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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먹는 착한 채소, 양배추

산야초 2016. 9. 18. 20:57

믿고 먹는 착한 채소, 양배추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6.07.27 08:00

    몸에 좋은 채소를 뽑으면 빠지지 않는 단골 채소, 양배추다. 미디어에서 양배추는 언제나 칭찬의 대상이다.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으며 생으로, 즙으로, 쪄서, 데쳐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만능 재료인 건 덤이다.

    양배추가 그렇게 몸에 좋아?

    권위 있는 잡지가 뽑은 장수 식품, 세계 10대 건강 채소 등 양배추를 수식할 때 따라붙는 키워드는 주로 ‘건강’이다. 진위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토록 각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인체에 이로운 식재료가 몇 없기 때문이다. 양배추의 다양한 효능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위장 개선 효과다. 각종 연구 결과에서 양배추는 위장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유명한 연구는 1940년대 발표된 스탠포드 대학교 가네트 체니 박사의 사례다. 위궤양 환자 60여명을 대상으로 6주간 매일 양배추즙을 제공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가 완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양배추 속 비타민U 성분의 작용이다.

    건강식을 특히 선호하는 한국인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요리로 먹기 힘든 경우 양배추즙, 차로 먹기도 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의 이유로 위장질환을 달고 산다. 특히 한국인은 평소 매운 음식을 즐겨 위궤양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위궤양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위암으로 발전해, 생명의 큰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질병이다. 각종 스트레스와 매운 음식에 시달리는 한국인, 위를 위해서라도 양배추는 자주 섭취할수록 좋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하는 양배추 외에 적양배추, 방울다다기양배추(미니양배추) 역시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적양배추의 경우 식이섬유가 일반 양배추에 비해 더 많고, 방울양배추는 비타민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배추
    요리에 순한 맛 더해 균형 잡아줘

    양배추는 데치거나, 볶는 등 조리를 할 경우 영양분이 파괴돼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많다. 조리를 거치고 먹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먹으면 건강에 좋을지는 몰라도, 맛을 즐기기까지 좋지는 않다. 외식업소 입장에서도 손해다. 생양배추를 반찬으로 제공할 경우 가격을 받을 수 없다. 버려지는 양도 무시 못 한다. 그러나 간단한 조리라도 거치면 그것은 요리다. 당당히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불이 닿았을 때 영양소 파괴를 막을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떤 재료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려할 정도로 많은 양이 파괴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양배추는 서양이 고향이지만 동양에서도 사랑받는 재료다. 요리의 대국 중국에서 양배추는 볶음요리에 주로 쓰인다. 양배추만 볶아 가벼운 반찬으로 즐기거나 돼지고기 혹은 어류와 같이 볶는 식이다. 기름진 맛은 순해지고 채소의 단맛이 더해진다.

    일본 역시 양배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다.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인 돈가스에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채 썬 양배추다. 양배추에 소스를 끼얹었을 뿐인데 돈가스의 느끼한 맛을 깔끔하게 잡는다. 아삭한 식감은 식사에 리듬을 더한다. 후쿠오카 지역의 향토요리인 모츠나베에도 양배추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모츠나베는 일종의 대창전골이다. 기름이 많은 부위인 대창을 육수에 넣고 끓이기 때문에 기름진 맛이 강해지기 쉬운 요리다. 이때 느끼한 맛을 잡고, 좀 더 순한 맛으로 변모시키는 게 양배추의 역할이다. 경기 용인시 상현동의 모츠나베 전문점 <후쿠오카 모츠나베>는 한국식 모츠나베 전문점이다. 이곳은 샐러드바를 갖춰 고객이 원하는 만큼 양배추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재료라 많은 양을 제공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말이다.

    한식에서 양배추는 주로 무거운 맛을 부드럽게 중화시키고 천연 단맛을 더하기 위해 쓰인다. 닭갈비, 떡볶이, 갈비찜, 오징어볶음 등의 요리에 곧잘 활용된다. 주요리 외의 반찬을 중시하는 식문화 덕에 양배추를 활용한 반찬도 꾸준히 개발된다. 그 중 양배추김치는 뜻밖의 발견이다. 초창기 양배추김치는 배추김치에 비할 맛이 아니었지만 조리법이 발달한 지금 신선한 맛을 주는 김치로 종종 사용된다. 특히 배추 가격이 비싼 시기인 여름은 양배추의 제철이라 배추 대용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최근엔 양배추 장아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양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단맛은 장아찌로 활용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고깃집 밑반찬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독일의 유명 요리인 ‘사워크라우트’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한·중·일 삼국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균형’이다. 양배추는 요리의 맛에 균형을 위해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종혜 <마미리틀블랙팟> 대표는 “양배추는 몸에도 좋고, 메인 요리를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착한 식재료”라며 양배추를 평했다. 싸고, 몸에 좋고, 맛있다. 양배추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마미리틀블랙팟>
    양배추 잎으로 쌓인 엄마의 손맛

    마미리틀블랙팟
    성신여대 인근에 위치한 <마미리틀블랙팟>은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전신은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끈 <마미인더키친>으로, 현 오너 셰프인 이종혜 대표가 인수한 뒤로 <마미리틀블랙팟>으로 개명했다. 이 대표는 원래 <마미인더키친>의 단골고객으로 가게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많아 인수를 하게 됐다고. 이곳의 콘셉트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프렌치 가정식’이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소스, 육수, 디저트까지 전부 이 대표의 손을 거친다. 문자 그대로 ‘홈메이드’다. 음식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 준 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맛을 낸다. 주력 메뉴는 햄버거 스테이크와 캐비지롤이다. 캐비지롤(1만3500원)은 소고기를 양배추 잎으로 감싸 조리하는 음식으로 보기와 달리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롤이 담기는 국물은 ‘포토푀(고기, 채소를 삶은 일종의 스프)’다. 한우 우족으로 우려낸 육수와 각종 채소 육수를 섞어 만든다. 주문을 받고 손님상에 나가는 데는 길어야 15분이지만 밑준비 시간까지 더해 계산하면 얼추 70시간은 걸릴 정도로 정성이 필요하다.  

    캐비지롤 안의 고기는 와규 우둔살을 사용한다. 힘줄을 전부 제거해 부드럽게 만들고 다진 후 양배추 잎으로 감싼다. 양배추 잎은 일종의 만두피와 같은 역할로 육즙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육수가 배인 양배추와 당근, 무 같은 채소 역시 하나같이 맛있다.
    주소 서울 성북구 동선동3가 218 전화 (02)929-1102


    서울 동작국 사당동 <막걸리학교>
    양배추로도 전을 만든다

    막걸리학교
    서울 이수역 먹자골목에 위치한 <막걸리학교>는 아담한 막걸리 전문점이다. 전국의 유명 막걸리를 골고루 갖춰 인근 술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곳은 학교 콘셉트에 맞춰 막걸리를 초급부터 고급반까지 분류해 흥미를 유발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막걸리를 알리고 싶다는 원유균 <막걸리학교> 교장의 방식이다.

    안주 역시 평범한 막걸리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전 위주 구성에서 탈피했다. 원 교장은 ‘막걸리엔 전’이라는 인식이 그리 탐탁지 않았다고. 전 말고도 어울리는 안주가 많은데 굳이 전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고객의 요구였다. 전을 찾는 손님이 워낙 많으니 결국 전 요리도 추가했다. 그래도 남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양배추를 이용한 오양베전(1만8000원)을 판매한다. 오양베는 오징어·양배추·베이컨의 줄임말이다. 오양베전의 기본 뼈대는 일본의 ‘오꼬노미야끼’다. 오꼬노미야끼는 한국의 전 요리와 비슷한 요리로 양배추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양베전은 재료를 최소화하고 부침가루를 더해 한국식으로 변형했다. 부침용 반죽에 청양고추를 살짝 더해 매운맛을 살린 점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오징어와 베이컨을 사용해 생소한 음식이지만 친숙한 맛이 나는 게 이 요리의 장점이다. 양배추는 오징어의 단맛과 베이컨의 짠맛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전 요리에 부족한 식감을 채운다. 파전 혹은 부추전과 달리 치아 사이에 양배추가 끼지 않아 깔끔한 점은 의외의 매력.
    주소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25길 41 전화 (02)6012-6550

    출처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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