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가 가진 유일한 협상 카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응한다면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카드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 인터뷰에선 “중국이 대북제재를 거부한다면 자위적 조치로서 사드 배치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인 7월 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까지 내며 반대했던 안 의원이 사실상 철수(撤收)를 공식화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반대에서 철수한 것은 흠이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안보관이 문제다. 그는 당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생략하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했다. 안보주권인 방어무기 도입을 놓고 적의 동맹국과 협상하는 나라는 없다.
어제는 안 의원이 꼭 4년 전 2012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날이다. 그는 국민의당 창당 전후 “종북 소리 듣지 않는 정당을 창당할 것” “국민의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으나 안보관이나 남북관계에서 일관된 소신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전에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북한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평화체제’를 주장했고 대선 공약에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북핵 해결을 상호 연계하지 않고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핵을 그냥 둔 채 남북이 평화체제를 맺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6월 국회 연설에서는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라면서도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종잡을 수 없는 모습까지 보였다.
안 의원이 보수우파의 ‘대북 압박’과 진보좌파의 ‘대화 중시’에서 중간 지점을 찾다가 길을 헤매는 모습이 딱하다. 정계 입문 4년이 되도록 안보관이 흔들리는 대선주자에게 정권을 맡기기에는 국민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