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담백한 벽돌집

산야초 2016. 9. 6. 20:25

함께 모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을 원한 가족. 그들을 위해 지은 담백한 집과 마주했다.


건물 앞 두 개의 하얀 원통형 구조물의 정체는 수돗가와 개집이다. 길 쪽에서 대청을 가려주는 역할도 한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낮은 담장이 집과 조화를 이룬다. / 2층과 연결되는 별도의 외부 계단을 두어 가족의 동선을 배려했다.


남쪽으로 작은 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해가 잘 드는 땅에 집을 짓고 싶어 하는 부부가 찾아 왔다. 꾸밈없는 모습에 잘 웃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처음 집에 대해 꺼낸 의견은 ‘사람을 만나는 집’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의 의미는, 안으로는 가족들이 모이고 마주하고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 중심이 되는 집이고, 밖으로는 찾아오는 지인, 동료 그리고 동네 이웃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집이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전통건축의 대청이나 마당처럼 열린 공간을 원했고, 그러한 공간의 성격이 담긴 집을 짓고 싶어 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이 가족에게 어떤 공간이 필요할지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우선 가족들이 모여 각자 혹은 함께 이야기하고, 책을 읽고, 쉬는 공간인 가족실이 있어야 했다. 이 공간은 남쪽으로부터 따스한 햇살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해가 질 때는 노을도 볼 수 있는, 그리고 집 앞의 작은 공원과 동산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족들 각자의 다양한 행위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공간구조이길. 이렇게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공간은 병산서원의 만대루나 남원 광한루 같이 편안하고, 또한 정취가 있는 공간인 ‘누마루’였다. 따라서 이러한 ‘누마루’ 같은 공간을 어떻게 재해석해 내부에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이 공간을 중심으로 집의 구성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SECTION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측 전경

필요한 요소만 담아 꾸민 주방의 모습

계단실 좌측에는 어머니의 방이 자리한다. / 1층 욕실은 하얀색으로 통일해 깔끔하게 마감해 주었다. / 욕실 안쪽에는 샤워공간을 마련했다. 


가족실은 2층의 중심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양 옆으로 안방과 아이 방이 있어 부모와 아이들은 언제든 이 가족실에서 서로 만나고 헤어진다. 가족실의 한쪽 벽에는 책을 가득 놓고 남쪽 창가에는 벤치를 두어 이곳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가족실 중앙에는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아래층과 연결되는 동선이기도 하지만 가족실을 크고 작고 넓고 좁은 공간으로 나누어주거나, 불필요한 시선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집의 중심인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면 마당을 마주하고 있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나온다. 1층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이 주방과 다이닝룸, 그리고 작은 거실이다. 이 공간들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당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계단실을 중앙에 두고 공간을 분리하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 대지면적 : 265.4㎡(80.28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다락 건축면적 : 118.0㎡(35.69평)

연면적 : 215.9㎡(65.31평) / 건폐율 : 44.5% / 용적률 : 81.3%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10.2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 구조재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 알루미늄징크 / 단열재 : 벽 - THK150 비드법보온판 2종3호, THK100 + THK50 교차 시공,  지붕 - THK250 에너지세이버

외벽마감재 : 고벽돌 / 창호재 : 베카(VEKA) 유럽식 시스템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시공 : JD 건축

설계 : JYA-RCHITECTS


계단을 올라 마주하게 되는 2층 모습. 박공지붕의 형태가 내부에 그대로 나타난다.

부부만의 공간인 안방 입구 / 계단실은 오렌지 컬러를 입혀 공간의 포인트가 되어준다.

사선 천장이 멋스러운 안방


다이닝룸에서 나가면 작은 툇마루가 있어 마당으로 내려갈 수 있고, 거실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대청마루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대청마루에서는 마당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다. 전통적인 마당의 구조를 닮아 있는 것이다. 툇마루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이웃들과 인사도 나눌 수 있다.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친구가 오면 마당 한켠 쪽문을 열고 집 앞 공원에 가서 다시 축구를 하며 논다. 이렇듯 열려 있는 마당은 적어도 아이들에게만큼은 진정으로 만남과 놀이와 교류의 공간이 되었다.


방문은 슬라이딩도어를 선택해 공간 활용에도 신경을 썼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던에드워드 친환경 도장, 루나우드 / 바닥재 :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타일 : 벽, 바닥(욕실) - 포세린타일 컷팅시공(윤현상재)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주방 가구 : 협정 YM / 조명 : 대명전기조명 (T5 LED, LED 매입등, LED 벽부등, LED 레일등)

계단재 : 애쉬집성목 / 현관문 : 단열방화도어 + 도장

방문 : 합판도어 + 던에드워드 친환경 도장 / 데크재 : 루나우드


안방 드레스룸과 욕실

PLAN - 2F (99.07㎡)  /  PLAN - ATTIC (7.37㎡)
PLAN - 1F (90.71㎡)

세 아이의 방. 방이 연결된 다락 벽면을 유리로 마감해 더 넓은 공간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공간들을 감싸고 있는 집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외관은 건축주의 성향만큼이나 차분한 색의 벽돌로 만들어졌다. 다만 내부에 만들어진 가족실의 형태가 외부에 드러나면서 역동적인 사선이 생겨났다. 덕분에 방향에 따라 보이는 각기 다른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람을 만나는 집’을 짓고자 하였던 부부와 세 아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자주 집에서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세 아이들은 다락으로, 가족실 구석으로, 거실로, 욕조와 마당으로 몰려다니고, 집에는 새로 사귄 동네 친구들이 수시로 놀러온다.


집이 사람을 닮아 가듯 건축주를 닮은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집은 사람을 좋아하는 담백한 집이 되길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부족함은 앞으로 이 가족이 넉넉한 삶의 일상으로 집을 채워 주리라 확신한다. <글·원유민>


건축가 JYA-RCHITECTS

조장희, 원유민 두 명의 파트너로 구성된 젊은 건축가 집단. 네덜란드의 사무소와 한국의 사무소에서 각기 다른 건축 환경을 경험해 오다, 서로가 고민해오던 건축을 둘러싼 많은 현상들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들을 공유하고 교합하여 나름의 건축적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2013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과 규모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070-8658-9912,www.jyarchitects.com


취재_김연정 |사진_황효철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5월호 / Vol.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