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앞뒤 다른 이중적 처신에 불신…중국은 고립되고 있다

산야초 2016. 9. 2. 21:15

앞뒤 다른 이중적 처신에 불신…중국은 고립되고 있다

[허문명의 프리킥]중국은 고립되고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입력 2016-09-02 03:00:00 수정 2016-09-02 09:20:59


허문명 논설위원


지난달 초 7박 8일간 북-중 접경 지역을 돌며 무역 종사자들을 만나고 온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유엔 제재로 잠시 주춤했던 북-중 교역은 제재 이전보다 더 왕성하며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엔 금지 품목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북한의 철광석 대중(對中) 수출이 1월에만 지난해보다 20% 줄었을 뿐 2월부터는 6개월 연속 6∼290%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무자는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이중적 처신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사드 배치에 대해 ‘소국인 한국이 어찌 대국의 뜻을 거스르려 하느냐’는 식의 국가 간 갑질 행태를 접하고 보니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는다. 베이징의 기류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마도 강경 대응 입장에서 일보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이 내건 주변국 외교 전략은 ‘친밀(親)·성실(誠)·혜택(惠)·포용(容)’이었다. 거창한 수사와는 달리 실제로는 ‘힘의 외교’로 주변 거의 모든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 3대 강국인 일본과 인도는 중국을 등지고 미국과 손잡은 지 오래다. 시 주석의 국가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상에서 핵심 길목이라 할 수 있는 인도의 친미(親美)와 군비 팽창은 중국으로서는 거대한 걸림돌이다. 

세계 4위 군사대국인 인도는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데 이어 얼마 전 중국 국경 지역에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대거 배치했다. 지난달 29일엔 미국에 군사기지를 개방하는 군수보급 협약까지 맺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전날인 3일 인도 총리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 확장을 막기 위한 다양한 연대 방안을 모색한다.

베트남도 지난해 6월부터 주요 항구에 미국 인도 군함들이 정박할 수 있게 했으며 미 해군 탐사선의 다낭 항 탐사 활동도 허용했다. 미국, 베트남 군인과 해양경찰은 정례적으로 훈련과 작전을 같이 하기로 했다. 1993년 미군기지를 철수시켰던 필리핀은 올 1월 8개 군사기지를 미군이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지금 한반도와 동남아시아는 ‘일대일로’를 내세우며 팽창하는 중국과 ‘리밸런싱(Rebalancing·재균형)’을 내걸고 중국을 주변국들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미국이 격돌하는 전선(戰線)이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한미일 동맹 강화는 당연하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균형추를 더 이동시켜야 한다. 일본은 우리와 똑같이 북핵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 대잠수함 탐지와 방어 능력도 우수하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첨단 전투기 등 공군력도 강하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정보자산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내년 방위비로 56조 원을 책정했다. 외교 안보적으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할 때다. 

총수출액의 25%나 되는 대중 수출 비중도 낮춰 가면서 인도 베트남은 물론이고 시베리아 개발 등 ‘신동방정책’을 펼치는 러시아와 극동에서의 협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나 원자력잠수함 등 우리 안보 현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1년 남짓 남은 현 정부는 외교 안보에 더 에너지를 집중했으면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