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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물길 가르며… 40분간 즐기는 낭만

산야초 2016. 8. 23. 23:26

운하 물길 가르며… 40분간 즐기는 낭만

    입력 : 2016.08.18 04:00

    포항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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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운하 구간을 지나는 포항 크루즈. 17인승 작은 유람선이다.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해도 해도 너무한 더위에 올여름 온 국민이 밤낮으로 시달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을 어떻게든 피해보겠다고 해수욕장도, 계곡도 벌써 다 다녀왔다. 하지만 아직도 끝날 듯 말 듯 이어지는 이 끈질긴 무더위를 어쩌나.

    시원한 강바람, 바닷바람 맞으며 유람선 타고 물길을 달려보는 건 늦여름 열기를 식혀줄 피서법으로 제격. 그중에서도 최근 경북 포항시의 명물로 떠오른 '포항크루즈'는 하루 평균 15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포항운하와 동빈내항을 지나 송도해수욕장과 포스코 사이 바닷길을 통과해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 배도 작고 물길도 좁고, 총 8㎞ 코스를 도는 데 4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낭만이 있다.

    포항시 북구의 동빈내항은 형산강 강물과 영일만 바닷물이 만나던 곳으로 어업과 물자 교역 중심지였다. 1960년대 말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상업·주거지구가 조성돼 수로가 매립되자 동빈내항에 갇힌 바닷물이 심각하게 오염됐고 주변 지역도 쇠퇴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빈내항과 형산강을 다시 연결한 포항운하가 2년 전 개통됐다. 포항 크루즈가 이 물길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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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벽화로 꾸며져 있는 포항운하 주변의 오래된 동네. 2 포항운하 인근 조형물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출품작들이다.

    거대한 제철소 맞은편 선착장에서 배가 출발한다. 17인승·46인승·57인승 세 종류. 동빈내항까지 1.3㎞를 잇는 포항운하 구간 양옆으로 철로 만든 꽃다발, 청동으로 조각한 남녀 등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수십년간 침체를 겪었던 주변 동네는 상상력과 위트 넘치는 벽화들로 꾸며져 낡은 건물 구석구석 생기가 돌았다.

    유람선이 죽도시장을 거쳐 동빈내항을 지나는 동안 주변에 정박된 온갖 종류의 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어선, 상선, 요트, 경비정, 모래 채취선은 물론 해군 초계함인 포항함까지. 2010년 북한 공격을 받아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과 동일제원의 함정인 포항함은 2009년 퇴역한 이후 안팎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관으로 운영 중이다. 갑판 위엔 천안함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한준호 준위 동상이 서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에 이르러 유람선은 바다로 나아간다. 890만여㎡(270만평) 광활한 대지 위 포스코가 압도적 풍광을 드러낸다. 회색 굴뚝이 불쑥불쑥 솟은 철강 공장은 그 자체로 진기한 볼거리를 이룬다. 엄청난 규모의 우주선 같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큰 롤러코스터 같기도 하다. 한국의 압축적 경제 발전을 상징하는 웅장한 설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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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크루즈와 포스코 밤 풍경.
    9월까지 여름철에만 운행하는 야경 크루즈에 오르면 포스코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알록달록 무지개색 화려한 조명이 켜진 제철소를 배경 삼아 승객들이 배 위에서 기념사진 찍는 시간이 마련된다. 포스코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를 멈추고 승객 전원이 돌아가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 때문에 야경 크루즈 운항 시간은 낮보다 10분 더 긴 50분이 소요된다.

    [표] 전국 주요 유람선 투어
    ■ KTX 서울역~포항역 2시간 30분. 포항역에서 크루즈 출발 지점인 포항운하관까지 택시로 20분. 크루즈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상시 운항. 요금 1만원. 야간 운항(요금 1만5000원)은 7~9월 오후 8시 운영되며 전화 예약해야 한다. 문의 www.pohangcruise.kr, (054)253-4001

    ■ 죽도시장 삼형제횟집(054-242-7170)에선 물회와 대게 등을 맛볼 수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근처 한계령조개구이(054-248-1484)는 치즈를 올린 양념 조개구이가 유명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