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지진 관련법 모두 폐기했던 국회, 정부만 탓할 수 있나

산야초 2016. 9. 23. 08:37

서울경제


기사입력 2016-09-22 19:09

최근 경북 경주에서 잇따라 강진과 여진이 발생하면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진 관련법 대부분이 이미 18~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제신문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발의됐던 지진 관련 법안들은 이전 국회에서도 논의됐던 과거 대책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이들 법안 역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심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되는 사태가 반복됐다. 그런 법안들이 최근 경주 지진으로 새로운 내용인 양 다시 논의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국회가 지진 관련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건축물의 내진 설계·강화 법안이다. 2009년 내진성능 평가 및 보강을 한 건축물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건축주 부담 증가를 이유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2년 뒤 같은 내용의 법안이 다시 발의됐지만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최근 내진성능을 보강한 민간건축물에 대해 지방세 감면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6년 전에 발의됐던 내용과 크게 다른 게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시설물의 내진실태조사·보강 방안, 지진대피소 지정·관리 및 학교 등을 대상으로 한 대피교육 역시 2011년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에는 정확한 지진 관측을 위해 장비점검을 전문기관에 맡기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됐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재발의해야 할 판이다.

국내 민간건축물 중 내진 설계를 한 건축물은 6.7%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진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이 미리 충분히 논의돼 입법화됐다면 지금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다. 지진보다 더 불안한 것이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라지만 국회도 마찬가지다. 입법 무능의 국회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정부 눈의 티끌만 나무라는 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