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당과 고풍의 힐링공간..전통 한옥에 살어리랏다
매경이코노미 김경민, 정다운 입력 2016.09.09. 10:44
# 직장인 이 모 씨(55)는 요즘 노후 주거지로 한옥을 알아보는 중이다. 원래 은퇴 후 경기도 양평이나 가평 전원주택에 거주할 생각이었지만 지자체마다 한옥용지를 분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생각이 바뀌었다. 마침 경북 안동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용지 분양 물량이 있어 덜컥 청약을 넣었다. 누가 얼마나 청약을 넣을까 싶었지만 청약경쟁률이 무려 78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씨는 “보통 한옥 하면 살기 불편한 집이란 인식이 많았지만 요즘엔 사람들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웬만한 아파트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데 한옥처럼 자연을 제대로 누리는 집이 없는 만큼 한옥용지 투자를 계속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너른 마당에 전통 가옥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한옥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에 빼곡히 들어선 빌딩숲, 성냥갑 아파트 사이에서 우리 숨통을 틔워주는 한옥 가치가 재조명받는 중이다.
한때 한옥은 건축비가 많이 들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현대식 보급형 한옥’이 속속 등장하면서 건축비가 줄어 한옥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은퇴 주거지로 한옥을 선택하거나 한옥 임대사업으로 넉넉한 수익을 올리려는 30~40대 젊은 층도 부쩍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옥을 장려하기 위해 과감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한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7월 초 경북 안동시 풍천면, 예천군 호명면 일대에 들어서는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용지에는 청약 인파가 대거 몰렸다. 69필지 분양에 5376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78 대 1, 최고 46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필지당 면적은 500㎡ 안팎으로 분양가가 최고 4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담이 컸음에도 인기를 끌었다.
대중적인 주택 상품인 아파트도, 요즘 인기라는 상가주택용지도 아닌 한옥용지 청약경쟁률이 뜨거웠던 배경은 뭘까.
예전에 비해 한옥 투자 부담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다.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용지를 분양받으면 경북도청으로부터 최대 4000만원 보조금을 받는다. 건축비용으로 2억원가량 대출도 가능하다. 여기엔 땅을 분양받아 3년 이내에 2층 이하 한옥을 짓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땅값에 3.3㎡당 900만~1000만원가량 한옥 건축비를 감안하면 면적별로 4억~7억원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상북도는 도청신도시 33만㎡를 한옥 특화지구로 선정해 660가구 한옥을 새로 짓기로 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외에도 지방 곳곳에 한옥 단지가 들어서는 중이다. 전국 각지에 한옥마을 조성 열풍이 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오죽헌 부근 1만2300㎡ 터에 한옥마을을 조성해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충북 청주시도 도시민 한옥체험을 위해 청원구 오창읍 1만8600㎡ 부지에 한옥마을을 조성 중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전주 한옥마을을 닮은 정주형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세종시 고운동 고운뜰공원 일대에 한옥마을 42필지를 공급했다. 개별 필지 면적은 290~330㎡로 공급 가격은 3.3㎡당 175만~240만원 수준. 최대 3000만원가량 한옥 건축 지원금을 받을 경우 땅값, 건축비를 합해 5억원(건축비 3.3㎡당 900만원, 연면적 99㎡ 기준)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들어선 한옥은 2008년 5만5000가구에서 2012년 8만9000가구로 늘었고 어느새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시내에만 1만여가구의 한옥이 있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건 기존 한옥마을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한옥마을 대표주자인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시내 최고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한옥마을은 전북 전주 풍남동, 교동 일대 30만㎡ 부지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한옥 주거지. 500가구가 넘는 한옥이 모여 있는 마을엔 전통카페, 식당을 비롯해 한옥체험관, 공예체험관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전시시설이 들어서 있다. 매년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만 600만명이 넘는다.
서울시내에서도 한옥마을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한옥 단지로 북촌한옥마을이 꼽힌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삼청동, 계동 일대 한옥 밀집 지역으로 한옥 900여채가 들어서 있다. 도심과 가까워 입지가 좋은 데다 한옥 보존이 잘돼 있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투자처로 인기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3㎡당 1000만원 선이던 북촌 일대 한옥 매매가는 어느새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복궁 서쪽 누하동, 옥인동, 통인동에 자리 잡은 서촌 한옥마을에도 대규모 한옥이 들어섰다.
은평구 일대엔 수도권 최대의 한옥 전용 주거단지가 조성 중이다.
2012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 진관동 은평한옥마을 분양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값비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필지 크기를 줄이고 분양가도 3.3㎡당 920만원에서 730만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156개 필지가 모두 팔려나갔다. 현재 곳곳에서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데 연말까지 30여가구가 완공될 예정이다.
은평한옥마을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퇴를 앞둔 서울, 수도권 거주자들이 은평 한옥을 많이 매입했다. 한동안 미분양에 시달렸지만 분양가를 대폭 낮춘 데다 서울시가 직접 조성하는 한옥마을이라는 희소성이 있어 결국은 다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한옥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옥호텔도 곳곳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 호텔면세점 자리에 1만9494㎡ 규모로 지하 3층~지상 3층, 객실 91개를 갖춘 한옥호텔을 건립하기로 했다. 2021년경 완공 예정이다.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경북 경주 ‘라궁’, 전남 여수 ‘오동재’ 등 한옥호텔은 이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서울에 한옥호텔이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옥집 마련하려면
▷조립식 한옥 신축, 3.3㎡당 700만원
한옥으로 된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땅을 사서 한옥을 짓거나 오래된 한옥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방법이다.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건축비. 한옥 건축 비용은 3.3㎡당 700만~1500만원 선으로 만만치 않다. 한옥의 3.3㎡당 건축비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짓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한옥을 흉내만 낸다면 양옥 주택(3.3㎡당 400만~500만원대)과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통 한옥 장점을 좀 더 살리려면 3.3㎡당 평균 1000만원이 필요하다. 땅 165㎡를 사서 84㎡ 크기의 한옥을 지으려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2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목수와 와공(지붕공사 인부)이 필요해 일반 건물보다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미를 살리기 위해 건축 인력과 목재, 석재 등 자재 질을 높일수록 비용은 크게 뛴다. 3.3㎡당 1500만~2000만원대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양지우 움건축 소장은 “한옥 특성상 수작업이 많고 인력이나 기술이 많이 투입될수록 건축비가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한옥은 부지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차량 진입이 쉽고 자재를 쌓아둘 공간이 충분한 곳이라면 20~30% 싸게 지을 수 있다. 자재를 한꺼번에 받아두고 동시에 건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도심 속 비교적 좁은 골목 부지에 한옥을 짓는 경우 자재를 여러 번 실어 날라야 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진다. 널찍한 시골에서는 4~5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서울에서는 평균 7개월 걸린다.
양옥 주택과 비교해 한옥 건축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앞에 말한 대로 한옥은 ‘짓기 나름’이다. 기술 개발로 개량 한옥을 짓는 건축비가 대폭 낮아진 덕분에 3.3㎡당 700만~800만원대로도 한옥을 지을 수 있다. 최근엔 한옥이 대중화되면서 건축 비용을 낮추고 생활 편리성을 높인 다양한 한옥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한옥 시공비는 입지와 재료, 형태별로 달라진다.
대표적인 게 일명 신(新)한옥으로도 불리는 ‘조립식(모듈형) 한옥’이다. 설계가 결정되면 대들보, 서까래, 기둥, 문, 바닥, 벽까지 건축 자재 대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 중 7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져 현장에서는 마감공사만 진행한다. 덕분에 건축에 필요한 기간도 한 달 정도로 기존 한옥에 비해 현저히 짧아졌다.
최근에는 단독주택처럼 2층짜리 실용한옥도 꽤 각광받는다. 한창 조성 중인 서울 은평한옥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층은 거실과 사랑채, 부엌 등으로 구성되고 2층엔 침실이 주로 들어서는 식이다.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한옥인 ‘화경당’의 경우 1~2층을 합쳐 142㎡인 한옥을 짓는 데 3억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이 역시 3.3㎡당 건축비가 700만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대신 기계 공법을 적용한 덕분이다. 공사 기간도 3개월가량이었다. 복층 한옥은 땅값이 비싼 도심에 짓기 적합하다.
한옥의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면 낡은 한옥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지면적이 크지 않은 땅은 낡은 한옥을 허물고 신축할 때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을 적용받아 건축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 저층으로 지어지는 한옥 특성상 건폐율이 낮으면 생활공간 확보가 어렵다.
예를 들어 대지면적과 건축면적이 거의 비슷한, 100㎡(30평) 미만의 한옥은 신축할 경우 건폐율 50~60%를 적용받아 집 크기가 50~60㎡(15~18평)로 줄어든다. 북촌·서촌 등도 ‘한옥 특별건축구역’ 건폐율(70%)을 적용하면 한옥 크기가 70㎡(21평) 이하로 작아진다. 한옥 리모델링은 이런 소규모 한옥 부지에 적합하다.
한옥의 형태도 건축비·리모델링 비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다. ‘ㅡ자’형보다는 ‘ㄱ자’형이, ㄱ자형보다는 ‘ㄷ자’형 구조의 한옥이 더 많은 건축비가 든다. ㄱ자, ㄷ자형에는 ㅡ자형에는 없는 회첨(처마가 만나는 부분)이 생기는데 여기 올라가는 기와나 골추녀 등에 전문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는 한다. 다만 리모델링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기둥과 서까래 등 기존 한옥 틀을 유지하면서 생활양식에 맞게 설계를 바꾸고 난방·단열시설을 설치하려면 신축 못지않은 비용이 든다. 기존 한옥의 평면 등이 시공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시공 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오히려 비용과 시공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리모델링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옥 건축가인 김원천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소장 조언이다.
아무리 조립식 한옥이라 해도 3.3㎡당 700만원이 넘어가는 건축비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기왕이면 비용을 더 절약하는 법은 없을까. 이럴 땐 각 지자체 지원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지원금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그간 북촌·서촌·인사동·돈화문로·성북동 일대 55만㎡를 ‘한옥보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내 한옥의 수선비와 신축비용을 지원해왔는데 최근 지원 금액, 대상을 대폭 늘렸다. 한옥보전구역 내 한옥의 경우 전면 수선에는 보조금 최대 9000만원과 융자 4000만원을, 비한옥을 한옥으로 신축할 때는 보조금 최대 1억2000만원과 융자 3000만원을 지원해준다. 한옥보전구역이 아니어도 전면 수선 시 6000만원(융자 2000만원 포함)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신축 시엔 보조금 최대 8000만원, 융자 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경기 수원시는 민간 한옥 건립을 장려하기 위해 건축비 보조금으로 80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한옥 지원 조례’를 시행 중이다. 한옥발전기금을 운영 중인 경상남도에선 20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전라남도는 지정한 한옥마을 내에 한옥을 신축하는 경우 보조금 2000만~3000만원을 지원한다.
신축도 번거롭고 리모델링도 머리 아프다면 기존 한옥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한옥 시세가 대부분 아파트보다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북촌이나 서촌한옥마을의 경우 3.3㎡당 매매가가 적게는 2000만원대, 보통은 30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은평한옥마을 내 한옥(대지 165㎡, 한옥 84㎡ 기준)을 사려면 최소 12억원은 있어야 한다. 은평뉴타운에서 입주 6년 차를 맞은 전용 84㎡ 아파트 시세(5억~5억5000만원 선)와 비교하면 부담이 두 배나 된다.
물론 은평한옥마을 2층 연립 한옥은 한 가구는 주인이 살고 나머지 한 가구는 세를 놓을 수 있어 임대수익형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촌, 서촌에 이어 ‘제3의 서울 한옥마을’로 불리는 종로구 익선동에서도 66㎡ 규모 한옥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50만원 선에 거래된다. 찻집, 공방,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면서 어엿한 상권이 형성돼 매매가, 임대료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대지면적 99㎡ 한옥 매매가는 9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한옥 지을 때 유의할 점
▷시골보단 도심, 생활 반영한 설계 필요
한옥은 어디에 짓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
은퇴를 앞둔 수요자라면 녹음 우거진 시골에 한옥을 짓는 로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일수록 도심과 가까운 곳에 터를 잡길 권한다. 양 소장은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하는 연령대일수록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가까운 도심 근처에 한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지역이 한옥살이에 좋다기보다는 자녀, 가족, 지인과 가깝게 살아야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거나 맞벌이 부부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 소장은 “자녀 교육을 염두에 둔 부모나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도심 속 한옥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엔 대지면적이 최소 165㎡(50평)는 돼야 99㎡(30평)짜리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땅값이 부담된다면 광역 교통망이 잘 갖춰진 신도시 내에 한옥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 한 가지 더.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생활양식을 반영하지 않은 설계다. 대부분 고풍스러운 한옥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한옥을 짓지만 막상 좌식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내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반드시 전통 한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관은 한옥으로 짓되 내부는 현대적으로 꾸며도 좋고, 양옥 설계에 한옥의 인테리어만 가미하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은 방법이다.” 양지우 소장의 생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한옥은 거래가 많지 않은 만큼 환금성을 따져봐야 한다. 낡은 한옥은 매입 비용과 별도로 신축, 개보수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은 피하고 단기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한옥을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서울 누하동에 한옥 장만한 양예영·황규선 부부
“100년된 한옥 고치니 정취 그대로 남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파트에 살던 양예영(67)·황규선(64)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은퇴를 앞두고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이 들어서는 마당도 있고 가꾸는 재미가 있는 주택에 살고 싶었다. 마침 서울 종로구 누하동 서촌한옥마을에 서로 맞붙어 있는 한옥과 양옥이 매물로 나왔다. 대지면적은 59평에 한옥 건축면적은 22평, 맞붙어 있는 양옥은 10평가량. 부부는 2010년 이 집을 11억원에 사들였다.
1950년에 지어진 양옥은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낡아 아예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했다. 한옥은 1890~1900년경 지어져 햇수로만 110년이 훨씬 넘었지만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탄 관악산 소나무 목재가 아주 근사했다. 한옥은 뼈대만 남기고 고쳐 쓰기로 했다.
리모델링과 신축을 모두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1년. 예상했던 것보다 변수가 많았다.
막상 집수리를 시작하고 나니 기둥 밑이 썩어 대대적인 수선이 필요했다. 작은 방 여러 개는 하나로 터 넓은 거실 겸 부엌을 만들고 ‘ㄱ자’ 구조 끄트머리에 있던 부엌은 침실로 바꿨다. 집 전면은 한지로 된 문 대신 통유리 창을 달아 마당이 시원하게 보이게 했다. 마당은 모래와 콘크리트를 깔아 높게 만들었다. 마루와 높이 차이가 많이 나면 오르내리기 힘들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양옥이 있던 자리에는 2층짜리 현대식 건물을 새로 지어 아들이 사무실로 쓰기로 했다.
리모델링, 신축을 하는 데 든 비용은 총 1억6000만원 정도다. 집 매입비용(11억원)과 기타 비용을 모두 합치면 13억원 정도 든 셈이다. 한옥에 산 지 6년 차. 3.3㎡당 1800만원이 채 안 되던 서촌한옥마을 주택 매매가 시세는 그사이 두세 배가량 뛰었다.
무엇보다 부부는 한옥살이에 만족한다. 언제든 조금만 걸으면 인왕산으로 등산을 갈 수 있고, 마당으로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과 비를 사계절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덕분이다. 물론 마당으로 불어온 벚꽃잎과 먼지를 바로바로 쓸어내는 부지런함은 있어야겠지만.
양 씨, 황 씨 부부는 평소 생활하던 습관을 고려해 한옥을 설계하라고 조언한다. “집을 고칠 때 웬만한 한옥 구조물은 거의 그대로 남겼지만 아무래도 좌식 생활은 영 불편하겠더라고요. 한옥 생활에 들떠 이사할 때 무턱대고 침대, 식탁, 소파를 버렸다가는 얼마 못가 한옥에 싫증 날 수 있어요.”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4호 (2016.09.07~09.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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