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명장의 김치

산야초 2016. 10. 23. 23:45

[여성조선] 명장의 김치

    입력 : 2016.10.23 10:17

    1800년대 말에 편찬된 음식 관련 고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 속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김치를 재해석한 ‘배추통김치’부터 장인의 비법과 노하우가 담긴 ‘김장포기김치’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치명인 김순자 명장이 전하는 김치 이야기.

    김장철이 돌아온다. 예전에 비하면 김장을 하는 주부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의 겨울철 대표 음식은 다름 아닌 ‘김치’다. 한가득 담가놓고 겨우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쭉쭉 찢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얼마나 흐뭇한지, 김장의 고단함은 그 흐뭇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짜지 않고 맛있으면서도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김치 레시피가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요즘, 대한민국 식품명장 1호이자 30여 년에 이르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김치 전문기업 ㈜한성식품의 대표이사인 김순자 명장을 만났다.


    명장의 김치 이야기

    “저의 김치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알레르기성 특이체질이라 육류나 생선은 먹을 수가 없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밥과 김치, 나물류가 고작이었거든요. 그래서 김치가 맛이 없으면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밥을 먹지 않았어요. 저러다 혹시 딸이 굶어 죽지는 않을까, 타고난 손맛이 좋기로 유명했던 어머니와 할머니는 더욱더 신경을 써서 김치를 담그곤 하셨죠. 다른 반찬 없이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해야 했기에 김치를 많이 먹여야 했는데, 그러자니 자연히 간은 심심해졌고 그 종류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봄에는 봄동을 비롯해 원추리, 씀바귀, 쑥과 같은 봄나물로 김치를 담가 입맛을 돋웠고 여름이면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 그리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양배추 김치로 더위를 쫓았으며, 가을에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참외 못지않은 시원한 석박지를 담가 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겨울 김장철이 되면 마을은 명절 전만큼이나 들썩였다. 특히 종갓집인 김순자 명장의 집에서는 무려 일주일 정도 김장을 했는데 배추를 절이는 데만 해도 이틀이 걸렸단다.


    “어린 시절 김장을 할 때면 온 동네 아낙들이 손을 걷어붙이고 도와주곤 했어요. 게다가 겨우내 김장도 세 번이나 했지요. 애벌 김장이라고 해서 10월 중순에 담가 11월 말까지 먹고, 11월 중순에서 12월 초 사이에 본김장을 해 3월까지 먹었죠. 12월 중순이 넘어 아슬아슬하게 채소가 남아 있을 때 김치를 한 번 더 담가 이듬해 5~6월까지 김장김치를 먹었어요. 김장을 하는 날이면 커다란 가마솥에 된장을 풀고 숭덩숭덩 썬 배추, 김치에 넣고 남은 굴과 생태를 넣어 끓인 배춧국을 먹으러 오는 동네 사람들로 집 안이 늘 붐볐던 기억이 나요. 가마솥에 지은 하얀 쌀밥을 배춧국에 말아 먹었는데, 모두들 한 그릇을 뚝딱 비웠죠. 지금 생각하면 김치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삶이자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역사의 산물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김순자 명장이 개발한 김치의 종류만 해도 1천여 가지쯤 된다. 맛은 물론 영양과 모양까지 고려한 김치들이며 특허를 획득한 김치도 많다. 일반 김치에 비해 염도가 30% 정도 낮지만 시간이 지나도 군내가 나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익으면 익을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져 김순자 명장의 김치 맛 비법은 요리깨나 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게 마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한성식품으로도 김치 맛의 비결을 알려달라는 분들의 문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치특강을 자주 열었는데요, 올 김장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의 김치 맛 비법을 그대로 담아낸 김치 책도 출간할 예정이에요. 1백여 가지의 계절 김치 레시피는 물론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김치와 김치 요리, 평소 수강생들이 자주 문의하던 장아찌나 피클 만드는 법까지 모두 담아, 요리 초보자부터 고수에 이르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명품 김치의 맛 비결

    “김치는 좋은 재료뿐 아니라 손맛 그리고 정성이 있어야 맛있게 담글 수 있어요. 그리고 맛있게 담근 김치는 맛있게 익을 수 있도록 숙성을 잘 시켜야 하니 그 숙성 노하우 역시 담그는 것만큼 중요하지요.”


    배추를 절일 때는 8시간 정도 절여 속까지 충분히 절여야 하는데, 배추 위에 큰 그릇이나 무거운 것을 올려놓으면 훨씬 잘 절여진다. 절이는 중간에 1~2회 정도 배추를 뒤집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밑에 있는 배추는 위로 올리고 위에 있던 배추는 아래로 옮겨줘야 골고루 절일 수 있다. 또 염분이 25% 내외인 심심한 젓갈로 김치를 담그면 건강까지 챙기는 것도 가능하다. 멸치젓과 황석어젓은 반드시 달여서 쓰는데, 달여서 사용하면 위생적인 데다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이는 방법이 까다로울 것 같지만 그리 어렵지 않다. 잘 삭은 멸치젓이나 황석어젓을 물과 1 : 1로 섞은 다음 3시간 이상 달인다. 중불에서 달이다 약불로 줄여서 은근하게 끓이되, 뼈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달이는 것이 포인트다.


    김치에는 약간의 단맛이 더해져야 맛있다. 예전엔 김치에 설탕을 넣기도 했지만 요즘은 천연재료로 단맛을 낸다. 김순자 명장이 특히 애용하는 천연재료는 배즙이다. 배즙은 맛이 강하지 않고 김치에서 시원한 맛이 나게 해주기 때문. 나박김치나 백김치와 같은 국물김치에는 배즙을 면보에 거른 다음 넣어야 맛이 깔끔하다.


    김치양념을 버무릴 때는 육수를 사용하는데 황태육수를 고집한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을 맞아가며 말린 황태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김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황태와 다시마, 무, 양파, 대파, 표고버섯, 마른 새우를 함께 넣고 물을 부어 우려내는데, 30분 정도 끓여서 국물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들면 식히고 걸러내서 사용한다.


    김치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저장법이다. 요즘은 김치냉장고가 있어 보관이 한결 쉬워졌지만, 발효의 원리를 알아두면 보다 더 맛있게 김치를 즐길 수 있다고 김순자 명장은 조언한다. 김치는 18℃ 이상의 온도로 저장하면 락토바실러스가 자라 김치가 시어지게 된다. 반면 김치 맛을 좋게 만드는 류코노스톡은 10℃ 이하 저온에서 발생하므로 김장이 끝나면 상온에서 하루 정도 숙성과정을 거친 다음 김치냉장고 등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맛있는 김치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김장김치를 보관용기에 넣을 때는 배추 절단면이 위로 오도록 해서 용기에 차곡차곡 담는다. 이때 김치가 공기와 접촉하면 맛이 쉽게 변하니 김치 국물에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넣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담근 후 바로 먹을 김치와 오래 두고 먹을 김치 등으로 먹을 시기를 구분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담근 후 바로 먹을 김장김치는 김치냉장고 저장온도를 5~8℃로 설정해 5~7일 정도 두었다가 먹을 것. 그러면 발효가 잘되어 상큼하면서도 신맛이 적당한 맛있는 김치를 즐길 수 있다.

    통배추김치

    재료(약 15㎏ 분량)
    기본재료 배추 작은 것 10㎏(약 5포기)
    절임재료 천일염 6컵, 물 7ℓ
    부재료 북어 ½마리, 작은 무 1개, 배 2개, 총백(대파 흰 부분) 3대, 깐 밤 200g, 미나리 400g(약 1단), 소라 2개, 낙지 1마리, 오이지 1개, 소금 약간
    양념재료 건고추 20개, 마늘 400g, 생강 60g(약 2톨), 불린 청각 ½컵
    젓갈재료 조기젓 600g(약 3컵), 물 2컵

    만드는 법

    1 배추 절이기 배추는 밑동이 작은 것을 골라 겉잎을 떼어내고 밑동을 자른다. 배추 뿌리 쪽에 십자로 칼집을 넣는다. 물 7ℓ에 천일염 4컵을 넣고 잘 녹인 다음 배추를 담가 소금물로 적신다. 배추의 숨이 죽으면 잎을 펼쳐 줄기 부분에 남은 천일염을 켜켜이 뿌리고 배추 뿌리 부분에 낸 칼집 사이에도 천일염을 1큰술 정도 넣는다. 배추 밑동 부분이 바닥에 닿도록 소금물에 담그고 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 5~6시간 절인 다음 배추를 뒤집어 다시 5~6시간 절인다. 절인 배추는 맑은 물에 3~4회 헹구고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재료 준비하기 북어는 깨끗이 씻고 방망이로 두드려 반으로 가른 후 머리와 뼈를 제거하고 소금물에 한 번 헹구어 그늘에 말려 놓는다. 무는 길이 방향으로 4절로 썰어 소금에 절인다. 곱게 말린 건고추는 반 갈라서 씨를 털어내고 젖은 행주에 싸두었다가 눅눅해지면 2개 정도씩 합하여 꼭꼭 말아 곱게 채 썬다.


    대파는 흰 부분만 어슷어슷 썬 후 채 친다. 마늘과 생강, 밤, 배는 껍질을 제거한 다음 곱게 채 친다. 조기젓의 살은 저며 따로 두고, 저미고 난 뒤 남은 머리와 꼬리, 뼈 등은 동량의 물과 천일염 1큰술을 넣고 1~2시간 정도 달인다. 그다음 건더기를 건져내고 남은 조기젓국은 식혀 둔다.

    마른 청각은 불순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여러 번 씻고 물기를 뺀다. 미나리는 손질하여 대파와 같은 길이로 썬다. 낙지는 머리를 뒤집어 내장을 빼고 천일염을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다음 물로 헹구어 잘게 썬다. 소라는 젓가락으로 살을 뺀 다음 소금물에 씻어 검푸른 내장을 제거하고 나박하게 썬다. 오이지는 4절로 썰어 둔다.

    3 김치소 버무리기 실고추, 마늘, 생강, 청각, 저민 조기젓을 넣고 총백, 밤, 소라, 낙지, 미나리, 배를 섞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김치소 넣기 절인 배춧잎 사이사이에 소를 켜켜이 넣고 저민 조기젓을 드문드문 박아 겉잎으로 감싼다. 손질한 북어 배 안에 김치소를 넣고 짚으로 묶는다. 항아리 맨 아래에 북어를 넣고 그 위에 배추를 올린다. 절인 무와 오이지를 배추 사이사이에 올려 담은 후 맨 위는 배추 겉잎 절인 것을 남겨두었다가 덮는다. 3일 후, 준비해 두었던 조기젓국에 생수를 섞어 간을 맞춘 다음 붓는다.

    김장포기김치

    재료(약 30㎏ 분량)
    기본재료 배추 30㎏(약 10포기), 무 4개
    절임재료 천일염 15컵, 물 20ℓ
    부재료 쪽파 ½단(약 500g), 대파(흰 부분) 3대, 갓 1단(500g), 생새우 400g
    양념재료 고춧가루 12컵, 황태육수 5컵, 찹쌀풀 3컵, 간 홍고추 1½컵, 다진 마늘 3½컵, 다진 생강 2큰술, 간 배 1½컵, 새우가루·꿀 1½컵씩, 소금 1컵
    젓갈재료 새우젓 3컵, 멸치젓국 ¾컵, 멸치액젓 1½컵
    황태육수재료 황태 ⅛조각, 다시마 3~4조각, 무 1토막, 양파 개, 마른 표고버섯 3~4개, 마른새우 한 줌, 물 10컵

    만드는 법

    1 배추 절이기 중간 크기의 배추를 골라 밑동을 자르고 반으로 가른 후 시든 잎을 떼어낸다. 물 20ℓ에 천일염 10컵을 넣어 녹인다. 반으로 쪼갠 배추에 소금물을 충분히 적신 후 남은 소금을 줄기 부분에 켜켜이 뿌린다. 소금물에 적신 배추를 큰 통에 차곡차곡 담은 다음, 남은 소금물을 붓고 위를 무거운 것으로 눌러둔다. 5~6시간 후 절인 배추의 아래위를 바꾸고 다시 5~6시간 절인다. 절인 배추는 물에 3~4회 헹군 다음 건져 소쿠리에 비스듬히 엎어서 3~4시간 동안 물기를 뺀다.

    2 재료 준비하기 무는 0.3㎝ 굵기로 채 썰고 쪽파, 갓, 대파는 3㎝ 길이로 썬다. 생새우는 연한 소금물에 씻은 후 맑은 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생새우는 다지거나 믹서에 갈아 둔다.

    3 양념 만들기 마늘과 생강, 배는 다져서 준비한다. 홍고추는 꼭지와 씨를 없앤 다음 곱게 간다. 고춧가루에 황태육수와 찹쌀풀을 넣고 섞어 고운 색이 나도록 1시간 정도 불린다.

    4 김치소 버무리기 무채에 고운소금을 2큰술 정도 넣고 10~20분 정도 살짝 절인다. 고춧가루를 불린 양념에 무채를 넣고 섞어 고춧물을 들인 다음 젓갈과 배, 꿀, 마늘, 생강, 홍고추, 새우가루, 생새우 순으로 넣어 버무린다. 쪽파, 갓, 대파는 맨 나중에 넣고 버무린 후 다시 1시간 정도 두어 양념이 어우러지도록 한다.

    5 김치소 넣기 절인 배추를 뒤집어놓고 잎의 뒷면부터 김치소를 바르듯이 넣는다. 줄기 부분에만 켜켜이 소를 넣은 후 겉잎으로 감싸 완성한다.

    * 완성된 김치는 작은 용기에 여러 개로 나누어 담아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먹을 김치의 소에는 소금을 조금 더 넣고 용기에 표시를 한 다음 김치냉장고 가장 안쪽에 넣어둔다. 김치용기에 김치를 넣을 때에는 먼저 용기 크기에 맞는 비닐을 깔고 그 위에 김치는 ¾만 넣은 후 위를 배추청잎으로 덮는다. 비닐 안의 공기를 뺀 다음 밀봉하고 용기 뚜껑을 덮어 보관한다.

    총각김치

    재료(약 5㎏ 분량)
    기본재료 총각무 4㎏(2단)
    절임재료 굵은소금 1컵, 물 3ℓ
    부재료 쪽파 10뿌리
    양념재료 고춧가루·황태육수 1컵씩, 찹쌀풀·다진 마늘·간 홍고추 5큰술씩, 다진 생강 ½작은술, 다진 양파 1큰술, 배 5큰술, 꿀 2½큰술, 새우가루 3큰술, 소금 약간
    젓갈재료 새우젓·멸치액젓 5큰술씩

    만드는 법

    1 총각무 절이기 총각무는 작고 단단한 토종 무로 골라 뿌리 부분은 잘라내고 잔털을 제거한 다음 깨끗이 씻어 분량의 절임 소금물에 5시간 정도 절인다.

    2 재료 준비하기 쪽파는 뿌리를 자르고 지저분한 겉잎을 떼어낸 다음 물에 헹구고 건져 물기를 뺀다. 20분 정도 절인 후 맑은 물에 헹구고 3㎝ 길이로 썬다. 마늘, 생강, 양파는 다져서 준비한다. 홍고추는 꼭지를 제거하고 씻은 다음 반을 갈라 씨를 제거한 뒤 믹서에 간다. 새우젓 역시 믹서에 곱게 갈아 둔다.

    3 양념 만들기 고춧가루에 황태육수, 홍고추, 찹쌀풀을 넣어 불린 후 새우젓, 멸치액젓을 넣고 버무리고 배, 꿀, 마늘, 생강, 양파, 새우가루를 넣어 섞는다.

    4 버무리기 절인 총각무와 절인 쪽파에 양념을 넣어 버무린다. 맛을 보아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5 통에 담아 익히기 총각무와 쪽파를 몇 가닥씩 손에 쥐고 타래를 지어 한 끼 분량씩 만들어 통에 담는다. 하룻밤 상온에 두었다가 7~10일 냉장고에서 익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