만나 생활고를 청취했다. 이 대표는 “가정어린이집 문제가 한창 들끓었을 때는 경기도 시흥에서 학부모와 교사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었고, 한 달 전에는 거제로 가서 조선소의 재재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면서 고민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외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한 중년 여성이 ‘여보, 이정현이야’라고 외치며 달려와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① 새누리 사상 첫 호남 대표 이정현
② “민심 괴리된 사안, 횟수 상관없이 청와대 전달하겠다”
③ 반기문에겐 “외교능력 큰 힘”…김무성에겐 “잘 모실 것”


이런 방식이 주효했는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1위로 떠올랐다. ‘설마’하던 친박계 인사들도 결국 그를 사실상의 단일 후보로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 스스로 경선기간 내내 되뇌었던 “호남 출신인 나의 당선은 그 자체가 혁명”이라고 한 ‘주문’이 현실이 됐다.
새누리 당 대표·최고위원 경력

이정현(58) 대표 ▶전남 곡성 ▶ 광주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보특보 ▶청와대 홍보·정무수석 ▶제18·19·20대 국회의원

이장우(51) 최고위원 ▶충남 청양 ▶대전고 ▶대전대 행정학과 ▶대전대 행정학과 조교수 ▶새누리당 대변인 ▶새누리당 대전시당 위원장 ▶19·20대 국회의원

조원진(57) 최고위원 ▶대구 ▶인창고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18·19·20대 국회의원

강석호(61) 최고위원 ▶경북 포항 ▶중동고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 ▶18·19·20대 국회의원

최연혜(60) 최고위원 ▶충북 영동 ▶대전여고 ▶서울대 독어독문과 ▶독일 만하임대 경영학 박사 ▶한국철도대학 교수 ▶한국철도공사 사장 ▶20대 국회의원

유창수(42) 청년최고위원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유환아이텍 대표이사 ▶글로벌정치연구소장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당 말단 직원서 당 대표로…31년간 17계단 뛰어올랐다


사무처 직원에서 당대표까지… ‘거위의 꿈’ 이룬 朴대통령의 복심

이재명기자 , 홍수영기자

입력 2016-08-10 03:00:00 수정 2016-08-10 03:00:00


[새누리 신임대표 이정현]이정현 대표가 걸어온 길  
호남 핸디캡에 黨변방 맴돌다가 2004년 박근혜 대표가 공보 맡겨
MB정부땐 朴대통령 대변인 역할… 全大서 “발탁해준 대통령에 감사”
이정현 ‘청와대 2중대’ 일각 우려 의식 “정부人事 등 靑에 할말 하겠다”


환호에 답하는 새누리 새 지도부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신임 당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최고위원들이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창수 최연혜 최고위원, 이 대표, 조원진 강석호 이장우 최고위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9일 새누리당 당권을 거머쥔 이정현 신임 대표는 전당대회 정견 발표 때 목청이 터져라 “일하고 싶다”고 외치고 또 외쳤다. 이번에도 그 간절함은 통했다. 이 대표는 경선을 앞두고 홀로 배낭을 멘 채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버스정류장 앞 기사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혼자 식사를 하는 택시기사와 마주앉아 바닥 민심을 청취하고 ‘웰빙 정당’의 머슴 대표를 자처했다.  

그렇게 ‘거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은 이 대표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한 음악이다.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라는 노랫말이 자신의 처지와 똑같다고 느낀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정견 발표 때도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이지만 과장된 얘기도 아니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비주류의 비주류’ ‘무(無)수저 출신’이라고 말한다. 전남 곡성 ‘깡촌’ 출신으로 1985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정당 최말단인 간사 ‘병’으로 당직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호남에서는 ‘영남당’ 출신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변방을 맴돌아야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이 180도 달라진 건 박 대통령을 만나면서다. 박 대통령은 2004년 당 수석부대변인이었던 이 대표에게 자신의 공보 역할을 맡겼다.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을 때는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도맡았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 건 이때부터다.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이 대표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던 2013년 4월경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책을 읽고 있다. 당시 영국 아이들은 ‘남자도 총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대처가 11년 반 동안 총리를 하면서 나온 얘기다. 3년 뒤 한국 아이들이 ‘남자도 여자만큼 대통령을 잘할 수 있느냐’고 물을 날이 올 것이다.”

당내에선 박 대통령과의 이런 ‘특수 관계’가 수평적 당청 관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이 대표는 “하늘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의 당청 관계는 지금까지 봐온 당청 관계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만일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당이 ‘청와대 2중대’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 때 “우리 당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사도 탕평 인사, 유능한 사람들이 발탁되는 능력 인사, 어렵고 힘든 사람을 배려하는 배려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확실히 관여하고 개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많은 비판을 받아온 인사 문제에 당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14년 6월 청와대를 나올 때 사실상 경질됐다는 말도 있어 청와대의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발탁한 건 박 대통령이지만 ‘지역주의 타파의 전사’ ‘호남 대표’를 만든 건 스스로의 ‘무모한 도전’의 결과인 만큼 이제부터 ‘이정현식(式) 정치’를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말단 당 사무처 직원에서 대표까지 16계단을 밟아 올라왔다”며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새누리당의 행태, 관행, 시스템, 의식을 바꿔 나가는 데 매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

이정현 "대선 관리보다 朴대통령 중심 국정챙기기 시급" 

기사입력 2016.08.10 오전 8:44
최종수정 2016.08.10 오전 9:26

원본보기

첫 공식일정 국립현충원 참배 "대한민국·국민·가치 지킬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배영경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는 10일 "앞으로 1년 6개월은 (차기)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본보기
기자들의 질문공세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는데, 100년의 1년 6개월은 짧지만 5년의 1년 6개월은 굉장히 긴 기간"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차기 대선은 예정된 정치 일정 가운데 하나이고, 지금은 이 정권에서 민생과 경제와 안보를 포함한 시급한 국정 현안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모든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자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 대표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원활한 당·청 관계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원본보기
방명록에 서명하는 이정현 대표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오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이어 이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33년간 지켜봤던 대한민국 정치의 모순을 반드시 바꾸겠다"면서 "그저 '벌레 먹은 잎 따기' 식으로 하지는 않겠다. 근본에 손을 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숨길 것은 숨기고 지킬 것은 지키는 식의 '셀프개혁'은 하지 않겠다"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이고, 정답은 없지만 국민의 시각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직 인선 등 당무 계획에 대해서는 "인사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히 해나갈 것"이라며 "절대 혼자 하지 않고 최고위원 및 당 내외 인사들과 많이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충원 방명록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이 대표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