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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는 '낭만'이 아닌 '삶'이다

산야초 2016. 9. 5. 21:39

게스트하우스는 '낭만'이 아닌 '삶'이다

이민 대신 제주를 택하는 3040에게월간 전원속의 내집 


| 매거진 | 입력 2016.08.01 15:48 | 수정 2016.08.01 15:51




최근 제주 이주 열풍을 이끄는 3040세대에게 게스트하우스 창업은 필연적인 고민이다. 이에 세 채의 사례를 통해 당신이 몰랐던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숨은 이야기를 전해 본다.


입구에서 본 게스트하우스 ‘秋의 작은 집’의 모습. 돌담에 정낭이 걸쳐져 있다. 

‘秋의 작은 집’은 기존 가구나 마감을 최대한 활용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JEJU GUEST HOUSE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그저 옛말에 불과하다. 젊은 사람들에게 제주는 국제도시로서 더 나은 교육이 있는 땅, 쫓기는 삶이 아닌 나 자신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제주 이주 열풍은 젊은층 사이에서 큰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이들 대부분은 한 번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꿈꾼다. 제주를 즐기면서 수입도 창출할 수 있으니 분명 이상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 제주에서도 매년 문을 열고 닫는 게스트하우스가 부지기수고, 상상과 다른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주인장도 많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성공의 포인트, ‘사람’, ‘집’, 그리고 ‘사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례를 엮어 소개해본다.


GUEST HOUSE & PEOPLE

게스트하우스도 ‘사람’이 꾸려간다


‘샐리와 이메다’의 객실은 라왕각재로 천장을 마무리했다.

‘샐리와 이메다’는 카페와 함께 운영된다.


결국은 게스트하우스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秋의 작은 집’을 운영하는 추소영 씨는 단지 제주에 살 생각으로 세를 구하려 했지만 어쩌다보니 구옥을 구입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님들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았어요. 특히 혼자 오는 여성 여행자들에게는 ‘뭐 더 필요한 건 없을까? 이런 정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하게 친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것이 좋은 반응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때때론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되기도 했다. 1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손님이 대화를 원하는지, 그저 쉬고 싶어하는지 감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지나친 친절은 스스로에게도, 여행자에게도 스트레스고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녀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라는 것에 너무 감정적으로 몰입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타오하우스’

파벽돌 마감이 인상적인 ‘제주마로’의 객실


‘샐리와 이메다’를 운영하는 이선민, 김동민 씨 부부는 제주에서 3개월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먼저 일했다. 당시 재미있게만 보이던 일이 막상 주인장이 되니 현실은 달랐다. 객실이 많으면 그만큼 더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적다고 마냥 편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샐리와 이메다’엔 객실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365일 운영을 하다보니 늘 신경이 곤두선다. 

“외출을 나가더라도 체크인-아웃 시간에는 맞춰 들어와야 하고 청소와 빨래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다 보면 개인 시간이 부족해요. 객실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다보니 시간과 상관없이 손님이 무언가를 찾으면 늘 달려가게 돼요.”

부부는 이대로 무언가에 끌려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1년에 3개월 휴업제를 운영해보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공간을 분리해 출퇴근하는 구조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즐겁지 않으면 오래 지속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GUEST HOUSE & ARCHITECTURE

게스트하우스도 ‘집’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위한 건물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다. 첫째, 구옥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것. 둘째, 대지를 사서 신축하는 것. 셋째, 지어진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다.

먼저 리모델링이든 신축이든 건물 매입이든 매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제주에는 부동산과 관련한 특유의 문화가 있다. 바로 ‘신구간(新舊間)’이다.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7~8일간 이어지는 기간을 가르키는 말인데, 제주에서는 이때 이사를 하거나 수리하면 액운이 없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기간에 매물과 이사가 몰린다.

구옥이나 대지를 구했다면 이제 리모델링과 신축을 진행하게 된다.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면 건물 등기는 필수이다. 의외로 제주도의 구옥은 무허가 건물이 많은데, 밖거리(바깥채, 부속건물) 또는 창고가 무허가인 경우가 많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개시하려면 기존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도 새로 등기를 해야 한다. 건물 등기를 하게 되면 무허가 기간에 대해 이행강제금(일종의 벌금)을 내는데, 이때 건축사사무소의 설계서와 건물 연한에 대한 마을 이장의 서명이 필요하다. 건물 연한이 오래될수록 그 금액이 낮아지는데, 2011년 12월 구옥을 구매해 리모델링을 시작한 ‘레프트헨더’의 경우 연한이 30여년 정도여서 약 300만원(설계비+이행강제금) 정도를 납부했다고 한다.


Remodeling  레프트헨더

농가 주택 매입일  2011년 12월

매입 가격  7,400만원

리모델링 비용  약 6,500만원

가구, 전자제품, 집기 비용  약 2,000만원

대지면적 548.76㎡(166평)

연면적  안거리 59㎡(17.87평), 밖거리 36.36㎡(11.01평), 공용 카페 46.28㎡(14.02평), 기타 16.52㎡(5.00평)

평균 객실점유율 66.4%(2014년)

월평균 매출 691만2,000원(2015년)

운영비 월매출의 60%



월정리에 위치한 ‘여울목’의 주인장 장병진 씨는 구옥 구매 시 소유주와 매도자가 일치하지 않아 상당 기간 공사 지연을 감수해야했다. 그는“구입한 구옥이나 대지가 이웃의 경계를 침범하는지, 용도지구 지정은 되어있는지 등 관련 서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이 찾아와야 하기에 입지도 무척 중요하다. ‘제주마로’의 주인장 안병선 씨는 “제주에서 개인 주택을 지을 게 아니라면 중간산은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한다. 제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바다이기 때문이다. 물놀이가 가능한 해수욕장이 가까우면 더 좋다. ‘제주마로’의 땅도 애초 숙박업을 위해 매입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니 위치가 가장 중요했다는 주인장의 평. 독채 렌탈이라면 중간산도 괜찮을 수 있지만 가족 여행객은 여름 성수기에 주로 몰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신축도, 리모델링도, 시공 진행과 비용은 큰 난제다. 지난 몇 년간 제주도의 건축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건물 신축 비용도 꾸준히 증가했다. 신축의 경우 대략 평당 5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공정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도중에 자재 사양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치 아픈 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일꾼들, 특히 제주도의 태풍과 바람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타오하우스’의 주인장 서종환 씨는 “내가 꿈꾸던 집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제주에서의 신축은 육지와는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 둬야 한다”며 신축 주택 구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New Building  제주마로

부지 매입일  2008년

신축 비용 3억여 원(대출 1억원)

대지면적  264.46㎡(80평)

연면적 102.47㎡(31평)

구조 목구조

가구, 전자제품, 집기 비용 약 1,500만원

평균 객실점유율 77.5%(2015년)

월평균 매출 약 916만원

운영비 월매출의 20%


GUEST HOUSE & MARKETING

게스트하우스도 ‘사업’이다



제주에서의 게스트하우스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잊게 되는 명제가 바로 ‘사업’이라는 측면이다. 당연히 사업에 수반되는 차별화, 서비스, 홍보, 수입, 트렌드 파악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게스트하우스도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예동 ‘터무니하우스’의 류필화 씨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결심했다. 단, 웬만큼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다행히 그의 집에는 600여 평의 감귤농장이 딸려 있었다. 감귤농장과 힐링 콘셉트를 결합해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차별화하고, 감귤도 저농약으로 재배해 적지 않은 수입도 얻는다. 이제는 감귤도 게스트하우스도 단골이 제법 많아졌다.

차별화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에도 트렌드가 있다. ‘제주마로’를 신축할 때 안병선 씨는 도미토리형 게스트하우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건축을 맡았던 ‘제주도디자인’ 팀은 도미토리는 한 차례 붐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 커플들을 대상으로 하는 B&B(Bed&Breakfast) 콘셉트로 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당시에도 몇몇 게스트하우스는 커플룸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논의 끝에 6인 가족실 둘과 커플실 셋으로 콘셉트가 바뀌었다. 바뀐 만큼 설계나 시공 기간은 늘었지만, 완성도는 높아져 평균 객실점유율이 80%에 근접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숙박 트렌드가 길지 않아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는 주인장은, 그때는 또 어떤 다른 콘셉트로 다가갈 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다.

운이 좋지 않은 이상에야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꾸려도 사람들이 알아야 온다. 업체를 통한 마케팅까지는 아니어도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홍보는 적지 않은 힘이 된다. ‘뚜르드제주’의 아람 씨는 일 2,000~5,000명의 방문자가 찾는 파워블로거였기에 오픈 전부터 뚜르드제주의 블로그를 철저히 기획해 준비했다. 꾸준한 콘텐츠 업로드를 위해 건축일지도 세세하게 작성해 적당한 간격으로 올리고, 효과적인 태그 사용 등 파워블로거의 노하우를 적용해 짧은 기간에 방문자수를 늘렸고 이는 객실점유율로 이어졌다.

블로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홍보 활동은 포털 사이트의 키워드 광고.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광고를 도외시하거나 피하는데, 키워드 광고는 직접 진행할 경우 월 3~5만원 정도의 많지 않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일반적인 키워드가 아니라 구체화된 키워드를 활용하면 검색 결과를 높이면서 비용은 더 줄일 수 있다.

멀면서 가깝고, 쉬어보이면서도 어려운 제주의 게스트하우스. 제주도를 알고, 집을 알고, 자신을 알면 가야할 길이 보인다고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하는 삶이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가 될지, 낭만적인 푸른 바다가 될지는, 철저한 준비와 제주를 즐기는 마음이 정해줄 것이다.


Housing Purchase  타오하우스

주택 매입일  2012년 12월

매입 가격 약 4억원

대지면적 259㎡(78평)

연면적  177.06㎡(53.5평)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게스트하우스 가구, 전자제품, 집기 비용 약 1,000만원

평균 객실점유율 47.2%(2015년)

월평균 매출  약 540~685만원

운영비  월매출의 약 200만~250만원


참고자료_워너비하우스 in 제주

2010년부터 수년에 걸쳐 600곳의 게스트하우스를 취재하고 그 중 11곳을 선별해 게스트하우스의 운영 전반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뿐만 아니라 리모델링과 신축, 그리고 주택 매입에 대한 팁을 제공하고, 가장 중요한 초기비용과 운용비, 수입과 객실점유율까지 알짜 정보를 담았다. 거기에 현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들의 이야기를 더해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현실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김지향 지음 | 지원국 사진 | 15,000원 | 인사이트북스


구성_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7월호 / Vol.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