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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살 노란 고목, 46년 숨겨둔 비경 때 놓치면 후회하죠

산야초 2016. 10. 18. 22:30

[커버스토리] 450살 노란 고목, 46년 숨겨둔 비경 때 놓치면 후회하죠


 
|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단풍 명소 여섯 곳
 

설악산 단풍 명소로 꼽히는 주전골. 망경대에서 가까워 함께 둘러보면 좋다. 지난 11일 촬영했다.

 
가을은 짧다.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는 날은 더 짧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가 단풍 절정기라 할 만하다. 단풍 비경 6곳을 골랐다. 모두 단풍 절정기에만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사연 많은 곳이다. 국립공원 탐방로도 있고, 개인이 가꾼 숲도 있다. 이번 가을이 지나면 다시 볼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풍경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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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달 15일까지 - 설악산 망경대

남설악 망경대에서 바라본 만물상.


설악산은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남설악 오색지구에 있는 망경대(望景臺·560m)는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원시림 보존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였다. 그런 망경대가 지난 1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망경대~오색약수를 잇는 2㎞ 길이의 일방통행 탐방로가 조성됐다.

기존 주전골 코스(3.2㎞)와 망경대 코스를 합쳐 ‘망경대 둘레길’이라고도 한다. 망경대 둘레길은 주전골 코스부터 시계방향으로 걷는 게 좋다. 오색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약 1시간 동안 폭포와 기암괴석,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한다. 용소폭포를 지나면 망경대 코스에 진입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 정도 걸으면 망경대에 닿는다. 180도 전망이 펼쳐지는 망경대에 서면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만물상이 보인다. 한계령(1004m)은 물론이고 멀리 점봉산(1424m)도 보인다. 망경대에서 오색약수로 내려오는 길은 가장 가파른 구간이라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입산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오는 20일부터는 마지막 입산 시간이 오후 3시로 당겨진다. 망경대 코스는 다음달 15일까지만 개방한다. 망경대가 언제 다시 개방될지는 기약이 없다.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분소 033-672-1707.
 
2 새벽녘 찰나의 풍경 - 춘천 남이섬

남이섬 은행나무길. 송파구에서 들여온 은행나무잎을 깔아 폭신폭신한 낙엽길을 만들었다.


강원도 춘천 남이섬의 한 달 방문객은 평균 30만 명이다. 하지만 10∼11월 두 달 동안 100만 명이 몰린다. 단풍 때문이다. 단풍나무·은행나무·메타세쿼이아 등이 이달 중순께부터 제각기 색을 뽐낸다.

남이섬은 가을이 되면 배 시간을 조정한다. 약 3주일 동안 가평나루에서 출발하는 첫배 시간이 30분 앞당겨진다. 평소에는 오전 7시 30분 출항하지만,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는 오전 7시 첫 배(정원 299명)가 뜬다. 첫 배 시간을 앞당기는 건 물안개 때문이다. 남이섬이 들어선 북한강은 가을 아침마다 물안개가 드리운다. 단풍 물든 남이섬에 물안개가 내리면 파스텔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 풍경을 나누기 위해 첫배 시간을 당긴 것이다. 날이 밝으면 물안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뱃시간에 쫓기지 않고 물안개를 즐길 수 있다. 섬 안에 호텔 정관루가 있다. 그러나 이달은 이미 모든 방이 다 찼다. 다음달 평일 숙박은 아직 여유가 있단다. 남이섬 중앙광장에서 별장촌까지 그 유명한 은행나무길이 있다. 남이섬은 11월 초순이면 서울시 송파구청으로부터 은행잎 약 100t을 들여와 길바닥에 깐다. 입장료(뱃삯 포함) 어른 1만원, 어린이 4000원. namisum.com, 031-580-8114.
 
3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날 - 청도 운문사

청도 운문사 경내에서 자라는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에 한시적으로 공개한다. [사진 라상호 사진작가]


경북 청도 호거산(614m)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21년(560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일연(1206~89)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유서 깊은 사찰로 1945년부터 비구니 스님이 수행하는 도량이 됐다.

천년 고찰 운문사에는 고목이 많다.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일명 ‘처진소나무’도 유명하지만 가을 주인공은 따로 있다. 운문사 안쪽 운문승가대학 마당에서 450년 세월을 살아온 은행나무 두 그루다. 높이 30m 둘레 4m에 이르는 두 노목이 가을이 되면 우수수 황금색 잎을 떨구며 장관을 빚어낸다. 두 그루 모두 암나무여서 열매도 많이 맺는다. 평소에는 스님이 나무 그늘에서 경전을 읽고 휴식을 누리곤 하지만 노란잎 흩날리는 가을날에는 속세를 떠난 스님도 소녀처럼 설렌단다.

평소에는 일반인이 승가대학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담장 위로 나무의 상단부만 볼 수 있다. 승가대학으로 들어가는 불이문이 열리는 날이 있다. 은행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올해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1월 첫 주말 은행나무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확한 공개 날짜는 홈페이지(unmunsa.or.kr)에 공지한다. 운문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30분 걷다 보면 일주문에 다다른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500원. 054-372-0359.
 
4 비밀의 숲길 - 세종 베어트리파크

베어트리파크 단풍낙엽 산책길. [사진 베어트리파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는 수목원이다. 이재연(85) 회장이 30년 가까이 가꾼 곳이다. 수목원이어서 향나무·벚나무·단풍나무 등 나무가 많지만 동물도 많다. 비단잉어는 수천 마리가 되고 반달곰도 100마리가 넘는다. 수목원 이름이 ‘베어트리파크’인 이유다.

수목원에는 꼭꼭 숨겨둔 길이 있다. ‘단풍낙엽 산책길’이다. 수목원 입구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숨어 있다. 평소에는 직원만 다닐 수 있는데, 이 길을 단풍시즌에 개방한다. 올해는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0일간이다. 약 2㎞ 길이의 산책길은 입구가 두 개다. 왼쪽 입구로 들어서면 100그루가 넘는 은행나무가 긴 터널을 이루고, 오른쪽 입구로 들어서면 느티나무 터널이 나온다. 타원형 둘레길이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가을이면 베어트리파크는 울긋불긋 단풍 옷을 갈아입는다. 그럼에도 단풍낙엽 산책길을 가야 하는 이유는 자연 그대로의 단풍을 만끽할 수 있어서이다. 단풍낙엽 산책길의 나무는 사람이 심은 것이 아니다. 수목원을 조성하기 전부터 있던 숲길이다. 비탈이 심하지 않은데다 오랜 세월 쌓인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있어 푹신푹신한 감촉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입장료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8000원. beartreepark.com, 044-866-7766.

 
5 최초 공개되는 묘역 - 남양주 덕혜옹주 묘

남양주 홍릉·유릉 안에 있는 덕혜옹주묘 가는 길. 이달 말이나 돼야 단풍이 들 것으로 보인다.

덕혜옹주(1912~89) 묘는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릉·유릉 안에 있다. 홍릉은 고종 황제(1852~1919)와 명성황후, 유릉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1874~1926)과 부인의 합장릉이다. 덕혜옹주의 아버지가 고종이다. 덕혜옹주의 묘는 홍릉·유릉 안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있다. 옹주의 오빠 의친왕(1877~1955) 옆 자리다.

덕혜옹주의 묘에는 ‘대한 덕혜옹주지묘’라고 적힌 비석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다. 망국의 한을 안고 살아야 했던 쓸쓸한 인생과 닮아 있다. 그러나 묘를 찾아가는 길은 아름답다. 홍릉·유릉 입구에서 덕혜옹주 묘역까지 1㎞ 남짓한 길은 은행나무·벚나무·단풍나무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다. 이달 하순이면 고운 단풍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덕혜옹주 묘의 가을 풍경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89년 덕혜옹주가 안장된 뒤 문화재청은 덕혜옹주 묘 주변에 철조망을 두르고 자물쇠를 잠갔다.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가 인기를 끌자 문화재청이 지난달 13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만 개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오빠 의친왕의 묘도 같이 개방한다. 홍릉·유릉 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무료. royaltombs.cha.go.kr, 031-591-7043.

 
6 한 달간의 노랑 세상-홍천 은행나무숲

홍천 은행나무숲에는 은행나무 약 2000그루가 가지런히 도열해 있다. 올해는 그네, 의자도 설치했다.

 
은행나무숲은 강원도 홍천 동쪽 끝자락에 있다. 양양군과 접한 내면 광원리다.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요금소를 빠져나온 뒤 1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야 닿는다. 광원리는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꼽히지만 10월 한 달 동안은 서울 명동 거리에 버금갈 만큼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사람이 가꾼 그윽한 숲을 보기 위해서이다.

숲은 관광지도 아니고, 때깔 나게 꾸며놓은 수목원도 아니다. 5만㎡ 면적의 숲에 은행나무 약 2000그루가 5m 간격으로 가지런히 도열해 있을 따름이다. 은행나무 숲은 입장료가 없다. 입장시간도, 폐장시간도 따로 없다. 마땅한 편의시설도 없었는데 올해 주인 유기춘(73)씨가 숲 곳곳에 나무 의자와 그네를 설치했다. 유씨가 손주를 위해 지은 트리하우스가 있는데, 방문객을 위한 트리하우스도 지을 예정이다. 돗자리를 챙겨와 간식을 먹는 사람도 있다. 은행나무 숲에 들면 보통 1시간 정도 머물다 간다.

지난해까지 주차장이 없어 숲 입구가 아수라장이었는데 올해는 홍천군에서 자동차 약 10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했다. 숲 입구에 간이화장실과 마을 주민들 파는 특산물 장터도 있다. 5㎞ 거리에 있는 삼봉약수에 들러 신비한 물을 마셔도 좋겠다. 홍천군 내면사무소 033-430-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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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석희·최승표·양보라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커버스토리] 450살 노란 고목, 46년 숨겨둔 비경 때 놓치면 후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